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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자영업시장을 강타한 ‘구성의 오류’

입력 2019-02-20 07:00 | 신문게재 2019-02-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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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개인적 측면에서는 가치를 높여주는 행동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학자들은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이론으로 설명한다.

경제학자들은 구성의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로 절약의 역설(paradox of saving)을 꼽는다. 한 개인이 근검절약으로 저축을 늘리는 행위는 개인의 부를 증대시키는 것이므로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개인들이 저축에 몰두하면 어떻게 될까.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성장을 더디게 만들어 사회 전체의 부를 감소시키게 된다.

이같은 역설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대에 현실로 등장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고령사회 일본은 고용과 연금에 대한 불안으로 중장년, 노인 세대가 지갑을 닫아버렸다. 과다한 절약이 장기불황의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도 ‘구성의 오류’ 이론이 적용된다. 나 혼자만 자녀 과외를 시키면 성적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너도 나도 자녀 사교육에 뛰어들면 상대적 차별화 효과는 사라지고, 사회적 비용만 치솟게 된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 속하는 필자도 두 아이에게 통산 12년간 쏟아 부은 사교육비를 대략 계산해보면 부부의 노후연금을 넣고도 남을 정도여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비단 필자뿐이랴. 700만명을 웃도는 베이비부머 대부분의 처지가 이렇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구성의 오류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때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비이성적 과열 현상을 ‘허드효과(Herd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0년의 일본, 2008년의 미국에서 부동산에 대한 비이성적 과열은 참담한 후유증을 남겼다.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온갖 대책을 다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의 소상공인 간담회도 격앙한 소상공인들을 달래는 것 외에 뾰족한 답이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자영업 시장도 ‘구성의 오류’가 낳은 회색빛 화산재들이 뒤덮고 있는 상황이다. 어두운 미래가 두려워 지갑을 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외식, 쇼핑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영업 시장 안에서 혁신이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와 손뼉이 맞아야 할 터인데, 무슨 재주로 자영업 시장을 성장, 혁신시키겠다는 것인지…. 총선 표를 의식한 이벤트이겠지만, 참 딱한 일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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