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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무술감독이 만든 연출작이 얼마나 재밌겠냐고 물으신다면......

넷플릭스 '황야'로 첫 메가폰 잡은 허명행 감독
"국제적인 화제성 안 믿겨, 곧 '범죄도시 4'로 인사드릴것"

입력 2024-02-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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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
‘황야’는 넷플릭스가 7일 발표한 1월29일~2월4일 시청 시간 순위에서 불변의 1위를 기록중이다. 조회수는 1810만회, 시청 시간은 3290만 시간이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열 아홉 살에 ‘각서’를 쓰고 영화 무술팀에 들어갔다. 배우를 지망하던 친구를 따라 현장에 갔다 새로운 세계에 눈 뜬 것. 당시 배우와 무술감독을 겸하며 충무로를 전두지휘하던 정두홍 감독이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들어올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단다.

몇 해 전 현장에서 사고로 후배를 잃은 경험이 있기에 무작정 이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을 거르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아버지가 ‘그렇다면 목숨을 잃어도 괜찮다고 써야하는거냐?’라고 되물으시더라. 그때 친구가 ‘황야’에서 권상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지훈”이라면서 “ 이후 120편의 영화에 액션을 짜고 구성했다. 허무맹랑한 판은 짜지 않는다. 늘 ‘이 두 사람이 왜 싸우는지?’를 되묻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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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황야’의 감독이자 곧 개봉을 앞둔 영화 ‘범죄도시 4’의 연출을 맡은 허명행 감독의 첫인상은 단단했다.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마동석이 “이렇게 아이디어가 많은 네가 연출을 해야 해”라고 부추길때만 해도 메가폰을 잡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비영어 부문)에 오른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30일 브릿지경제와 만난 허감독은 “배우 마동석이 가진 액션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말문을 열었다.

“기획단계부터 러닝타임 1시간 45분이 목표였어요. 등장인물의 서사를 모두 다루기엔 지루함이 있어서 과감히 들어낸 부분도 많고요. 그런 부분에선 호불호가 나뉘는건 이해합니다. 사실 마동석이 하는 청소년 관람불가 액션은 ‘황야’가 처음이거든요. 이렇게 센 수위는 단언컨대 없었습니다. 배우가 가진 유연함과 개그를 최대한 살리고자 기획 단계부터 공을 많이 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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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이번 작품에 대해 “감독과의 친분을 떠나서 생각하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극중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사냥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산(마동석)은 딸을 잃은 아픔이 있다. 자신이 구해준 수나(노정의)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의사(이희준)의 실험에 동원된 사실을 알고 구출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다. 사냥 파트너인 지완(이준영)과 동료 이상의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상)적인 분위기를 생생하게 구현한다.

“단순한 제압이 아닌 철저히 무력화 시키는 액션이 필요했죠. 기억에 남는신이요? 우정출연에 가까운 존재감인데 흔쾌히 응해준 정영주 배우님이 코에 뱀을 넣는거요.(웃음) 시나리오에 없던건데 그 덕분에 (마)동석이 형이 ‘새엄마는 무슨. 코에 뱀을 넣는 여자야’라는 대사가 탄생했죠.”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를 했던 허명행 감독은 고등학교때 사진에 빠지며 자연스럽게 운동과는 멀어졌다.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되려 극과 극의 장르적 교집합이 그의 무기가 됐다. 오랜시간 비가 오지 않은 거친 화면, 무너진 빌딩더미 사이를 방황하는 악어떼들. 인간을 노예로 삼아 무참히 죽고 죽이는 극악무도한 존재들이 가진 세기말적 패션 센스등이 눈에 띈다. ‘황야’에서도 땅에 떨어진 총을 지팡이 대신 쓰거나 어깨 근육이 너무 발달해 등에 멘 칼집의 칼이 안 빠지는 여러 신들이 그의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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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의 전체 누적 관객 수가 삼천만 명을 넘긴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4편의 연출을 맡은 허명행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심각한 액션 안에서 있으면 좋을 웃음을 녹이는 것이 마동석과 겹치는 유일한 개그코드라고. “어린시절 본 드라마 ‘V’에서 다이애나가 쥐를 먹고 피부가 벗겨지는 공포감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면서 “솔직히 권상사의 존재가 그 드라마의 오마주”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느와르 영화 ‘신세계’를 비롯해 좀비물 ‘부상행’,‘킹덤’을 포함한 수많은 영화의 액션을 찍으면서 “늘 ‘이 사람들 왜 싸우는거냐?를 묻는다. 액션에서 중요한건 기승전결에서 비롯된 서스펜스”라고 강조했다.

“저 역시 액션을 하며 척추분리증으로 두 군데가 끊어지고 손과 무릎 수술등 안 아픈곳이 없어요. 하지만 이 길을 걷는 이유는 수명이 짧은 이 세계에서 연출까지 도맡아 새로운 길을 후배들에게 열어주고 싶어서예요. 저 역시 좋은 선배님들 덕분에 이렇게 성장한거고요. ‘범죄도시 4’요? 일단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상태라 벅찬 마음이 크죠. 감히 말하지만 1편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후회 안 시킬 자신 있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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