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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이인실"최저임금 일률적 인상해선 양극화 못막아"

[브릿지 초대석]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이인실
"여성일자리 여전히 부족…여성인력 활용해야”
경제학과 타 학문 융합 통해 한국경제 새 활로 제시

입력 2018-07-06 07:00 | 신문게재 2018-07-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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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정’을 깨고 여성으로는 처음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그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50%를 겨우 넘는 여성경제활동 비율을 감안하면,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인 노동자에 앞서 여성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이 교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틀리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자본과 고소득층이 가진 것을 빼앗아 노동과 저소득층으로 옮기는 재분배로는 성장을 이룰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속’으로 치닫는 재정지출 문제에도 깊은 우려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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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 차기 회장에 선출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29일 대학 교수실에서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윤 모기자 yym@viva100.com)

 

- ‘금녀의 영역’인 한국경제학회장에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선거공약으로 ‘현실경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현실경제의 답을 얻으려면 경제학 하나로는 부족하다.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와 다른 학문들을 융합하는 시도를 할 생각이다. 경제와 정치, 경제와 보건 등이 그 예다. 그것이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경제학자이니 당연히 비판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도하게 보이는 것은 경계하려고 한다. 정부만 비판하는 게 아니라 1930년대 이후 경제학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려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정부는 생존을 위해 포지션을 잘 잡아야만 한다. 한국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특히 ‘형평’에 대한 부분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싶다. 



- ‘형평’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정부가 그 길로 가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이론적으로도 틀린 건 아니다. 자본과 노동, 노동 내에서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도 있으니 재분배가 필요한 것도 맞다. 다만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성이 올라야 한다. 자본의 몫을 뺏어 노동에 주면 자본가가 더욱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이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의 주장이지만 실제 성공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방법론도 잘못됐다.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게 최저임금 인상이지만, 이는 ‘일률적’이라 틀렸다. 양극화를 막지 못한다. 저소득층에 직접 돈을 주는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재정지출을 함부로 늘려선 안 되지만 양극화 해소를 하려면 선택적으로 저소득층에 직접 지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해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역대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들도 포장만 다를 뿐 이와 같은 것이지만 실행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껏 나온 정부의 일자리정책들은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재정지출을 하는 것일 뿐 새로운 건 없다.



- 현 정부도 재정 확대 속도가 너무 빨라 ‘과속재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 부분이 걱정이다. 규제를 개혁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는데도 이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 모두 돈을 들이기만 했다. 그렇게 창출한 일자리들은 보건·복지 분야라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들이다. 재정지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제일 손쉽지만 제일 마지막에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데다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손 세대를 생각하면 재정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우리 재정이 겉으론 튼튼해 보이지만 국채를 발행해도 이자율이 실질성장률보다 낮았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저성장 국면이라 갈수록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다. 국가부채가 30%를 넘으면 이자를 감당치 못해 또 국채를 발행해야 해 빚이 빚을 부르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점차 은퇴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때가 오고 있어 결국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때가 올 수밖에 없다. 재정은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꼭 써야 한다면 ‘투자’를 하는 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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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경제학과 다른 학문간의 융합을 통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나아갈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양윤모 기자yym@viva100.com)

 

-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학자로서 해법은 갖고 있나.

솔직히 경제학자들은 저출산을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다.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 효과가 없었던 만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틀렸음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 등과도 연관돼 있다.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강해지는 사회문화 변화 속에서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낳을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과거 시각으로 저출산 문제를 보고 보육 지원 정책 정도만 내놓으니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 젊은 세대들이 질이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과 같은 취업난은 분명 기성세대들의 잘못이 크다.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임을 인식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정부에서도 최근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성장정책을 평가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이 조화를 이뤄야 할 텐데 지금은 따로 노는 분위기다. 특히 공정경제의 경우 더욱 어렵다. 대기업 위주로 불균형 성장을 했기 때문에 이를 고쳐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하청업체다 보니 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난 모습이다. 비정규직 문제만 생각해도 현 구조는 근본부터 잘못됐다. 비정규직은 고용안정성이 낮은 만큼 정규직보다 보수가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이지 않나. 



- 첫 여성 한국경제학회장인 만큼 여성 차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수적으로만 보면 늘었지만 자세히 보면 하위직이나 특정 직종에 몰려있다. 그나마 시험을 치고 들어가는 곳은 낫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유리천장이 여전하다. 전체적으로 양성평등이 이뤄져 균형을 이뤄야 한다. 노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여성 노동력을 더욱 활용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문화적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여성 인력이 훨씬 저렴하다. 근본적인 분야부터 여성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에게 실권을 쥐어줘야 한다. 



-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무역·기술전쟁과 남북·북미대화 등 대외변수가 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거시경제 정책을 펴야 할까.

지금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경제규모가 어중간한 데다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들과 인접해 있어 변수가 많다. 정부가 금리나 환율, 물가 등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돈을 풀지, 말지가 아니라 어느 수준으로 풀어야 하는지를 짚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을 더 투입하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도 더 긴밀한 협력을 이뤄야 한다. 견제와 균형은 하되 정책협력을 통해 더 강한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과거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면서도 정부가 환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고 해도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당연히 지속해야 하고 환율주권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국제금융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우리는 금융 자체도 미숙해 은행이 크게 돈은 못 벌고 소시민들과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장사만 하는 모양새다. 국제금융을 통해 크게 돈을 벌어야 한다. 민간에서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새로운 시도를 허용해줄지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없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금융 감독은 하되 작은 디테일까지 따지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무역과 금융은 빠져있다. 한국경제는 무역과 금융으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 중히 여겨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윤종원 전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선임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도 절실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빨리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 의사결정)을 해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하루빨리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신산업이 아니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쉽지 않다. 규제를 풀어서 정부가 그다지 손해를 보는 것도 없다. 그래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과거 경제정책회의에 참석했을 때 느낀 것은 각 부처가 서로 업무를 선 긋고 넘보지 않는 행태였다. 서로 데이터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청와대가 힘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결국 대통령도 자신이 없어서 시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이 실패할지라도 옳은 의도였다면 칭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책에 조그만 잘못만 있어도 들고 일어나니 어느 정부가 과감히 일을 하겠나.
 

 

◆ 이인실 교수는 누구?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초’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국내 여성경제학자 1세대로 시작해 초대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을 거쳐 2009년에는 첫 민간 출신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경제학회 66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되어 내년 2월에 정식 취임하게 된다. “(여성이 깨야 할) 마지막 유리천정을 깼다”고 자평할 만큼 의미 있는 자리다. 

 

이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나경제연구소 금융조사팀장에 이어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을 거쳐 2009년에는 첫 민간 출신 통계청장을 지냈다. 

 

그는 “이번에는 젊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여성이 경제학회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허들’을 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여성경제학 1세대라 이번이 아니면 10년 내에 어렵다고 생각했단다. 이 교수는 현재 서강대에서 남덕우 전 국무총리를 기념해 만든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의 원장도 맡고 있다. 

 

대담=조진래 편집국장

정리=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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