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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홍콩ELS 사태, 이복현 금감원장 시험대

입력 2024-03-06 08:45 | 신문게재 2024-03-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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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 사진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금융감독원은 오는 11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콩ELS 판매잔액 19조원 중 15조원 이상이 은행에서 판매됐다. 올해 초부터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원금이 반토막 난 ELS 가입자들은 밤잠을 못자고 있다. ‘적금만큼 안전하다’는 은행원의 말만 믿고 초고위험 상품인 ELS에 가입해 노후자금까지 다 날리게 됐다는 가입자들은 원금 100%를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요 ELS 판매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해온 금감원은 일괄 배상이 아닌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차등배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연령층과 투자경험, 투자 목적, 은행 창구에서 들었던 설명 등 수십가지 요소들을 매트릭스에 반영하면 수백가지 배상 조합이 만들어진다. 어떤 경우는 가입자가 더 많은 책임을 지거나 전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배상안이 나오면 비용처리로 인해 올해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가입자들이 기대했던 수준의 배상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절망과 분노가 감독당국과 은행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배상기준안 발표가 끝이 아니라 이를 기점으로 가입자와 은행간 새로운 갈등과 긴장, 집단소송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내 일반적 관측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단기자금 시장 경색, SVB·크레디트스위스 등 해외 은행들 파산 사태, 새마을금고 뱅크런 등의 위기상황을 겨우겨우 넘어왔다. 이번 홍콩ELS 사태 또한 이복현 원장의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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