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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제12회 딤프 Pick ①] 딤프 개막작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 배우 겸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 “110세까지 살고 싶어요!”

[Local+Culutre+Play]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이자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의 작곡가이자 배우 다니엘 바르탁
‘태풍’ ‘크리스마스 캐롤’ ‘로미오와 줄리엣’ ‘바람의 나라’ 등의 한국 뮤지컬과 딤프 초청작 ‘카사노바’ 등의 작곡가 데니악 바르탁(Zdenek Bartak)의 아들

입력 2018-06-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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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바르탁
제12회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메피스토’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시각적으로도, 극적으로도 재밌고 강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파우스트’가 가진 인간에 대한 탐구는 가지고 가되 코미디로 풀자, 그래서 보면서 웃게 하자 했죠. 누가 괴테 작품을 보고 웃을 수 있겠어요.”

22일 개막한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 개막작인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24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Daniel Bartak)은 작품을 소개하며 이렇게 반문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메피스토’는 70세 교수 파우스트와 그 파우스트를 두고 악마와 내기를 하는 메피스토의 이야기다.


◇‘파우스트’라는 이름의 무게, 5종류 클래식 음율의 다양한 변주
 

뮤지컬 메피스토
뮤지컬 ‘메피스토’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굉장히 강력한 삶을 담은 ‘파우스트’는 괴테의 유명 테마예요. 사실은 일반적이지 않은, 보통 사람은 겪기 어려운 이야기죠. 너무 철학적이고 어렵고 어두운, 4시간짜리 이야기라는 선입견이 있어요. 그래서 즈녜텍 젤렌카(Zdenek Zelenka) 작·연출과 좀 더 코미디적으로 풀어보자고 얘기했죠.”

2016년 체코 초연 당시 작곡가로만 참여했던 그는 ‘파우스트’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관객들이 가지게 될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넘버를 꾸리는 데 집중했다.

1막에만 25개, 2막 16개, 총 41개로 꾸린 넘버에 대해 그는 “원래는 60~70개인데 줄인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사를 하면서 노래 8마디가 들어가고 다시 대사하고 노래하고를 반복하면서 온전한 솔로 넘버가 아닌 여러 인물들의 목소리로 불리는 노래들을 묶어 넘버(숫자)를 붙였어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에 지극히 현대적인 음악을 접목했죠. ‘파우스트’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인 중세시대의 플로렌스에 맞는 클래식 음악 5종류를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변주했어요.”

그리곤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언제나 연주든 노래든 할 수 있는 음악으로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클래식 음률이 어떤 장르, 박자, 리듬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는 그는 은행장 마리오 보세티(루돌프 쿠빅)의 부인 라우레치에(디타 호르진코바)가 젊어진 파우스트 안드레우치오(다니엘 바르탁)를 유혹하는 장면에 쓰인 탱고를 그 예로 들었다.

“탱고는 아주 적게 들어갔지만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유혹하는 장면에 굉장히 강하게 가미됐죠. 안드레우치오 역할을 하는 배우의 코미디적인 연기가 들어가면 가볍게 순화됐어요. 길거리 악사들 신에는 클래식 음률에 중세 유럽 기사들의 행진곡이 가미되는 식이죠.”


◇줄거리에 중점 둔 넘버, 러브 듀오 ‘내가 원하는 것’과 ‘영원한 젊음으로’

제12회 DIMF 개막작_메피스토_6.22 공연사진  (6)
뮤지컬 ‘메피스토’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줄거리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천사와 악마가 나오는 장면, 대학가, 은행장의 부유한 집 등 장면마다의 특성에 맞는 음악을 넣으려고 했죠.”

스토리와 캐릭터를 고려하며 넘버를 꾸렸다는 다니엘은 가장 대표적인 넘버로 젊은 파우스트 안드레우치오와 연인 마르케타가 부르는 러브테마 ‘내가 원하는 것’(I Have a Longing)과 단체곡 ‘영원한 젊음으로’(Forever To Be Young)를 꼽았다.

“안드레우치오와 마르케타의 사랑이 극 전체를 끌어가는 중요한 힘이자 테마이기 때문”이라며 ‘내가 원하는 것’을 꼽은 이유를 설명한 그는 ‘영원한 젊음으로’에 대해 “극의 또 다른 축인 젊음을 얻는 파우스트의 변화’를 담은 곡이다. 파우스트가 젊어지면서 느끼는 기분을 담아 앙상블들과 춤을 추는 신”이라고 전했다.


◇파우스트 vs 메피스토 그리고 작곡가로서의 다니엘 vs 배우 다니엘
 

뮤지컬 메피스토
뮤지컬 ‘메피스토’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제일 어려운 건 역시 전혀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노래해야 한다는 거예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는 신체는 그대로이면서 영혼이 바뀌는 설정이에요. 파우스트는 평생 연구만 하면서 선한 삶을 영위해온 사람이죠. 반면 메피스토는 악마로부터 파우스트를 지옥으로 끌고 가라는 숙제를 받은 사람이에요. 전혀 다른 목표를 가진, 정반대편에 선 두 사람을 표현하는 게 여전히 난제죠.”

이렇게 토로한 다니엘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중 어느 쪽에 가깝냐”는 질문에 “시적으로 녹아든 대사나 노래 가사다 보니 현대 말투와는 차이가 있지만 저 역시 화가 나면 메피스토처럼 못되게 구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나 악한 면이 있잖아요. 그런 지점에서는 메피스토와 닮아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사랑이 가득한 면에서는 파우스트에 가까운 사람이죠.”

2016년 초연 당시 작곡가로만 ‘메피스토’에 참여했던 다니엘은 2017년부터 아드레우치오를 연기하는 배우로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원래 아드레우치오를 연기하던 배우가 하차하면서 젤렌카(작·연출)가 ‘네가 해’라고 했을 때 ‘미친 건가’ 했어요. 하지만 곡을 쓰고 1년여를 끌어온 저보다 빨리 그 많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기도 했죠.”

작곡가로만 참여했던 ‘메피스토’에 스스로 배우로 오르는 결정에 대해 “가장 빠른 해결책”이었다고 표현한 다니엘은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는 작곡가의 입장이었고 지금은 온전히 배우로 무대에 서고 있죠.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제가 노래를 되게 부르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춤을 추면서 100%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할 수 있는 노래가 아니더라고요. 특히 극 중 파우스트가 갑자기 젊어져서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신은 진짜 힘들어요.”


◇스승이자 아버지 데니악 바르탁 “이번 내한은 특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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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피스토’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2000년 한국에서 처음 작업한 ‘태풍’부터 아버지의 모든 작품 편곡을 해왔어요. 한국에서 아버지가 하신 모든 작품의 편곡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한국을 비롯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뮤지컬적 어법, 음악 사용법, 극적 진행 등 정말 많은 것을 실전으로 배웠거든요.”

뮤지컬 및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작곡가이면서 배우이기도 한 그의 아버지는 ‘태풍’(2000, 2001), ‘크리스마스 캐롤’(2004, 2005, 2008, 2009), ‘로미오와 줄리엣’(2008, 2009), ‘바람의 나라’(2011) 등 한국 뮤지컬과 딤프 초청작 ‘카사노바’(2013) 등의 작곡가로 유명한 데니악 바르탁(Zdenek Bartak)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굉장히 다르고 특별해요. 이전에는 늘 아버지랑 함께 였는데 이번에는 저 혼자 와서 공연을 하고 있죠. 한 단계를 오른, 흥미로운 느낌이랄까요.”


그리곤 “2000년부터 우리 음악에 어떻게 반응하고 듣는지를 목도해온” 한국 관객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무대에 같이 오르고 있는 동료들이 개막일 공연(22일)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이 노래가 끝나면 박수가 나와야 하는데 재미가 없나’라고 걱정을 하길래 ‘좀 기다려봐, 이따 커튼콜에서 불 같은 박수와 환호가 있을 거야’라고 얘기해줬죠.”


◇“전혀 알 수 없는 미래” 그래서 “기대하고 있죠!”
 

뮤지컬 메피스토
뮤지컬 ‘메피스토’의 배우이자 작곡가 다니엘 바르탁(사진제공=딤프사무국)
“체코도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같아요.”

“최근 한국의 뮤지컬은 내용적으로 영화, 고전문학, 연극 등, 형식적으로는 영상, 무용, 디지털 맵핑, 최첨단 미디어 등 이종장르와의 결합이 트렌드인데 체코는 어떠냐”는 질문에 다니엘은 체코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트렌드가 되는 건 기쁜 일이죠. 오리지널한 새로운 시도는 전혀 겁나지 않지만 유행이나 누군가를 따라서 하는 건 좀 꺼려져요. 유행을 쫓다 보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거든요.”

그는 “파우스트와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는 질문”에 “남들이 보기에 아직은 젊어 보였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극 중 파우스트처럼 70세쯤 제안이 오면 받아들일 것 같아요. 110년 정도는 살고 싶거든요. (대구 시내의 모노레일을 가리키며) 모노레일이 아닌 자동차가 떠 다닐 때까지 살면서 다양한 테크놀러지를 경험하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테크놀로지, 우주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도 엄청 나거든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도 젊다면 그 테크놀로지의 변화, 우주시대 등을 전부 경험할 수 있잖아요.”

110세까지는 살고 싶다는 다니엘은 “어려서는 음악만 했지만 이후에 연극과 뮤지컬을 하게 된 것처럼 미래에는 좀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정도를 상상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이후로도 가족용 동화를 드라마화한 ‘마법의 지또’,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작업을 준비 중이에요. 한국에서도 제안이 와서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운명이 저를 어느 길로 인도할지 기다려 보겠습니다. 제가 죽은 후에 적어도 괜찮은 음악 몇곡은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적어도 110년은 살아야 가능할 것 같아요.”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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