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음악

[비바100] 국립심포니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지휘자 윤한결 “즐거운 지휘, 괴로운 작곡…열심히 해야죠!”

[人더컬처]

입력 2024-03-06 18:00 | 신문게재 2024-03-07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지휘자 윤한결
지휘자 윤한결(사진제공=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는 계속 즐거운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연주를 하며) 소리를 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음에도 간접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거든요.그리고 수많은 단원분들과 음악가, 매니저분들 등과 계속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참가했던 ‘2023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급부상한 윤한결은 ‘지휘’에 대해 “즐겁다”고 했다.


◇즐거운 지휘, 괴로운 작곡

윤한결 ⓒGstaad Menuhin Festival
지휘자 윤한결(사진제공=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하면서 주어진 부상으로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에서 빈 방송교향악단 포디움에 서며 공식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더불어 이 무대에서 그는 직접 작곡한 현대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후 지휘자로서 더 많이 활동 중인 그가 “현대곡을 하나 지휘하면 좋겠다”는 페스티벌 측 의견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가 한곡 쓸까요”라고 나서면서 성사된 무대다.  

 

라벨 두개의 피아노 협주곡
윤한결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가 선사하는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포스터(사진제공=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그 무대도 중요하지만 이곡을 어떻게 마칠까, 작곡할까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지난 두달 동안 열심히 작곡을 해보려고 했어요. 3년만의 작곡이다 보니 다 지웠죠. 쓰고 마음에 안들어 다음날 지우고를 반복하며 지금은 한 10마디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다행이라면 “제가 작곡을 할 때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당시에 떠올렸던 감정이나 아이디어들을 다 남겨두긴 한다”는 사실이다.

 

이어 그는 “그러다 보면 갑자기 작곡이 잘 될 때가 있어서 그것만 기대하며 쓰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구 외곽의 시골에서 태어나 피아노학원을 다니다 연주 보다는 음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에 의해 작곡을 시작해 지휘자로까지 성장한 그는 “작곡은 괴롭다”고 했다.

“지휘나 연주는 이미 완성된 작품들을 하잖아요. 그 자체에 힘을 쏟으면 되는데 작곡할 때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갑자기 뭐가 떠올라요. 떠오르자마자 바로 썼는데 다음날 보면 너무 별로거나 아침에 떠올라서 저녁에 써야겠다 했는데 막상 기억이 안나거나.”

그리곤 “쓰고 지우는 것도 물론 필요한 과정”이라면서도 “그래도 보이는 결과가 너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휘는 동작 한번으로 이미 만들어진 멋진 작품의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바로 느껴지는 게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윤한결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와 장-에프랑 바부제 협연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사진제공=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장-에프랑 바부제는 아마도 세계적인 라벨 피아니스트로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어쩌면 톱일 수도 있는 분이에요. 그만큼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무대에 앞서 그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라벨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Jean-Efflam Bavouzet)가 함께 하는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3월 9일 롯데콘서트홀) 포디움에 선다.

이번 무대에서 윤한결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는 장-에프랑 바부제와 협연으로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M.83’(Piano Concerto in G major),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M.82’(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in D Major, M. 82)을 선사한다.

 

윤한결
지휘자 윤한결(사진제공=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더불어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바츨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 등과 발레 뤼스(Ballets Russes)를 이끌었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풀치넬라 모음곡’(Pulcinella Suite for orchestra))과 ‘불새 모음곡’(The Firebird Suite, 1919 버전)을 연주한다.

 

“사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 The Rite of Spring)을 연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장-에프랑 바부제 선생님께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두곡을 연주하신다고 해서 ‘풀치넬라 모음곡’과 ‘불새 모음곡’을 선곡했습니다. ‘봄의 제전’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이 곡만을 위해 모두를 쏟아내도 잘 될까 말까한 작품이거든요.”

그렇게 이번 무대에서는 “스트라빈스키 전성기에 시작된 ‘불새 모음곡’과 작곡가로서 황혼기이자 꿈을 이룬 후 인생의 하이라이트 시기였던 때의 ‘풀치넬라 모음곡’을 연주한다.”


◇테크닉이 뛰어난 지휘자, 이해가능한 작곡가를 꿈꾸며 “열심히!”

지휘자 윤한결
지휘자 윤한결(사진제공=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인물, 카리스마, 음악적 해석 등도 중요하지만 저는 테크닉이 뛰어난 지휘자를 꿈꿉니다.”

이렇게 전한 윤한결은 “물론 테크닉이 좋은 음악적 해석이나 퀄리티와 비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휘자의 테크닉이 음악가들에게 아무 말 없이 바로 전달된다는 게 언제나 지휘자로서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부연했다.

“그냥 동작만으로 오케스트라 전원이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테크닉이요. 동작만으로 미세한 시간, 템포, 소리를 조절하는 그런 지휘를 좋아합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는 자세 하나만으로 갑자기 음악의 흐름이 바뀌는 마법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저도 그런 지휘를 좋아합니다. 여전히 90%는 아니지만 30~40% 정도는 저의 지휘적 테크닉으로 채우고 싶습니다.”

작곡가로서는 “표현이 이해 가능한 작품을 쓰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3년 전 마지막으로 작곡했던 작품이 힙합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통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음악을 표현하는지를 보고 클래식 악기에 제 아이디어를 접목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무대에서 연주할) 현대음악 작곡을 새로 시작하면서 요즘 발표되는 음악들에서 빠진 요소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화성적인 것과 이해가 쉬운 간단한 리듬들이 비율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약간의 감동을 주는 작품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 작곡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엄청 많은 실패를 겪고 있죠. 그저 열심히,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