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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젠 안 살 결심… 새로운 소비 형태 '과시적 비소비'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소비하지 않은 시대… '과시적 비소비'가 일상이 된다

입력 2023-01-28 07:00 | 신문게재 2023-01-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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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소비가 경제, 환경과 충돌하는 시대다. 장기 불황과 코로나 펜데믹, 기후환경의 딜레마 속에서 이제 소비는 두 가지 방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나는 팍팍해 지는 여건 탓에 소비를 줄이거나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아가 ‘원하는 소비’만 하는 것이다. 남들 모두 하는 소비를 포기하고 나만의 소비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 것, 이른바 ‘과시적 비소비’다. 코로나 펜데믹이 완화되며 과거의 ‘과시적 소비’ 기운이 다시 꿈틀대는 요즘,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할 주제다.

 

 

◇ J.B. 매키넌의 <디컨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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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컨슈머|J.B. 매키넌|문학동네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이 책의 부제다. ‘사고 또 사는 것’이 시민의 의무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자원이 소모되고 있는 현실이 소비 문화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처치 곤란하게 쌓여만 가는 음식과 의류 쓰레기 더미들 속에서 ‘거대 소비’의 해법을 소비 축소와 절약, 그리고 재생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치열하다.


‘녹색화’ 시도가 한창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물질 소비가 극적으로 줄어든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불어나는 소비욕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저자는 “유사 이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때, 즉 세계가 쇼핑을 멈추었을 때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소비의 속도와 규모를 줄여가는 것이 최대 과제인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소비의 딜레마’도 난제다. 경제의 동력은 분명 소비지만 소비는 탄소 배출의 동력이기도 하다. 이른바 ‘녹색성장’이 필요한 때지만, 경제성장과 탄소 배출은 여전히 매우 밀접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네 차례(1980년대 중반, 1990년대 초반, 2009년, 2020년) 줄었는데 모두 엄청난 경제 침체기였다. 저자는 ‘느린 소비’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의류기업 파타고니아는 독특한 예다. 이 회사는 2011년에 잘 팔리던 스웨터 광고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적었다. 환경에 피해를 입히는 제품이니 필요한 만큼만 사라고 권했다. ‘디마케팅’이다. 저자는 “우리는 어떤 사람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선택으로 소비를 줄인다는 사실을 알 때 그 행동에 더 높은 지위를 부여한다”며 그런 행동이 ‘과시적 비 소비’라고 말한다. 리바이스도 2020년 가을에 ‘더 오래 가는 옷을 더 적게 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자사 상품을 되사서 중고 판매하는 플랫폼까지 출시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순환경제’에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워낙 소비규모가 막대해, 우리가 ‘확장’을 멈추지 않는 한 ‘소비경제’는 영원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업계가 더 많은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자주, 더 큰 돈을 받고 파는 ‘네 가지 더’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혁신’을 강조한다. “소비가 줄어들수록 진정으로 더욱 유용한 혁신이 선호될 것”이라며 무의식적이고 맹목적인 소비 속에서 혁신을 앞세운 기술과 새로운 소비 패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덜 살수록 더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의 종말은 곧 야생의 새로운 여명”이라며 이것이 지구를 더 오래 살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발적인 간소함(적게 가진 삶을 직접 선택하기), 장기적인 디컨슈머 생활방식이 필요한 시대라고 얘기한다. ‘쇼핑 중단’이 궁극적으로 ‘희생’이 아닌 ‘선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디지털’에서 해법을 찾는다. 가상 세계는 끝없는 새로움과 일시적 유행, 계획적 진부화가 거의 무해해지는 완벽한 풍요의 세계라고 말한다. 세상이 쇼핑을 멈추는 날, 정말로 우리는 소비문화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길 지 모른다고 기대한다.

저자는 “이제 소비자의 목표는 ‘모든 것을 더 질 좋은 것으로 더 적게 갖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 선택으로 생긴 시간을 독서와 산책, 대화로 충전할 것을 권한다. 또 “어떻게 해서든 ‘속도’를 늦춰보고 멈춰 보자”고 말한다. 기술로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록 그렇게 해도 엄청난 소비 시장이나 대다수 소비자들의 소비욕망이 결코 사라지지 않더라도.



◇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30 ‘과시적 비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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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30|김용섭|부키

2013년 이후로 매년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통해 새해의 메가 트렌드를 전망해 온 저자가 2023년의 키워드로 택한 것이 ‘과시적 비소비’다. 비소비가 과시의 수단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소비하지 않는 것도 취향이자 선택”이라며 과시적 비소비가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이자 거대한 소비 트렌드가 되었다고 말한다. 정말로 자신을 드러내고 존재감을 확인했던 ‘과시적 소비’의 욕망이 이젠 무지출, 비주류 소비의 욕망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2년 11월 26일, 연중 최고 대목임에도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로 지정될 정도다.


‘과시’의 형태가 달라졌다. ‘무소비’보다 ‘비주류 소비’에 가까운 ‘비소비’에 2030 세대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소비를 과시하려는 욕망이 비싼 물건을 자랑 하는 욕망에 견줄 만큼 커졌다. 과거처럼 명품에 목을 매지 않고 한정판 마케팅도 시들하다. 초기 불량품이나 환불된 개봉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정비해 다시 파는 ‘리퍼비시’(refurbish)나 가성비 높은 제품 소비를 늘리는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이젠 희소성이 높은 제품이나 스토리가 있는 제품 아니면 빈티지 제품들에 소비자의 욕망이 꿈틀댄다.

남들을 따라가지 않고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보편화되는 현상은, 값비싼 골프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면서 접근성도 좋은 테니스가 최근 인기인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타일’과 ‘스토리’가 소비의 강력한 매력 포인트로 부상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테니스 다음은 아마도 ‘승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암호 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소유한 가상 자산 거래 서비스 기업 ‘두나무’가 오프라인 쇼 룸과 명품 시계 전문 중고 거래 앱을 선보이며 빈티지 시장에 새롭게 발을 들여 놓은 것도 이런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은 결과다.

이제 ‘명분’ 보다 ‘실리’다. 워케이션과 디지털 노마드 소비자가 속출하는 이유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자아를 찾아 계속 이동한다. 특히 복지와 삶의 질 개선을 직무 만족도나 생산성보다 우선시 하는 젊은 시대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샤덴프로이데의 시대는 저물었다. 젊은이들은 이제 노력한 만큼 보상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공정으로 생각한다. 능력 차이에 따라 소득 차이가 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긴다. 차라리 개인적 차별주의에 가깝다. 이들에게 ‘공정’은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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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와 공정의 시대에는 효율성이 극단적으로 중시된다. 결혼식 축의금도 이제 필수의무가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타인과의 단절도 개의치 않는다. 관계를 줄이면서까지 극단적인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과시적 비소비’와도 연결된다. 관성적인 소비를 과감히 버리고 줄이는 욕망이 일상 생활 패턴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보여주기 식 소비, 유난히 타인을 의식하는 소비의 문화가 발달했던 사회에서 이제 절약과 과시적 비소비가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의 극단적 양극화가 불가피한 시대다. 아주 싼 것과 아주 비싼 것만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안 사는 것’이다. 스스로의 비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욕망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비소비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반대말이 아니라 비슷한 말이라고 강조한다. 과시적 소비의 끝에 과시적 비소비가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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