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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주인을 찾아주세요”
점심시간을 넘긴 시각, 봉투 2장을 든 50대 남성이 지구대로 들어섭니다. 봉투 안에는 각각 1억1500만원짜리 수표와 주민등록등본이 봉해져있었죠. 한 아파트 단지에서 봉투를 주었고,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주저 없이 지구대로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무언가 ‘중요한 일’에 쓰일 돈 같다면서 말이죠.
“돈 주인이 얼마나 찾고 있을지 걱정돼요. 빨리 찾아주세요”
지구대로 들어온 사람은 올해 53세인 우영춘 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습니다.
법적으로 유실물을 찾아준 사람에게는 5~20%의 보상금을 지급해야합니다. 경찰은 우씨에게 유실물법에 관해 설명하고, 보관증을 써 준 뒤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돈은 주인에게 돌아갔고, 보상금을 전달하려 하자 우씨는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고생하는 경찰관에게 수박이라도 한 통 사주면 그걸로 됐다”
결국 우씨는 보상금 대신 수박 한 통을 받아갔습니다.
우씨는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아빠였습니다. 아내 없이 월세 30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었죠. 큰 딸은 지적장애 2급을 앓고 있습니다.
그는 국가가 제공한 일자리를 얻어 택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85만원 수준으로, 생계·주거 급여를 합쳐 한 달에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모두 합치면 130만~140만원 정도 됩니다.
한창 클 나이인 아이 두 명과 성인 남자가 먹고 살기엔 상대적으로 빠듯하지만, 우씨는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타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운 사람은 신속하게 유실자(잃어버린 사람) 또는 소유자, 그밖에 물건회복의 청구권을 가진 자(돌려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돌려주거나 경찰서(제주도의 경우 자치경찰단) 등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습득물의 보관비, 공고비, 그밖에 필요한 비용은 물건을 반환받는 자나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이를 인도받는 자가 부담합니다.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5%~20%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데요. 비용과 보상금은 물건을 반환한 후 1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힘들게 번 돈일 텐데 함부로 가질 수 있겠어요? 당연한 일을 한 건데 보상금은 무슨….”
우씨가 보여준 정의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참 살만한 세상입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