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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누구의 딸도 아닌, 셀린 송"

첫 장편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行

입력 2024-02-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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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1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든 셀린 송 감독이 6일 오전 국내 취재진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제공=CJ ENM)

 

“누구나 두고 온 사람은 있으니까요.”

12살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온 셀린 송 감독(36)은 세월 후 흐른 뒤 뉴욕 어딘가에서 자신의 ‘첫사랑’이라 부를만한 존재와 남편 사이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언어와 장소 공유한 시간이 모두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 그는 ‘인연은 과연 어떤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써나간다.

한국에서 ‘넘버 3’라는 걸출한 영화를 만든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한 그는 “첫 영화로 아카데미 후보가 됐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참 기뻐하셨다. 집안의 영광”이라고 화면 저 너머에서 소녀같은 미소를 지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4년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운명적인 이틀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촬영됐으며,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로 이뤄진 이 작품은 올해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카데미 역사에서 여성감독이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사례는 단 두 번. 랜다 헤인즈 감독이 만든 ‘작은 신의 아이들’과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모두 수상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만약 ‘패스트 라이브즈’가 이번에 작품상을 받게 되면 여성감독의 데뷔작이 작품상을 받는 첫 쾌거다.  

셀린 송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CJ ENM과 공통 투자배급하는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우리가 다중우주를 떠도는 판타지 영화의 영웅은 아니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비범한 순간이 있잖아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도 그 도시에서 맺었던 과거의 인연이 있으니까요. 남편과 과거의 첫사랑 사이에서 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이런 생각은 저만의 착각이 아니더군요.”

‘패스트 라이브즈’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며 전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는 ‘인연’의 소중함을 만끽했다. 이어 “이유 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이 사람하고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전세계 관객들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소개할 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한국배우 유태오가 극중 첫사랑인 나영을 찾아 해성을 연기한다. 실존 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으냐는 말에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송감독은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줘 만났고 3시간 가량 대본을 읽고 이야기하고 대본을 읽는 과정을 반복했다. 줌 화면을 끄면서 ‘내 배우’가 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성공 중 일부를 ‘기생충’ 공으로 돌렸다.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입장에서 ‘기생충’의 자막이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앴다고 본다. 어릴 때 떠나 온 한국관객들이 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며 개봉을 앞둔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레타 리, 유태오가 주연을 맡았으며 내달 6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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