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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영업자들이 '의사 연봉 공방'에 뿔난 이유

입력 2024-03-07 14:11 | 신문게재 2024-03-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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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져 수많은 환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운데 전국 자영업자들도 뿔이 났다. 35세 전문의가 받는 연봉이 3~4억원이라는 한 의과대학 교수의 발언을 대한의사협회가 반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현실을 오도했기 때문이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달 22일 35세 전문의 연봉이 3~4억원이라는 발언에 대해 “35세 면 갓 전문의가 된 나이인데 연봉이 4억원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개원의의 세전 연봉은 2억8000만~2억9000만원으로 40세 자영업자 수준인데 이게 비난받을 정도로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의사들의 급여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종합병원 봉직의의 평균 임금 소득은 19만5463달러(약 2억6000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평균과 비교해도 1.8배에 이르는 액수다. OECD 회원국 봉직의 평균 임금 소득은 10만8482달러(1억4429만원)이다. 특히 한국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높은 네덜란드나 독일보다도 국내 의사의 연봉이 높았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고금리에 경기 둔화까지 겹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사람의 연소득은 평균 1938만원으로 2020년보다 5.4% 줄었다.

자영업자들이 3개월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대출 규모는 최근 1년 새 50% 이상 불어났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73만1283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335만8499명) 가운데 절반 이상(51.5%)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691조6232억원에 이른다.

이런데도 의사 연봉이 40대 자영업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힘든 소상공인을 앞세워서는 안될 것이다.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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