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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감독 하정우'는 장준환의 뒤를 이을 '저주받은 걸작'을 일찌감치 내놨다!

[#OTT] 개봉당시 27만 명 모은 영화 '롤러코스터', 다시금 회자될 재기발랄한 연출작으로 눈길
코믹휴먼장르 '허삼관'이어 사업과 골프 소재로 한 '로비'선보일 예정

입력 2024-03-13 18:30 | 신문게재 2024-03-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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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 영화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급으로 회자될 엄청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최근 개봉 21년 만에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을 확정지은 ‘지구를 지켜라’는 난해하고 기괴한 연출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 믿는 병구(신하균)는 외계인을 처단한다는 명목하에 주변 인물들을 살해하는 내용을 기괴하고 난해하게 그렸다. 

영화 롤러코스터3
괴랄하고 귀여운 승무원들 중 가장 인상깊은 연기는 기장으로 나온 한성천이다. 한국인이라면 결코 소화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로 등장, 이후 하정우 영화의 페르소나라 할 정도로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는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할리우드 버전은 그리스 출신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그간 영화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타 감독이 어떤 변주를 내 놓을지 기대되는 가운데 ‘롤러코스터’ 역시 그 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이 있다면 장준환 감독은 이후 화제작 ‘1987’을 내 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롤러코스터’는 충무로에서 ‘최연소 누적관객수 1억명 돌파’라는 타이틀을 가진 하정우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이다. 전작이 초짜 감독의 기발함으로 정의된다면 후자는 연기로 평단과 대중성을 잡은 배우의 발랄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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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하정우 감독은 직접 포스터를 그리기도 했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류승범의 경험담에서 출발한 ‘롤러코스터’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일본에서 촬영을 마치고 귀국 하는 길에 태풍 볼라벤을 만나 세 차례나 정도 착륙 실패를 겪고 무사히(?) 제주도 공항에 착륙한 선배의 경험담을 흘려듣지 않은 하정우는 곧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한다.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학교 동문인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그간 작품에서 쌓은 인연들도  대거 출연해 보는 맛을 더한다.

영화는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 시작된다. ‘육두문자맨’이라는 욕쟁이 캐릭터로 한국을 넘어 일본을 사로잡은 그는 걸그룹 멤버와의 열애설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고작 1시간 거리의 비행이지만 사실 그는 결벽증과 비행공포증, 편집증까지 지니고 있다. 조용히 아무도 몰래 한국에가 연인 수영을 달래야 한다. 하지만 비행기의 분위기가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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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얼굴로 성공할 사람은 너 밖에 없다”며 일찌감치 하정우의 ‘찜’을 받은 걸로 알려진 정경호. 그의 반듯한 이미지를 딛고 개그도 되고 인간적인 역할의 포문을 연 작품은 사실상 ‘롤러코스터’라고 봐야한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그가 탄 바비항공사의 직원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스튜어드와 스튜어디스지만 뭔가 비밀스럽다. 그들은 웃으며 복화술로 손님을 욕하고 커텐 뒤에서 몰래 와인을 마신다. 하필 귀국행 비행기 안에는 양다리를 걸친 승무원도 있다. 복도에서 마주친 그는 거침없이 따귀를 날리고 기체가 흔들리는 사이에 하이힐로 발등을 밟으며 응징에 나선다.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일본 스튜어디스(고성희)에게 눈길을 가는 건 타고난 바람둥이여서일까.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비행기에 탄 부류는 다양하다. 닭살 신혼부부와 채식을 강요하는 오지랖 스님, 타 항공사 회장과 깐깐한 여비서 등이 기류 난조와 더불어 마준규의 신경을 긁는다.

 

영화 롤러코스터1
결국 이 비행은 안전한 착륙을 하지만 결국 사망자를 낸다. 지금은 일상이지만 이때만 해도 생소했던 AI 안경을 착용한 회장이 기내에서 능글맞게 “공주님”이라고 내뱉는 대사는 이후 벌어진 땅콩회항과 더불어 시대를 내다본 연출력이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롤러코스터’의 재미는 진상손님과 정상 승객의 구분이 아니라 기내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들의 민낯이다. 기장은 음주운행을 하고 부기장은 팬티차림을 한 채 오토운행으로 비행기를 몬다. 꽁초를 문 그들과 달리 전자담배를 입에 문 수석 사무장과 손님에게 제공되는 와인을 병째로 마시는 모습은 ‘정말 저럴까?’라는 의문 대신 낄낄거리게 되는 마법을 발휘한다. 

 

다시봐도 재미있는 부분은 당시 정경호의 짝사랑 상대였던 소녀시대 수영의 이름이 극 중 마준규의 현재 연인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정경호는 2012년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당시 MC였던 수영을 언급하며 “군 생활을 하면서 모든 걸그룹이 힘이 됐다. 그 중에서 소녀시대 멤버 수영이 가장 큰 활력소가 됐다” 고백하며 숨겨준 마음을 고백했는데 이 작품은 전역 후 첫 작품이다. 그들은 몇번의 열애설을 부인해 오다 2014년 공식 연인임을 선언했다.

 

영화 롤러코스터
최규환 배우가 적재적소에 터트리는 진상연기는 직업이 기자인점에서 의미심장하다.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이제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연이자 제작자로 이름을 높인 마동석과 ‘초롱이’ 캐릭터로 대중성을 확보한 고규필의 남다른 ‘싹’을 볼 수 있다는 게 ‘롤러코스터’가 가진 장점이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하정우와 인연을 맺은 김성균이 일등석 똥남으로 등장한 부분은 짧지만 중독성 강한 병맛을 남긴다. 안과의사로 나온 이지훈의 개그감은 이후 오라메디 CF로 이어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기류 이상으로 기절한 열혈팬(황정민)의 배를 보고 복수가 찼는지 확인하는 장면 등을 보는 내내 낄낄거리게 되는 건 한번만 봐서는 알아 챌 수 없는 ‘하정우식 유머’다. 막상 들을 땐 ‘어디에서 웃어야 하지?’라고 멍한 표정을 짓다가 집에 와서 웃음이 터지게 되는 마력의 개그감이다. 

 

소란이 가득한 비행기 안에서 바비항공의 로고는 하정우의 매니저이자 그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소개하고 자신의 그림으로도 여러 번 등장한 인물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나 세상을 바꿀 주제가 아니더라도 하정우가 추구하는 영화적 시선은 늘 사람을 향해 있다. 그의 첫 연출작 러닝타임은 94분. 5억원의 저예산으로 27만명을 모았으며 모든 수익은 공평하게 1/N을 했다고 알려진다. 감독으로서 하정우는 두 번째 영화 ‘허삼관’으로 웃음과 감동의 휴먼 코미디를 내놨으며 곧 골프를 소재 한 ‘로비’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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