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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작곡·지휘·앙상블 블랭크 그리고 고전과 현대음악, 최재혁 “결국 음악!”

[人더컬처] 화이트데이 콘서트 '디스커버리 시리즈2' 지휘자 최재혁

입력 2024-03-04 18:00 | 신문게재 2024-03-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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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앙상블 블랭크 음악감독이기도 한 최재혁(사진제공=앙상블 블랭크)

 

“작곡가냐, 지휘자냐, 기획자냐, 음악감독이냐…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다 음악이에요.”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앙상블 블랭크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최재혁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2017 제네바 국제콩쿠르 작곡 부문 역사상 최연소 만장일치 1위를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지난해 롯데콘서트홀에서 위촉받아 세계 초연된 ‘오르간 협주곡’ 등을 선보인 그는 작곡가다.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런던심포니를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한 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대전시립교향악단(이하 대전시향),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악단들의 포디움에 선 지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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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앙상블 블랭크 음악감독이기도 한 최재혁(사진제공=앙상블 블랭크)

 

그리고 2015년 미국 줄리어드 유학 중 결성한 현대음악 실내악단 앙상블 블랭크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어떤 한 분야에 특화되기보다 음악을 아우르는 행보를 그는 “기본값”이라고 했다.

 

“좀 진지하게 공부하면서부터 멘토셨고 저에게 영향을 많이 주신 페테르 외트뵈시(Eotvos Peter), 마티아스 핀처(Matthias Pintscher), 요르그 비드만(Jorg Widmann) 등 선생님들이 다 그러셨어요. 저의 ‘올 타임’ 최애 음악가인 베토벤을 비롯해 모차르트, 쇼팽, 최근 좋아진 멘델스존과 슈만 등 옛날 음악가들도 그랬죠. 그렇게 치면 저는 사실 악기 연주를 안하니 오히려 하나가 없는 거예요.”



◇작곡도, 지휘도, 앙상블 블랭크도 ‘음악’이라는 길 위의 동반자

최재혁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앙상블 블랭크 음악감독이기도 한 최재혁(사진제공=앙상블 블랭크)

“음악에 관련된 거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면 좋은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시각도 생기고 서로 반영도 하다 보면 오히려 이해도가 높아지기거든요.”


그의 말처럼 “따로 따로 생각하면 곡 창작부터 관객들에게 프레젠테이션하기까지 스텝 바이 스텝으로 볼 수 있지만 ‘음악’이라는 한 길 위에 있는 것들”이다.

“물론 특화된 시각은 있죠. 작곡은 창작을 하고 지휘는 그걸 전달하고 음악감독은 ‘그걸 어떻게 잘 포장해 배치할까’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작곡은 공부하는 거랑 똑같아요. 제일 에너지가 많이 든달까요. 미술가나 소설가 등에 더 가까운, 예술가적 관점의 작업이죠.”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사·석사 학위 취득 후 베를린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 아티스트디플로마(AD) 학위까지를 취득한 그는 베를린에 머물며 다양한 유럽과 미국 악단의 부지휘자 오디션에 적극 참가 중인 혈기왕성한 지휘자기도 하다. 

 

“지휘자 역시 예술가지만 관객을 첫 번째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다른 음악가들이 쓴 훌륭한 곡들을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고민하는 과정을 겪죠. 예전에는 악보가 절대값이라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연주하면서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죠. 작곡에는 악보, 지휘에는 무대라는 프레임이 있어요. 그 프레임이 어떤 걸 담았는지를 분석하고 고민하다 보니 시대를 반영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곤 “악보에 트럼펫과 플루트를 모두 ‘포르테’로 연주하라고 하지만 절대값 그대로 연주할 수는 없다. 트럼펫은 플루트의 5배 음향을 가진 악기이기 때문”이라며 “지휘자는 악기 고유의 음향을 비롯한 기본값 뿐 아니라 연주자 개인별 특성 등까지 고려한 ‘조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최재혁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앙상블 블랭크 음악감독이기도 한 최재혁(사진제공=앙상블 블랭크)

“그렇게 지휘자로서 오리지널을 살리는 동시에 각 악기별 기본값, 연주자별 특징, 악단의 사이즈, 홀의 음향 등을 고려하고 그에 따른 고민을 하면서 작곡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졌고 재밌어졌어요. 더불어 연주자, 관객 등의 다양한 해석을 기꺼이 존중할 수 있게 됐죠.”

 

이어 “옛날에는 커피잔은 엔틱한 것이 기본값이었지만 지금은 시대 변화, 사회현상에 따라 테이크아웃 종이컵을 비롯해 다양해졌다”며 “그렇다고 ‘커피’라는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작곡과 지휘는 굉장히 환상적인 작업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연주하고 들어주시거든요. 물론 악보대로 연주해도 음악은 마법이에요. 하지만 연주자의 시각, 관객들의 관점 등을 존중하고 그 다양성을 조화시키기 위해 디자인하면서 또 다른 마법이 생기는 것 같아요.” 



◇클래식도 현대음악도 결국 ‘음악’, 목표는 하나! “음악가로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최재혁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앙상블 블랭크 음악감독이기도 한 최재혁(사진제공=앙상블 블랭크)

이는 그의 직업적 정체성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의 경계에도 적용된다. 앙상블 블랭크를 통해 현대음악만을 고집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최재혁은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도, 낯설지도 모를 현대음악도 결국 음악”이라고 털어놓았다. 


“시각이 조금 불편하면 촉각을 편안하게 해주고 청각이 불편하면 시각을 좀 편안하게 해주는 식으로 다른 감각이 보완해주면 상쇄가 되는 것 같아요. 앙상블 블랭크가 현대음악을 주로 하는 악단이고 그 전 시대와는 다른 미학들을 표현하다 보니 다른 음악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음악이에요.”

그리곤 “그래서 앙상블 블랭크는 음악단체라기 보다는 공연예술단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퍼포밍, 댄스와 무용수들, 클래식음악과 전자음악, 악기들, 미디어 아트 등을 비롯해 조명감독, 무대 디자이너 등이 함께 하는 종합예술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내년 10주년을 맞아 본격화될 앙상블 블랭크의 행보를 준비하는 동시에 그는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쳐나간다. 3월 14, 15일 대전시향과 화이트데이를 맞아 ‘디스커버리 시리즈 2’ 객원 지휘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작품 61’ 중 ‘결혼 행진곡’과 ‘교향곡 제3번 가단조 작품 56’의 ‘스코틀랜드 4악장’, 라벨 ‘쿠프랭의 무덤 작품 68’ 5악장 미뉴에트,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작품 34 제14번’,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제2’번 중 ‘몬테규가와 캐플릿가’,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연주한다.

3월 16일에는 김형일 호르니스트, 18일에는 한문경 타악기 연주자가 위촉한 그의 창작곡들이 연주된다. 늦어도 3월 20일 전에는 출국해 다양한 악단 부지휘자 오디션을 위해 거주지가 있는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 유학했던 미국 등지를 오갈 예정이다.

“음악가로서 목표는 하나예요. 클래식 음악이든, 현대음악이든, 작곡가든, 지휘자든, 음악감독이든, 기획자든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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