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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K-방역 선진화… 감염병·매개곤충 다양한 연구해야"

[브릿지 초대석] 권형욱 한국방역학회장

입력 2023-12-12 07:00 | 신문게재 2023-12-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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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초대석]김순일 케이엘에스바이오 대표이사
권형욱 한국방역학회 회장은 "지난 1년 간 방역학회가 방역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왔다"며 "좋은 연구 결과를 교류하는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최근의 빈대 공포, 그 전에 코로나 펜데믹을 비롯한 각종 전염병까지. 대한민국도 이제 방역 시스템 구축이 화두가 되는 나라다. K-방역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연구 인프라가 부족하고 학계와 산업간 융복합 연구가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권형욱 국립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해 7월에 한국방역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권 회장을 만나 K-방역의 현재와 과제 등을 들어 보았다.

 

 

- 빈대 공포가 최근 조금은 잠잠해 지는 듯한 양상이다.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빈대는 일반 빈대와 열대성 반날개 빈대가 많다. 오래된 가옥이나 외국인 거주 시설 등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빈대는 날개가 없어 이동하는데 제한이 있다. 여러 가지 방제 방법을 잘 쓴다면 우리 거주 형태 등으로 볼 때 어렵지 않게 방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다만, 최근 출현한 빈대는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에 대해 저항성을 보여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 등이 있다. 방제하는 방법도 아직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방제방법에 대한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 빈대의 전염성 여부에 여전히 우려가 많다. 어떻게 방역을 하는 것이 좋은가.

“모기나 진드기와 달리 빈대에 물릴 경우 물린 자국이 직선으로 이어지며, 환자의 민감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피부발진이 나타난다. 빈대는 흡혈을 한 뒤 혈액의 수분이 변에 섞여 배설물을 배출한다. 배설물의 흔적으로 빈대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방제 수단으로는 열이나 스팀 처리와 함께 살충제가 필요하다. 다행히 빈대는 자연상태에서는 질병을 매개한다는 보고가 없다. 이제 우리 방역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방역의 과학화와 선진화가 필요하다. 방역산업 육성지원법을 제정해 방역시장을 확대하고 대학 관련학과 신설 및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산업 고도화 및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해충 방제 자격증 제도 역시 필요하다.”


- ‘매개체 펜데믹’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 실제 가능성, 그리고 그런 사태에 대비해 방역당국이 최우선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

“외국인 입국, 무역량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에 의한 아열대화로 감염병을 매개하는 곤충이나 동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감염병 환자 입국도 매년 늘고 있다. 1999년 미국에서 감염병 모기로 인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했었는데, 우리도 이런 감염병을 전파할 매개곤충이 있으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숲 모기 종류로 동남아에 많은 ‘뎅기열’이 위험하다. 우리도 전국적으로 분포해 가장 유의해야 한다. 감염병과 매개곤충에 대한 기본 연구와 함께 국내외 가능성이 있는 주요 매개곤충 파악 및 감염병 확산 방지법을 미리 연구해야 한다. 매개곤충과 감염병균의 상호작용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실험용 매개곤충’에 대한 인식이 아직 없다. 세계 수준의 감염병-매개체 연구를 위해선 계통이 확실한 매개곤충을 사육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성 실험이나 방제 연구, 감염병균에 대한 상호작용연구 같은 기초연구에서부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응용연구 여건도 구축되어야 한다.” 

 

[브릿지초대석]김순일 케이엘에스바이오 대표이사
권형욱 한국방역학회 회장은 방역의 과학화와 선진화가 K-방역의 향후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 일반인들이 주의하고 지켜야 할 방제 및 방역 수칙이 있다면 어떤 것 들이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많은 감염병의 위험과 여러 매개체 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계절이 뚜렷해 감염병의 유행곡선이 뚜렷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뇌염, 뎅기열, 쯔쯔가무시병, 혈소판감소증후군, 말라리아, 반려동물의 심장사상충 등은 모두 우리 생활 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감염병들이다. 모기나 진드기에 의해 매개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야외생활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야외에서 모기나 진드기가 많은 환경에 노출될 경우, 되도록 물리지 않도록 자기방어를 하는 게 최선이다. 개인기피제나 공간기피제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매개체는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고, 그 모든 개체를 박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거주지역이나 생활반경에 집중적으로 방제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되도록 감염병매개체에 직접 노출이 안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한국방역학회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다. 초대회장으로 바쁘게 뛰어왔는데 그 동안의 성과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한국방역학회는 감염병과 그 매개체에 대한 방역과 소독 분야의 과학적인 연구풍토를 만들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과 소독 분야에 있어 과학적인 방법이나 표준화된 방제 방법이 부족해 관련 학계에 대한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회를 통해 방역 연구와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학계와 산업의 연결 고리 역할로서 정부와 산업체, 군부대 등 관련 연구 및 산업현장과 그간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두 차례 학회를 통해 진행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방역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표준화된 방역방법과 과학방역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대두되었다. 이런 것을 학회가 나서서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현재 방역산업이 나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간 방역학은 주로 감염병 자체 연구에 치중되어 균형적인 발전을 못했지만, 앞으로는 감염병 예방과 감염병 매개체를 관리하고 방제하는 분야의 학문적 발전이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회가 좋은 연구결과를 교류하는 장이 되도록 하겠다.”

[브릿지초대석]김순일 케이엘에스바이오 대표이사
권형욱 한국방역학회 회장은 지난 1년 간 방역학회가 방연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왔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학계와 산업의 연결고리를 잇는 각고의 노력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 12월 7, 8일 이틀간 피닉스 평창호텔에서 방역학회 세미나가 있었다. 향후 어떤 아젠다에 집중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현재 빈대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편을 많이 겪고 있다. 과학적인 해결 방법과 일반인들에게 대한 올바른 홍보, 관련 학문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개념 등에 관한 학술적 발표가 있었다. 감염병의 방제와 소독에 관련된 방역학은 아직 명확한 학문의 경계와 독립적인 학문과 산업 분야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모기가 전파하는 말라리아 방제를 위해 연구와 산업의 경계를 어디 까기 확장할 것인지에 정의가 모호해, 방역학회가 이러한 틀을 산학연관 연합체로 해 다져나갈 예정이다. 시대가 많이 복잡해지고, 국제무역과 기후변화 등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이제는 국내에 국한된 감염병을 연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앞으로 세계적인 유행 감염병과 매개곤충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연구 풍토와 인프라 및 과학적 연구를 토론하고, 학계와 사회에 적용하고 홍보하는 학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아젠다라고 생각한다.”


- K-방역에 관해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이다. 어떻게 평가하고, 보완할 점은 어떤 부분인가.

“K-방역은 정부의 신속한 대처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가능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다만, 더 발전하려면 평소에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풍토가 조성되고, 관련 감염병과 매개곤충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야 한다. 연구중심인 대학에서의 감염병 연구는 시설이나 인프라, 연구과제의 다양성 및 연구과제 규모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편중되고 많이 뒤쳐진 게 사실이다. 뎅기열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 및 감염병-매개체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는 감염병 위험도에 따라 음압 실험시설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대학 연구시설에는 아직 없다. 병원체 자체로 숙주동물이나 쥐 같은 동물의 임상실험을 하는 연구시설은 대학이나 병원연구소에 존재하지만, 매개곤충으로 다양한 연구를 하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 선진국에서는 게이츠재단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연구과제를 수주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우리는 아직 모기에 대한 과학화된 계통과 자원도 없는 상태이다. 매개곤충에 대한 기피제, 유인제, 살충제, 최신 유행하는 백신개발 등이 매개체 연구와 병행되어야 하는데, 여러 제한이 많다. K-방역을 선진화하려면 감염병에 대한 다양한 연구 인프라 조성과 함께 과학적 근거를 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 감시, 관리, 방제, 소독 분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우리 방역 인프라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평가들이 있다. 특히 민관 협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방역은 감염병 방제와 소독에 중점을 두는데, 대상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방법과 처리기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돌발적인 감염병 발생과 매개곤충의 출현으로 기존의 관행적인 방법들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방제를 지시하는 거버넌스와 방제를 실제로 실시하는 방역업체와 그 서비스를 받는 일반인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다. 방역의 과학화와 인프라 구축은 사회적인 혼란 방지 뿐만 아니라 방역 학계와 산업을 발전시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 방역 분야의 변화는 시대적인 요구다. 우리는 산학연관의 밀접한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고, 감염병균 자체의 치료와 환자관리에 치중되어 있다. 감염병과 매개체의 관리와 연구로 감염병을 방지할 수 있는 건강한 연구 및 교육 인프라 조성이 시급하다. 이는 표준화된 방제기술과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산업화로 나타날 것이며 이런 것이 이뤄질 때 진정한 민관협력이 시작되고 우리의 방역이 선진화되고 세계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 권형욱 회장은…

서울대 농생물학과(현 응용생물학과)를 나와 미국 아리조나 대학에서 곤충학/신경과학과 박사 학위를 받고 반더빌트대 박사후연구원과 서울대 연구부교수를 거쳐 2016년부터 인천대에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사단법인 한국방역학회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되어 보건 방역의 필요성과 예방 및 치료 등에 대한 표준화 및 세계 수준 연구역량 배양에 기여하고 있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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