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가족 ‧ 인간관계

[비바100] "청소년은 미래세대 아닌 현세대… 그들이 주인공"

[맘 with 베이비]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장
"문제아 보다는 문제 부모, 문제 교사가 있음을 인식하고 모범 보여야"

입력 2024-01-16 07:00 | 신문게재 2024-01-16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1 (26)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장.

 

45년 동안 위기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헌신해 온 서현석 교수. 인천교육청 대안교육지원센터장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현재는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아동·청소년교육학과 교수를 겸하면서 미래가족성장연구소를 설립해 부모 교육 및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 서현석 교수를 만나 바람직한 청소년 교육의 방향과 가족의 역할 등을 들어 보았다.

 

 

- 간단한 자기 소개부터 부탁 드립니다.

“‘나는 아이들의 눈빛을 먹고 사는 교육자’라는 신념으로 45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위기청소년과 그 가족의 관계회복을 돕는 일을 해 온 패밀리 디자이너, 아동·청소년 교육학 박사 서현석 입니다.”


- 42년째 일해 온 인천교육청 대안교육지원센터장직을 정년퇴직한 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아동·청소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기청소년 가정의 가족 관계 회복과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의 학업 지속을 돕는 미래가족성장연구소를 설립해 부모 교육 및 상담을 합니다. 우울증, ADHD 등 정서행동 불안정으로 인해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치유형 대안학교에서 치료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정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재능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2 (18)

 

- 미래가족성장 연구소 소장으로 청소년 및 부모 상담을 하고 계십니다. 미래가족성장 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저는 ‘세상에 문제 행동을 하는 청소년은 있지만 문제아는 없다. 문제 어른, 문제 부모, 문제 교사가 있을 뿐이다’라는 신념으로 위기청소년을 보듬는 일을 해왔습니다. ‘부모가 2% 바뀌면 자녀는 100% 변한다’는 확신으로 부모의 양육 태도 변화를 통해 위기 청소년이 방황을 멈추고 안정된 학업을 이어가도록 돕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회복을 돕는 ‘부자일체 감동캠프’와 다양한 주제별 자녀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부모성장학교’가 있습니다. 가족의 정체성 확립과 ‘어쩌다 부모 & 어른다움’이라는 주제로 대중 강의 등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청소년은 다음세대가 아닌 현재’ 임을 널리 전파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다음세대’라는 것은 정책용어일 뿐입니다. 이렇게 인식하는 순간,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허울 좋은 청사진일 뿐입니다. K팝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놀라운 경제효과를 창출해 낸 BTS는 결성 당시 멤버 평균나이가 19세였습니다. 그들은 중학생 때부터 열악한 공간에서 피나는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모든 상황이 ‘미래’가 아닌 ‘현재’였습니다. 지난 10년간 BTS의 경제효과는 약 42조 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청소년을 ‘미래세대’, ‘다음세대’라고 부릅니다. ‘패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세대를 여전히 소비하는 세대로 인식하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청소년은 ‘현 시대의 트렌드에 영향을 끼치는 세대’라는 인식 제고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청소년은 우리의 현재다’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청소년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지름길이 무엇일까요. 학교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 줘야 할지 궁금합니다.

“2001년 겨울에 영국을 방문했을 때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국제 규격의 천연잔디 축구경기장 4곳에 개미가 보일 정도의 조명아래서 형형색색 유니폼을 입고 축구 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잠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출국 전 고등학교에서 밤늦게 퇴근하는 중에 운동장 한 켠 농구장에서 달빛을 조명 삼아 농구하는 아이들을 봤었거든요. 이후 지자체 청소년위원회에 참석할 때마다 방과 후 청소년의 놀 공간 확보를 위해 기초지자체 단위 학교마다 인조 잔디와 조명설비를 간곡하게 건의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어요. 지금은 나름대로 청소년복지관련 정책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문화와 복지 제도, 인프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 지닌 잠재력은 놀라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청소년들을 막연한 미래 혹은 다음세대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의 잠재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청소년이 다양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의 잘못된 양육 태도와 어른다움의 결여가 그 원인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먼저 자신들이 바뀌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지해야 합니다. 부모 삶의 태도가 바뀔 때 자녀의 문제행동은 놀랍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무너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부모의 ‘불안’입니다. 특히 자녀교육에 대한 엄마의 불안이 심할수록 자녀는 무기력에 빠지며 반항과 방황의 빈도가 잦아지고, 결국 부부갈등과 가족 전체의 불화로 이어집니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부부의 ‘연합’입니다. 부모가 자녀교육 문제 전반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고, 모든 과정을 ‘공유’ 하며, 가족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때, 위기 상황의 자녀가 회복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5 (17)

 

- 자녀교육 ‘3공(共) 육아법’을 강조하셨는데,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공동양육은 육아분담이나 가사분담 등을 넘어, 자녀 성장의 모든 과정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자녀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녀교육에서 공동양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유’가 될 수 없습니다. 부부가 가족문제를 공유하려면 안정된 소통 문화가 필요하고, 원활한 소통은 ‘공유부재’로 인한 가족갈등과 부부갈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전에 부모가 가진 교육 방향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때 먼저 그 차이를 조절해 공동양육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과 저출산 문제의 시발점이 청소년기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청소년 마약 문제, 잔혹성이나 죄질이 성인보다 더 심각한 청소년 범죄, 그리고 국가 존립의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가 결국은 교육의 부재 탓이라 생각합니다. 정부가 2016년에 생애주기별 부모교육과정에 부모가 되기 전 고등학교 때부터 예비부모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로 했었어요. 대학생과 군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한 부모교육 확대도 지금은 언급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결혼관과 예비부모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반영해 출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 부모들은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 네 가지는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성,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입니다. 이런 역량을 갖추려면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범본 교육’을 통해 대인관계 역량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미래의 보장’이 될 것입니다. 저는 부모 교육 때마다 ‘이제는 관계 유산이다’라며, 부모를 통한 관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대인관계 훈련의 가장 기본적인 교육장은 가정입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