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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같은 책도 즐기는 방법은 제각각… 종로 서점 탐방

[It Place] 찾아가는 공간으로 변신한 '취향별 맞춤 서점들'

입력 2016-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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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책을 보러온 고객들이 책장 사이 의자에서 책을 읽고 있다.

 

도시를 꽁꽁 얼린 기록적인 한파는 끝났지만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여전하다. 서점은 이런 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훌륭한 실내 문화 공간이다.

 

그곳에선 따뜻하고 여유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규모가 큰 서점에는 책 외에도 문구류, 디지털 기기, 디자인 소품 등이 진열돼 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고객은 서점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얻고 계획하지 않은 소비를 하곤 한다.

 

서점 탐방의 중심은 단연 '종로'다. 대형서점에서 중고서점, 독립서점까지 종로에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즐비하다. 

 

 

◇'열독파'… 교보문고, 대형 독서테이블 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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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1호선 종각역에서 광화문까지 도보로 10~15분 거리 내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서점 세곳(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이 모여있다. 그중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달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실내를 재구성했다. 전체적으로 통로는 넓어졌고 곳곳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방문자들은 더 이상 쪼그려 앉거나 서서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한파가 절정을 이룬 지난 주말 교보문고에는 유독 많은 사람이 모였다. 10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대형 독서 테이블은 새로워진 교보문고를 대표한다. 이는 약 5만년 된 카우리 나무를 통으로 가져다 만든 테이블로 사람이 많이 찾는 주말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였다.

교보문고 새 단장 소식을 듣고 찾아 왔다는 신영주(45)씨는 서점을 ‘도서관’에 비유했다. 그는 “보통 서점에는 오랫동안 책을 읽기 힘들다. 내가 기억하는 교보문고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젠 도서관처럼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어 아주 좋다. 책 한권을 사더라고 일부러 이곳을 찾아올 것 같다”며 웃었다. 교보문고의 최희남 과장은 “매장 내 휴식공간이 많아져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객의 반응도 아주 좋다”고 전했다.


◇'사색파'… 영풍문고, 조용히 책보기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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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에 있는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종로점도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영풍문고는 책이 있는 서가와 문구류와 디지털기기를 파는 장소를 층별로 분류해 고객의 편의를 돕는다. 영풍문고 종로점은 1992년 7월 14일 개점, 국내 서점 중 최대 규모인 3200평을 자랑한다. 서점 내부는 특별한 장식 없이 책으로만 구성돼 있다. 덕분에 고객은 조용히 책을 살펴보고 필요한 만큼 읽어볼 수 있다.

이동 통로마다 눈길을 끄는 상품을 전시해 고객 발목을 잡는 교보문고와의 차별점이다. 청계천 주변에 있는 영풍문고와 달리 반디앤루니스는 사람의 이동이 잦은 종로 한복판에 있다. 주변에는 YBM, 파고다 등 영어학원이 밀집해있어 이곳엔 토익과 토플 등 영어 서적을 찾는 사람이 많다. 영어 학원에 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에 대기업 인적성, 시사상식 책 등이 인기다.


◇'실속파'… 알라딘 중고서점, 같은 책 더 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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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 사정에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문화 지출을 줄인다. 책 역시 ‘절약’의 대상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에게 권당 1만원이 훌쩍 넘는 책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은 인근 대형서점에서 본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다시 읽고 싶은 고전부터 신간까지 중고서점에서는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책들을 정가의 절반 혹은 그 이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고객이 앉아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계단식 좌석도 준비돼있다. 덕분에 고객은 단 한 권의 중고 서적을 사더라고 신중하게 읽고 구매결정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선 대형서점에서는 비닐로 포장돼 속을 살펴볼 수 없는 만화책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중고책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도 이곳 중고서점의 인기 요인이다.


◇'개성파'… 독립서점, 독특한 출판물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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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번화가를 벗어나 북촌, 서촌으로 발길을 돌리면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을 만날 수 있다. 독립서점은 개인이나 소규모 출판사가 만든 책을 파는 곳으로 매장에 따라 엽서, 지도, 문구류 등 귀여운 소품도 함께 소개한다. 가수 요조는 최근 북촌 계동 골목에 독립서점 ‘책방 무사’를 열었다. 7평 남짓한 책방 안에는 일반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출판물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골목 아래엔 디자인 소품과 책을 제작하는 ‘껌북’이 연 오프라인 매장 ‘껌북 바나나’가 있다.

서촌의 명물 헌책방 ‘대오서점’은 이제 카페로 변신해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비록 카페로 바뀌었지만 그 속은 예전 그대로다. 60년 세월을 품은 서점 안에는 지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헌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한 잔에 6000원 하는 음료를 마시거나 입장료 2500원을 내면 입장할 수 있는 대오서점은 가게 사진으로 겉 표지를 만든 수첩도 따로 제작해 판매 중이다.

그 곁에서 독립서점 ‘더북소사이어티’를 운영하는 임경용 대표는 “서점을 찾는 사람은 20대가 많다. 평일에 보통 20명 정도가 찾는다”며 “일반 서점에 없는 특별한 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책을 따라, 서점을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게 느껴지는 종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마음에 꼭 맞는 서점을 찾는 것은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감동에 버금가는 즐거운 경험이다.  

 

글·사진=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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