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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젠트리피케이션의 끝은 '공멸'

입력 2019-04-17 07:00 | 신문게재 2019-04-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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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젠트리피케이션(내몰림 현상)이 서울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로수길, 삼청동, 경리단길 등 한때 황금상권으로 불리던 곳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사회학자가 1960년대 영국 런던을 관찰하다가 떠올린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의 슬럼가가 고급주택가로 변하는 현상을 지칭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개발에 따라 원래 거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됐다. 서울 지역에서 내몰림 현상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가난한 문화예술인과 솜씨 좋은 소상공인들이 월세가 싼 곳을 찾아 둥지를 튼다. 이런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자연스레 몰려들면서 개성이 강한 상권으로 모습을 갖추게 된다. SNS(사회관계망) 발달로 이들 상권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상가 소유주들도 소비자들이 몰리자 임대료를 올릴 궁리를 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이 건물주들에게 탐욕의 불을 댕긴다. 이들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빈 틈을 비집고, 임대료 인상에 열을 올린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밀집해있던 가수로길이나 삼청동, 경리단길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데는 내몰림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가로수길을 키운 주인공들은 원래 압구정 로데오에서 밀려난 패션디자이너 겸 가게주인들이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점포 월세가 급등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압구정동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로 가로수길 상권이다. 2010년대 중반 가로수길 점포 월세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자 주인공들은 밀려나고, 그 자리는 상업자본의 직영점들이 차지하게 됐다.

삼청동 상권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이태원 경리단길이 화제다. 2016년까지만 해도 경리단길은 수제맥주의 성지로 불렸다. 이국적인 맛과 분위기를 내는 레스토랑, 카페들이 잇따라 생겼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경리단길 상권을 형성했던 주인공들도 이태원 중심부에서 높은 임대료를 피해 둥지를 옮긴 자영업자들이다.

내몰림의 결말은 공멸이다. 내몰림의 주체도, 객체도 얻을 게 없다. 100년 이상 된 노포(老鋪)들이 즐비한 일본의 상생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에는 임대인이 과도한 욕심을 낼 수 없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이다. 이 법은 임차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재산을 공개하는 한국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 및 상가소유주로 나타난다. 이들이 만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누구를 보호하는 것일까.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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