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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제13회 딤프 Pick ③]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 작사·작곡가 황서준 “젊음과 나이 들어간다는 것, 결국 사랑”

[Local+Culutre+Play] 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 한중공동제작 뮤지컬 인 ‘시간 속의 그녀’(馬不停蹄的憂傷 In the Mood for Sorrow) 작사·작곡가 황서준(黃舒駿)
장국영, 여명, 왕정문, 비욘드 등과 작업한 가수이자 프로듀서, 배우, 감독! 한국의 오세혁 연출, 윤희경 작가, 신선호 안무감독 등과 함께 초기 개발

입력 2019-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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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서준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 작사·작곡가 황서준(사진=허미선 기자)

“청춘과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예요. 젊은 사람들은 참 이상하게도 언제나, 청춘이 얼마나 좋은지를 몰라요. 저 역시 그랬죠.”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공식초청작인 ‘시간 속의 그녀’(馬不停蹄的憂傷 In the Mood for Sorrow, 한국어 넘버명은 오 나의 애수)의 작사·작곡가 황서준(黃舒駿)은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청춘과 늙어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청춘과 나이 들어가는 것, 중요한 건 ‘진짜 사랑’

황서준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 작사·작곡가 황서준(사진=허미선 기자)
“막상 청춘일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낭비다가 늙어서야 한탄하면서 청춘을 회상하고 회귀하고 싶어하죠. 오죽하면 중국에는 ‘청춘에 진입하고 싶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고, 즐기지도 못하다가 지나고 나서야 늘 아쉬워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황서준은 1988년 데뷔한 중화권 가수이자 작사·작곡가, 프로듀서, 배우, 감독으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의 OST ‘연애증후군’(戀愛症候群)으로 한국에서도 익숙한 아티스트다.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는 그의 히트곡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제목 역시 그의 노래이며 스토리 역시 그의 곡인 ‘영원한 20세’(永遠 20歲) 중 “진실한 사랑이 나타난다면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죠”라는 가사에서 모티프를 얻어 꾸렸다. 시간 속에 갇혀 오래도록 20세로 살고 있는 린바오셩(장멍얼)과 가수 지앙다위(종순아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중국에서 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제가 청춘이던 스물한살 때는 어른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늙으면 어떨까를 생각하면서 가사들을 썼죠. 7번째 넘버인 ‘알아듣지 못한 말’(聽不憧的話)도 어렸을 때 어른들은 다 사기꾼이라는 생각으로 쓴 가사들이에요.

이어 “특히 14번째 넘버인 ‘과거와 현재’(所謂今昔)는 젊은 사람은 어떻고 나이든 사람은 어떻다 대조형식으로 쓴 곡”이라며 “30년 후 제가 그 나이든 사람이 돼 보니 너무 잘 맞는다”며 웃었다.

“30년 전의 젊은 황서준을 신뢰하게 됐어요. 굉장히 예측을 잘하는, 젊고 똑똑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청춘의 아름다움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시간 속의 그녀’도 진짜 사랑을 위해 시간을 멈추고 싶어하거든요. 청춘과 나이 들어가는 것을 뛰어넘는, 상위 개념인 진정한 사랑에 집중하고 보면 좋겠어요. 인생의 청춘이든 노년기든 진짜 사랑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프로듀서 탕준과 이심전심! 스타와 팬, 이제 뮤지컬 파트너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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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 작사·작곡가 황서준(사진=허미선 기자)

 

“제 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며 준비 중이던 2016년에 (시간 속의 그녀) 공동프로듀서인 탕준 선생이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그(탕준)에겐 이미 아이디어가 있었고 음악들에 대한 이미지까지 그려둔 상태였죠. 그 이야기와 그림들이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제가 데뷔하던 22살 무렵 그는 고등학생이었어요. 제 노래를 들으며 성장하면서 ‘황서준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어 “그래서 이 뮤지컬 제작 제안 자체가 저에겐 의미가 컸다”고 덧붙인 황서준은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 압도됐지만 회의적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 노래들은 제가 만든 배경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거든요. 탕준에게 그런 사실을 털어놓고 어떻게 풀어갈까를 함께 고민했죠. 많은 곡들 중 ‘영원한 20세’의 ‘진실한 사랑이 나타난다면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죠’라는 가사를 토대로 뮤지컬의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넘버 뿐 아니라 스토리 자체도 노래에서 따온 이 작품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황서준은 고교시절부터 자신을 우상으로 여기며 성장한 탕준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며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를 완성시켰다.  

 

황서준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 작사·작곡가 황서준(사진=허미선 기자)
“가수로서 제 곡들을 영원한 형태의 기록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회는 흔히 오는 게 아니에요. 오직 저와 제 노래를 위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죠.”


◇“내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 뮤지컬로 이 시대와 공감하다

“창작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창작물에는 비밀스러운 개인만의 좌절, 경험, 자치관 등을 많이 담아내요. 제 노래들 역시 진귀한 제 생각과 이야기들이 담겼죠. 삶의 회의, 미래의 불확실성, 내 인생에 다음은 있는지에 대한 의문 등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영원한 20세’ ‘오 나의 애수’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20대의 고민이 농축된 곡들이 뮤지컬 넘버로 활용된 걸 보면서 “30년 전 만든 내 노래가 아닌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시대는 변했지만 감동 포인트는 여전한 것 같아요. 제가 20세에 만든 노래를 현재의 20세 가수들이 부르면서 같은 데서 감동을 받거든요. 상황이나 동기 등은 다를 수 있지만 웃는 부분에서 같이 웃고 우는 부분에서도 같이 우는 공통점을 발견했죠.”

이는 세대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기도 한다. ‘시간 속의 그녀’는 ‘팬레터’ ‘랭보’ ‘마이 버킷리스트’ ‘마리 퀴리’ 등의 한국 뮤지컬제작사 라이브에서 개발한 작품으로 오세혁 연출, 윤희경 작가, 신선호 안무가 등이 참여했다.

“한국의 뮤지컬 창작진들을 매우 신뢰합니다. 예술적 표현 뿐 아니라 이해도, 지식 등이 놀랍죠. 넘버의 가사 번역을 체크하다가 완전히 의미가 바뀐 부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럼에도 결국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표현하고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죠. 한국 창작진들이 제 작품의 의도, 가사 등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배우들을 이끌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한국 창작진들에 신뢰를 표한 황서준은 “지난해 중국에서 공연됐을 때도 좋은 평을 받았고 올해 딤프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며 “처음 제안을 받고는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 하겠다고 결정을 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다가온 ‘오 나의 애수’ ‘망년지우’ ‘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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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사진제공=딤프사무국)

 

“제가 쓴 곡들은 자식과도 같아요. 누가 더 좋다를 논하기는 어렵죠. 30년 동안 제가 쓴 곡이 200곡이 넘어요. 하지만 이 뮤지컬에는 겨우 18곡이 들어갔잖아요. 못들어간 아이들(곡들)에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지경이죠.”

자신이 만든 곡들을 ‘자식’이라고 표현한 황서준은 뮤지컬 넘버로 쓰이면서 새롭게 다가온 곡으로 제목이기도 한 ‘오 나의 애수’ ‘망년지우’(忘年之交), ‘애초’(想當初)를 꼽았다.

“제목과 같은 ‘오 나의 애수’는 원래 솔로곡인데 뮤지컬에서는 합창으로 다 같이 부르죠. 혼자 부를 때는 이 노래를 나보다 더 잘 부를 사람은 없기 때문에 혼자 고독하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뮤지컬에서 여러 사람 목소리가 어우러지니 개인의 독백과는 또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이어 “너무 감동받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곡”이라 덧붙였다. ‘망년지우’는 탕준 프로듀서가 황서준의 진정한 팬이었음을 증명하는 넘버기도 하다.

“이 노래는 제가 고등학교 때 쓴 거예요. 아주 소수만 알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인데 탕준이 선정해서 뮤지컬 넘버로 넣어주셨어요. 한 사람은 노래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대사를 하는 형식으로 재해석 됐죠. 말과 노래의 조화가 굉장히 신선했고 감명 깊었어요.”

‘애초’는 1998년에 써두고 “인생을 좀 더 알고 발표하자”는 생각으로 2011년에 공개한 작품이다. 그의 설명처럼 “고독을 즐기며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쓴 곡”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 노래를 발표하자마자 소피아 창과 결혼했다.

“제가 자주 가는 단골 바 사장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이 곡만 들으면 손님들이 그렇게들 운다고 하더라요. 이 노래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는 모르어요. 하지만 저 혼자 부르던 곡이 뮤지컬 넘버로 새로 해석되고 힘을 발휘하는 게 신기하고 놀라워요.”


◇모든 것을 뛰어넘는, 무조건 사랑

황서준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 작사·작곡가 황서준(사진=허미선 기자)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상관 없어요. 진정한 사랑, 스스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시간 속의 그녀’는 그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론상으로 린바오셩은 100세가 넘은, 지앙다위 보다 80세는 많은 여자”라고 설명했다.

“100세가 넘은 여자와 20대 남자,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특별한 케이스예요. 굉장히 늦게 결혼을 했고 아내는 저보다 24살이나 어리죠. 그렇지만 결혼한 지 8년째지만 한번도 싸우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잘 살고 있죠. 중요한 건 무조건 진정한 사랑이에요!”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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