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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박목월 시인 미발표 육필시 166편 공개, 장남 박동규 교수 “평생 시를 안고 살아간 내 아버지를 기억해주세요!”

입력 2024-03-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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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허미서 기자)

 

“왜 지금까지 있다가 이제야 발표를 하나 궁금하실 건데요. 저는 아버님의 작품이라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날부터 아버님이 이 노트를 쓴 과정을 봐왔고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이 밤에 글을 써놓고는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셔서 노트에 순서대로 다 있어요. 밤에 시를 쓰시고 아버지가 직장에 가시면 어머니가 따로 정리하곤 하셨어요. 어려서부터 이 노트의 의미를 알고 있었죠.”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발견해 자택에 보관해온 62권, 경주 소재의 동리목월문학관에 기증한 18권까지 총 80권의 미공개 육필 노트에 수록된 400여편 중 166편의 미발표 육필시가 공개된다. 사후 46년만으로 400여편 중 완성된 형태의 작품 318편, 미발표 시만도 290편에 달한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박동규 교수는 “아버지가 싫어서 발표를 안하신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며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어길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님이 살아온 생애를 보는 데는 필요한 자료가 아닌가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박목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미공개 육필 노트에 대해 설명 중인 박동규 교수(사진제공=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

“또 한 가지는 새로운 시도들을 한 시에 대한 실험성은 오히려 (미공개 육필 노트) 여기에 더 많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스스로 아버지의 시를 평가할 수 없다는 박 교수에 지난해 8월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가 꾸려졌다. 

 

박동규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우정권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 위원장은 “이 노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30년 전”이라며 “그 안에 무슨 내용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지난해 4월 선생님을 찾아봬 (노트 연구·분석에 대한 의중을) 여쭤봤는데 허락을 해주셨다. 혼자서는 정리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우정권 단국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박덕규 단국대 명예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전소영 홍익대 초빙교수가 의기투합한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2024년 2월까지 6개월간 미공개 육필 노트 내용을 분류해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분류·분석한 것들을 그동안 발간된 전집, 시집들과 대조작업도 마쳤습니다. 박목월 선생님이 등단하신 1939년 무렵부터 그 이후 과정을 볼 수 있는, 문학사적으로 귀중한 보물이 될 것 같습니다.”

400여편 중 발표를 결정한 166편에 대해서는 “작품의 완성도, 주제성, 창작 과정의 의미 등을 기준으로 했다”며 “노트에서는 시를 쓰고 추리고 다시 원고지에 쓰고 원문을 작성해 출판하는 과정이 담겼다. 이를 통해 창작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의 산문적 형식, 역사적 격변기인 해방과 전쟁, 종군문인단 활동, 조국과 미래를 위한 희망, 내면적 슬픔과 상실의 실체 등이 이번에 발굴된 작품에서 나타난 박목월 문학의 새로움”이라며 “윤필(潤筆) 시의 원본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문화유산으로서 후대에까지 널리 보존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대 미디어와 접목해 시 문화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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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미공개 육필 노트(사진제공=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

 

이후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디지털 작업을 바탕으로 한 전자책 발행, 전집 및 평전 발간을 비롯해 박목월 시를 노래로 창작해 뮤지컬, 영화 등으로의 제2창작, 시 낭송회 페스티벌과 강연회 등을 통한 시문학 활성화, 인공지능(AI) 및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박목월 육성 시 낭송, 그림 및 동영상 미디어 제작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동규 교수는 “아버지의 전 생애 중 시에 얽히지 않은 시간은 한번도 없었다”며 “(격동기에) 시를 관두거나 쓰러지는 시인들도 많았지만 목월은 해방 후 암흑기에도,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시를 썼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박목월은 평생 시를 안고 살아간, 한국 현대시 문학사 1세대의 중심적 인물임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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