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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만 재벌"… my way 4인의 아름다운 홀로서기

오너 자제는 문제아? 편견 깨는 그들

입력 2014-12-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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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흔히 재벌가 자녀들을 이렇게 빗대 표현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정해진 수순처럼 일찍이 경영 수업을 받고 어린 나이에 회사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재벌가 자녀들과 달리 본인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오너 자제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인다. 더구나 조현아 대항항공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지금 이들의 모습은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광고 천재’ ‘해군 장교’ ‘청년 사회사업가’.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 정경선을 수식하는 말이다. ‘본부장’ ‘상무’ 등의 직함을 달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녀들이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재벌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 오리콤 최고광고제작책임자(CCO)인 두산그룹 장남 박서원은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세계 5대 광고제에서 대상을 휩쓸고 공익사업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좋은 평을 얻고 있다. 그의 이러한 성과는 시행착오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단국대 경영학과 입학 후 학사 경고를 무려 세 번이나 맞았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 거기에서 본인의 길을 찾았다. 미국에서도 대학을 3번 바꾸고 전공도 4번이나 옮겼다. 이후 시각 디자인의 매력에 빠져 입학한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에서 하루 2시간씩 자면서 열정적으로 공부해 SVA 2학년 때 동기 4명과 광고 회사 ‘빅앤트’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3년 만인 2009년 반전 포스터 ‘뿌린 대로 거두리라’로 한국 최초로 세계 5대 광고제(칸 국제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 클리오 광고제, D&AD, 뉴욕 원쇼)를 석권했다. 지금까지 수상한 상만 50개가 넘는다.

뿐만 아니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론칭했다. 미혼모와 낙태 여성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콘돔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바른생각이라는 브랜드 명은 ‘부끄럽지 않게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지난 4월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가 해군 장교로 자원하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재벌가 남성들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군 면제를 받는 것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야당이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최민정씨의 해군 소위 임관은 재벌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민정씨는 중국 베이징대 재학 중에도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했을 정도로 자립심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재벌가 여성들이 경영 수업을 받거나 명품 숍, 갤러리 등을 운영하는 길을 걸어왔던 것과 달리 편한 생활을 마다하고 군에 자원입대한 민정 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도 좋은 예다. 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인 그는 대학생 때부터 자선 활동에 관심을 갖고 동아리 등을 통해 자선 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사회적 기업 후원단체인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 임팩트’(2012)를 만들어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가 배출을 목표로 교육 및 기업·투자자들과의 연결을 돕는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영화 ‘스페어’ ‘바람’ ‘히트’ 등을 연출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삼남 이성한 영화감독, 미국 벤처 투자회사 포메이션8을 창업해 1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 손자 구본웅,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 차녀 강영순씨 등 자신만의 길을 택하는 재계의 자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끝까지 본인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길을 걷다가도 경영에 복귀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재벌가 자제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대중 앞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는 평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일을 특출나게 하는 것을 이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최민정 씨처럼 편한 길을 갈 수 있음에도 어려운 길을 가기에 관심을 갖고 격려를 해주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관심의 적정선을 지켜주면 이들이 훨씬 더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배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간은 살아가는 데 있어 지식보다 태도가 성공을 좌우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실패자가 된다”며 “세습과 함께 사회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재벌 행세를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바르게 성공하는 재벌의 경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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