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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배우 하정우가 보여주는 '진심'… 두 김성훈의 의기투합 영화 '터널'

[人더컬처] 영화 '터널' 주연 하정우

입력 2016-08-10 07:00 | 신문게재 2016-08-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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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 인터뷰3
배우 하정우는 10일 개봉한 영화 '터널'에서 재난현장에 갇힌 평범한 가장의 사투 과정을 마치 생중계를 보듯이 실감나게 연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겐 영화 찍는 게 바로 휴식"이라며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사진=양윤모 기자)

 

하정우가 또다시 ‘사고’를 쳤다. 10일 개봉을 앞둔 ‘터널’에서 ‘믿고보는 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뽐낸다. 이번엔 붕괴사고로 터널 안에 갇힌 평범한 가장 역할이다. 그동안 여우인간, 바람둥이, 조폭, 앵커, 독립군 등 수많은 역할을 거쳤지만 이 정도로 무난하진 않았다. 연기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악쓰고 우는 연기는 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캐릭터는 하정우가 가진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갇힌 터널 안에서도 119에 신고하고 곧 자신을 구하러 올거라 믿으며 황당하고 막막한 상황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각종 방송과 인터뷰에서 곧잘 보여주는 진중함과 코믹함을 오고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오버랩된다. 하정우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이 곧 구출될 거라고 믿는 긍정성을 잃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번 영화에 들어가기 전에 100가지 애드리브를 준비해 갔어요. 좀 길게 가더라도 끊어 찍지 말고, 좋은 걸 건지자는 의견에 의기투합했거든요. 사고를 당해서 갇힌 순간부터 구출되는 장면까지 시간대로 촬영을 했죠. 몸은 고됐지만 그래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남달라요.”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전작 ‘끝까지 간다’를 통해 단박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실력파다. 하정우의 본명도 김성훈. 영화 ‘터널’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2명의 김성훈이 만든 이 시대 아픔의 한 단면이다.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진 터널과 사건을 무마하려는 정부와 보여주기에 급급한 관료들, 그 안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 하려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나온다. 여러모로 ‘터널’은 국민에게 정신적 충격과 집단 우울함을 안겨준 ‘세월호’를 연상시키지만 하정우는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배우 하정우 인터뷰17
영화 ‘터널’ 하정우.(사진=양윤모 기자)

“감독님이 굉장한 디테일의 소유자세요. 아마도 그런 의미를 더 살리려 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나왔을거예요. 이미 이 영화의 원작은 그 사건 이전에 완성된 상태라 별개의 문제지만 적어도 사회적인 문제는 환기 시키는 영화죠. ‘안에 갇혀있는 건 도룡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오달수 선배님의 대사가 있는데 저는 그 말이 ‘터널’의 가진 진정성이라고 봐요.”


하정우가 맡은 정수는 사고를 당한 직후 어렵게 통화된 아내에게 “밥은 먹었냐?”고 묻는 따듯한 남자다. 자신이 갇힌 곳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 식수를 나눠주기도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나눠줄지 말지를 고민을 하는 현실적인 장면은 심각하기만 했던 ‘터널’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함께 남겨진 강아지를 벗삼아 어둠과 추위를 이겨나간다. ‘터널’이 개봉하면 또다시 화제가 될 ‘개밥 먹방’은 그래서 더더욱 웃음을 자아낸다.

“먹을 게 없는 상태에서 겨우 발견한 식량이죠. 일단 개는 훈련이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그래도 한 번에 갈 거란 기대는 없었죠. 디테일의 왕인 감독님은 개똥 싸는 장면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분이라 테스트로 촬영하자고 한 장면이 한번에 오케이 났어요. 실제로 먹어보니 간이 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검색창에서 하정우를 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 ‘먹방’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는 그런 관심조차 감사하고 배우로서의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배우로 살아온 지 10년. 그동안을 뒤돌아보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달려온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하정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생각에 연기로 느끼는 성취감만을 위해 달려왔어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배우 하정우의 지분이 100%라면 모두 내 것이 아닌 관객과 감독 또는 주변 스태프들의 몫일 수도 있는 거라고. 저만의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해요. 얼마 전 인상 깊은 인터뷰를 읽었는데 맷 데이먼이 가족과의 추억을 위해 1년간 휴식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제 입장에서 그 가치는 여전히 영화를 찍는 거라 앞으로 더 ‘열일’하겠지만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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