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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마태수난곡’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서 저의 불완전함을 깨닫죠!”

입력 2024-04-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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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자루스키
바흐 ‘마태수난곡’을 준비 중인 카운터테너 필립자루스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예전에는 ‘독특한’ 것에 대한 관심이었다면 이제는 매우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전문 카운터테너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이제 저희 카운터테너들이 서정적인 목소리까지 담당하게 된 것 같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나 음역대가 아니라 무엇으로 표현하냐 거든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마태수난곡’(St.Matthew Passion, BWV 244, 4월 3일 롯데콘서트홀, 4월 7일 LG아트센터) 내한 공연 준비에 한창인 카운터테너(Countertenor) 필립 자루스키(Philippe Jaroussky)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와 음역대 보다는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란체스코 코르티(Francesco Corti)가 이끄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reiburger Barockorchester, 이하 FBO)와 협연할 ‘마태수난곡’에 대해 “바흐의 음악은 어떤 악기로든 연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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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마태수난곡’을 준비 중인 카운터테너 필립자루스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바흐는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루고 있어요. 당연하게도 다른 악기들의 파트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모든 감정을 이탈리아어 레퍼토리보다는 더 단순하고 냉정한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죠. 그래서 바흐의 성악곡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프레이즈 사이에 숨을 쉴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서 항상 제 자신의 불완전함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죠.”

‘마태수난곡’은 바흐 서거 후 단 한번도 연주되지 않을 만큼 심오하면서도 까다로운 작품이다. 1927년 완성돼 1979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된 후 무려 100년만인 1929년 3월 11일 20살이던 펠릭스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에 의해서 다시 연주됐다.

바로크 음악의 위대한 유산이자 교회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기념비적인 이 작품에서 필립 자루스키는 알토 파트를 담당하며 복음사가 역의 테너 막시밀리안 슈미트(Maximilian Schmitt), 예수 역의 바리톤 야니크 데부스(Yannick Debus), 사건의 상황과 감정 등을 표현하는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스퍼(Kateryna Kasper) 등과 호흡을 맞춘다.

‘마태수난곡’ 중 알토의 대표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Erbarme dich)를 위해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작업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그는 “바이올린 솔로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후회의 강렬함과 극적인 면을 기악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알토 파트를 메조 소프라노가 맡을 때와의 차이에 대해 필립 자루스키는 “카운터테너 뿐 아니라 메조 소프라노 역시 다양한 색채와 기술이 있기 때문에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며 “제 목소리는 아마도 메조 소프라노 보다 가볍고 때로는 더 연약한 소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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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마태수난곡’을 준비 중인 카운터테너 필립자루스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카운터테너는 음역대 보다는 노래하는 방식으로 정의해요. 저는 두성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카운터테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맑은 소프라노로 시작해 메조를 했고 앞으로는 알토 파트를 더 많이 부르고 싶어요. 목소리 색깔이 매우 선명하고 여전히 맑고 미묘해서 사람들이 제가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온몸으로 더 많이 노래하면서 더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 중이죠.”

 

그는 ‘마태수난곡’ 중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로 극 마지막에 소프라노가 부르는 ‘사랑 때문에’(Aus Liebe)를 꼽았다. “신기하게도 ‘마태수난곡’에서 좋아하는 아리아 중 제 곡은 없다”는 그는 “이 아리아의 단순함과 아름다움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이유를 전했다.

‘마태수난곡’은 작곡된 지 300년도 더 된, 게다가 특정 종교를 위한 음악이다. 어쩌면 ‘장벽’으로 작용될 수도 있는 이 음악이 지금의 대중에게 유효한 이유에 대해 그는 “관객 중 일부는 이미 이런 종류의 콘서트 관람 후 영성과 아름다운 음악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 지금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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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마태수난곡’을 준비 중인 카운터테너 필립자루스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3시간 동안 앉아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침묵을 지키며 잠시 이 혼란스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올린으로 클래식 음악계에 입문해 성악가로 노래를 시작하면서 자유와 기쁨을 느꼈다는 그는 지휘자이기도 하다. 

 

지난 20여년 간 카운터테너로서 고음악은 물론 낭만주의 음악, 현대음악,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해온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이고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와 사라 본(Sarah Vaughan), 니나 시몬(Nina Simone)의 열혈한” 팬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저 자신을 가수라기보다는 뮤지션이라고 늘 생각해 왔어요. 20년 넘게 많은 음악적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저만의 앙상블 ‘Artaserse’도 가지고 있죠. 그곳에서 지휘하며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습니다. 이 앙상블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 2개의 오페라를 지휘했고 이 역할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지휘를 하면서 무대에 서는 가수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거든요.”

그는 앙상블 ‘Artaserse’와 더불어 파리의 젊은 음악가들을 육성하는 ‘L’Academie Musicale Philippe Jaroussky‘를 2017년 설립했다. 이 아카데미에 대해 필립 자루스키는 “아이들이 무료로 피아노나 첼로 또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향후 더 많은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며 “신진 인재를 지원하는 재단처럼 마스터 클래스, 콘서트, 라디오 방송 등의 기회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제가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기회와 저를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젊은 아티스트가 첫 계약을 맺기 위해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현실을 깨달았거든요. 우리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재능이 너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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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마태수난곡’을 준비 중인 카운터테너 필립자루스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노르망디에 터를 잡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음악은 이미 제 인문학적 감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가능한 한 평범한 삶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말을 듣고 가족, 친구를 만나려고 노력 중”이라는 그는 “지난 20년간 카스트라토 레퍼토리에 많은 집중을 했다. 앞으로는 피아노와의 리사이틀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과 더불어 “실제로 올해 발매될 슈베르트 앨범 전체를 제롬 뒤크로스(Jerome Ducros)와 녹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큰 도전은 6~7월 베를린 슈타츠오퍼(Staatsoper Berlin)에서 공연될 마크-앙드레 달바비(Marc-Andre Dalbavie)의 새 오페라 ‘멜랑콜리에 드 라 레지스탕스’(Melancolie De la Resistance)일 거예요. 데이비드 마튼(David Marton)의 노래로 꾸린 새로운 오페라로 제 캐릭터가 매우 복잡하고 강해서 올해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 될 거예요. 제 목소리가 살아있는 작곡가들에게 영감이 된다니 매우 흥분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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