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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궁금했던 J·S·K 속사정 들어보실래요? 뮤지컬 ‘광염소나타’ 다미로 음악감독

입력 2017-04-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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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2년 전 대본을 쓸 때만해도 엄청 장황했어요. 살인을 통해 영감을 얻는 작곡가 이야기에 집중해서 많은 대사와 설정들을 쳐냈죠.”

지난 2월 J 성두섭·S 김경수·K 이선근으로 트라이아웃 공연됐던 뮤지컬 ‘광염소나타’(4월 25~7월 16일 대학로 JTN 아트홀 1관)가 본공연으로 돌아온다.

트라이아웃 공연 내내 좌석을 꽉 채우며 인기를 끌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던 작품은 대본수정을 거쳐 3개월 가량의 장기공연 채비에 한창이다. 쫀쫀한 드라마를 위해 일주일을 꼬박 밤샘작업에 돌입했던 ‘광염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이 본공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J·S·K의 관계를 어떻게 보여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과거로 돌아가는 건데 처음·중간·끝 외에 타임슬립 장면이 더 나오면 루즈해지고 헷갈리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살인으로 달려야하는데 자꾸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대사 속에서 살려내자 했는데 자칫 너무 설명이 많아질까 또 걱정이고…. 짧고 굵게 몇 문장 안에 정보가 들어갈 수 있게 했어요.”


◇J와 S, S와 K, J와 K의 관계는 보다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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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좀 불충분했던 J와 S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좀 넣었어요. 저 친구들이 과거에는 저랬구나…이해할 수 있게요.”

초기 대본의 큰 설정들을 되살리면서 J가 뮤즈였던 S에게 질투를 느끼는 계기나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K와 S의 관계 등도 명확해진다.

“S라는 작곡가는 천재지만 기보(記譜, 악보를 기록함)를 할 줄 몰라요. 어려서 음악적 재능교육을 받지 못했거든요. S가 천재성을 알게 됐던 것도 J가 있었기 때문이죠. J가 기보를 해주고 J의 힘든 순간에 S가 도움을 주면서 둘 사이에 밀도가 생겼고 서로의 뮤즈가 됐죠.”

이같은 큰 설정으로 J와 S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대사들이 살아났고 K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음이 보다 명확해졌다.

“사실 K가 먼저 S의 곡을 가져다 자신의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어요. S는 조실부모하고 굉장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음악적 교육을 받지 못하다 J의 도움으로 대학을 진학했죠.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S는 곡을 주고 K는 장학금을 주는 거래를 하죠.”

“그건 너와 나의 공정한 거래였다”는 대사를 되살리면서 K가 왜 J에게 살인까지 종용하면서 곡에 집착했는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면서 늘 K가 너무 아쉬웠어요. K가 나오자마자 악인이잖아요. 대사와 연기를 통해 그도 20대 때는 곡 쓸 수 있었지만 30대 후반으로 가면서 재능을 잃고 곡을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걸 표현하고자 노력했죠.”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들, J·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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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S 역의 유승현.(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컴퍼니)
“김지철, 유승현 배우가 왔기 때문에 S는 좀 더 부드러울 거예요. 그리고 J는 높낮이가 더 심해질 거고요. 정신을 완전히 놓고 무너졌다가 순한 어린이처럼 행동하고 또 다시 완벽하게 무너지고… .”

J와 S에 에 대해 설명한 다미로 감독은 리딩만으로도 “잘 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며 “의외의 케미를 기대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K는 다크한 이미지지만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의 히스 레저나 ‘위플래쉬’(Whiplash, 2014)의 플랫처(J.K. 시몬스) 교수를 생각하면서 만든 캐릭터예요.”

K는 초고 당시 “이대로 가면 K가 주인공”이라는 코멘트를 들었을 정도로 다미로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기도 하다. 트라이아웃에서 밑도 끝도 없는 악역처럼 그려졌던 K는 본공연에서 특히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귀띔이다.

“굉장히 철학적인 교육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J와 S라는 두명의 천재를 만나면서 스스로도 일깨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J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싶었지만 못해내고 J의 일기장을 보면서 살인을 종용하고 그 곡을 뺏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죠.”

다미로 감독은 J와 S를 위해 단순해져버렸던 K가 “본공연에서는 제일 복잡한 캐릭터로 돌아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세번은 보게끔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J, S, K의 입장에서 한번씩 보고 멀리서도 한번 더 볼 수 있게요. ‘내가 저 사람이었어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라고, 한명 한명 다 이해되게 만들고 싶어요.”


◇지금 이 시대에도 어딘가 있을 법한 J·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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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K역의 이선근.(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김동인의 ‘광염소나타’ 속 K는 현존하는 음악비평가의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K가 관찰자시점으로 죽고 없는 백성수에 대해 이야기 하는 형식이죠. 그 마지막이 의미심장해요. 천재와 범죄본능을 한꺼번에 끌어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끝내는 마지막에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다미로 감독은 김동인 원작소설 속 K의 익명성을 빌어 뮤지컬 속 J·S·K가 특정인이 아닌 누구나가 될 수 있는 인물이기를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K는 현존하는 음악비평가로, J, S는 90년대쯤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작곡가이자 그와 함께 했던 또 다른 작곡가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보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J일 수도 S일 수도 K가 될 수도 있었으면 했죠.”

초반엔 제대로 이름을 지어주자는 의견도 적지 않아 엄청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는 다미로 감독은 SNS에서 떠돌던 J·S·K 이름에 대한 관객들의 추리력에 혀를 내둘렀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J와 S가 함께 하는 17번째 연주곡 ‘너와 나’를 얘기하시면서 한국 자판으로 SJ를 치면 너, SK가 나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정말 소름이 돋았죠.”


◇‘광염소나타’의 힘, 절제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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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실내악 인원을 좀 늘이거나 좀 더 튀게 편곡을 하고 싶기도 한데….”

‘광염소타나’의 매력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 실내악 3인조 선율 등으로 표현되는 넘버들이다.

“뮤지컬은 반드시 노래가 들리게끔 해야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노래할 때 절대 첼로나 바이올린이 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에 ‘광염소나타’에서 현악연주는 장면과 장면 사이의 브릿지로만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피아노 연주만으로는 낼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잘 티가 나지는 않지만 한 인물의 심리를 하나의 악기에 빗대기는 했어요. J가 노래할 때는 바이올린, S가 노래할 때는 피아노가 먼저 들어가요. K의 주선율은 첼로죠. 첫곡인 ‘오버추어’와 엔딩곡인 ‘커튼콜’ 정도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관현악단에 밀어주는 편성을 해보고 싶어요.”


◇배우 혹사 넘버? “생각보다 음역대는 높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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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J 역의 박한근.(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컴퍼니)

 

“괴팍함과 서정성이 맞물려야 했어요. J에게 살인은 괴팍한 행동이 아닌 자신의 음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반대적인 느낌이 많죠. 첫 넘버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어둡게 표현했지만 두 번째는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었어요. 점점 괴팍해졌다면 이해가 안갔을 것 같거든요.”

다미로 감독이 작곡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드라마와의 부합도다. 특히 살인과 아름다운 멜로디, 전혀 반대편에 있는 듯한 소재를 모티프로 한 ‘광염소나타’에서는 더욱 중요한 요소기도 하다.

“트라이아웃에서는 연주가 부각되는 부분을 덜어냈어요. 미발표곡도 3곡 정도 있죠. J랑 K가 함께 하는 ‘죽음의 눈동자’는 노래 사이에 간주가 되게 많았어요. ‘두 번째 손가락은 떨고 있었고’ 이후 등에 30~1분까지 연주가 흘러가게 편성했었죠.”

문제는 연주가 흐르는 동안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제한됐다는 것이었다. 절규와 악보 찢기, 작곡하는 모습 등이 대부분인 탓에 리딩공연 연습 당시 J를 연기했던 조상웅이 “감독님 저는 언제까지 곡만 써야 하나요?”라고 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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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J와 S가 함께 부르는 마지막 곡 ‘너와 나’는 연주 구간을 거의 대부분 드러내고 후렴구 모티프만 반복해서 나가는 현재의 형태로 수정되기도 했다.

“배우 연기에 따라 길이는 조정이 되겠지만 18개 넘버는 그대로 가져가요. 하지만 트라이아웃 공연 때도 3주 전에 ‘슬픈 페이지’ ‘모티브의 시작’ ‘베클렘트’ 3곡이 추가됐으니 이번에도 어떨지 모르겠어요.”

‘광염소나타’는 첫 곡인 ‘슬픈 페이지’부터 엄청난 감정과 성대를 써야 하는 넘버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배우 혹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다미로 감독은 “악보로만 따지면 그리 높은 음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자배우들이 내기 힘들어하는 음이 라 정도인데 저희 넘버들의 고음 대부분이 솔 근처거든요. 물론 ‘슬픈 페이지’는 C플랫까지 올라가기는 해요. 그래서 이번에 키를 좀 낮추긴 했지만 격앙돼서 시작하는 건 바뀌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강조한 다미로 감독은 첫 곡인 ‘슬픈 페이지’의 변화된 장면을 설명하기도 했다.

“격앙된 S가 일기를 읽으면서 K를 죽일 것 같은 분위기로 다가가요. 칼을 들고 찌들 듯하면서 장면이 변화되고 마지막엔 찌를 듯하면서 풀어주는 장면으로 연결될 거예요.”

다미로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자 넘버로 ‘광염소나타 제3악장 머더’를 꼽았다.

“유일한 J·S·K의 삼중창이고 제일 먼저 만든 곡이기도 해요. 아직도 칼을 쥐어주는 장면에서 살인까지 가는 그 단계가 노래적으로 드라마적으로 너무 좋아요. J·S·K 각자의 심정들이 잘 드러난 넘버 같아서 애착이 가요.”


◇J 박한근·문태유, S 김지철·유승현, K 김수용·이선근 “물집 잡히게 맹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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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S역의 김지철.(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초연처럼 준비 중인데 의외로 진도들이 빨라요.”

‘광염소나타’는 본공연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배우들로 무대를 꾸린다. 트라이아웃까지 함께 했던 K역의 이선근을 제외한 J 박한근·문태유, S 김지철·유승현, K 김수용 모두가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넘버와 가사까지 새로 익혀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철이는 오세혁 연출에게 추천받았어요. 그 전부터 피아노 좀 치면서 노래도 연기도 잘하는 배우를 찾을 때마다 종종 듣던 이름이었죠. 체르니 50번까지 쳤었다는데 좀 하더라고요.”

이에 김지철은 다미로 감독의 ‘월간 다미로’ 4월호에서 ‘내 이름 후쿠하라 타카시’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2년 전 다미로 감독이 구상해둔 뮤지컬 ‘콴’의 넘버 중 하나로 유관순을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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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어쩔 수 없이 친일파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남자가 일본군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쓰면서 부르는 노래예요. 이 모자를 쓰고 저 문을 나서면 내게로 향하는 눈빛들이 경멸에서 두려움으로 바뀐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죠. 지철 배우와 올라이브 피아노 연주로 함께 했어요.”

김지철과 더불어 S를 연기하는 유승현은 다미로 감독의 작품 ‘리틀잭’의 인연으로 합류했다. 코드 정도 잡는 수준의 피아노 실력에 대한 우려는 ‘노력파’ 유승현으로 인해 기우가 돼 버렸다.

“S가 피아노 연주를 많이 해야 해서 좀 걱정을 했어요. (유)승현이는 굉장한 노력파예요. 물집이 잡힐 정도로 치고 있는데 진도가 제일 빨라요. 이제는 곧잘 치죠. 승현이한테는 ‘귀가 썩을 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곧잘 쳐요. 이 친구와 아껴뒀던 곡을 월간 다미로에서 함께 해볼까 생각 중이죠.”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던 김지철과 유승현은 한마음 한뜻으로 S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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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J 역의 문태유.(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컴퍼니)

 

“(박)한근 배우는 J같은 연기를 많이 해선지 예상 외로 빨리 습득하고 있어요. 이 친구 스타일이 좀 투덜거리면서도 다 하는 스타일이에요. ‘아 뭐 피아노가 이리 많아’ 하면서도 진도를 꽤 많이 나갔더라고요.”

또 다른 J 문태유도 이번 ‘광염소나타’를 통해 피아노를 처음 쳐보는 배우다. 다미로 감독 말에 따르면 문태유는 손가락 모양과 위치를 외우고 쳐보기를 반복하면서 피아노 연주를 습득 중이다.

“배우가 참 신기해요. ‘솔라시도레’라고 계이름을 대면 모르는데 치더라고요. 연습하려고 전자피아노도 샀대요. 영상을 촬영해서 집에서 혼자 엄청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미로 감독은 첫 대본리딩 때부터 문태유에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문태유 배우는 사실 크게 기대를 안했어요. 그런데 처음 대본을 읽는데 벌써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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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K 역의 김수용.(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컴퍼니)

 

이미 트라이아웃 무대에 올랐던 이선근과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김수용이 연기할 K는 연기 디테일에 집중한다.

“악으로 돌아서는 과정, K가 왜 살인까지 종용하면서 광염소나타를 완성시키고 싶었는지에 집중해 연기 디테일을 좀 잡고 싶어요. 김수용 배우는 깊이 있고 중후하지만 악역으로 확 돌아서는 K 역할에 최적화된 것 같아요. 기대가 굉장히 많이 됩니다. 피아노가 문제인데 한곡이면 되니까요. (이)선근 배우는 노래를 다 익혔고 (김)수용 배우도 어느 정도 곡들은 익혔으니 연출님과 저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하지 싶어요.”


◇궁극적 목표는 배우들의 퇴장이 없는 ‘피아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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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대본 첫장에 J와 S와 K는 무대에서 한번도 퇴장을 하지 않는다고 써 있어요. 그게 목표였어요. J가 노래할 땐 S가, S 넘버에서는 J가, K 때는 J·S 독주 혹은 합주로, J와 S가 노래할 때는 K가 반주를 해주는 식으로 아무도 퇴장하지 않는 장르를 꿈꿨거든요.”

일명 ‘피아컬’(피아노+뮤지컬)이다. 이 장르를 먼저 만들어 두고 적합한 소재를 고심하다 만들어낸 작품이 ‘광염소나타’다. 이번 공연에서 S는 퇴장 없이 무대를 지키고 J 역시 퇴장을 최소화한다는 귀띔이다.

“그러려면 J·S·K가 셋 다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연주해야 하니 처음 ‘피지컬’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는 다들 ‘절대 불가능’이라고 했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2, 3년 안에는 꼭 해보고 싶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랑 4개월 정도 연습하면 될 것 같아요.”

4개월이면 되냐는 반문에 다미로 감독은 “두달이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반주 자체가 되게 쉬워요. 노래할 때는 반주가 튀면 안되기 때문에 같은 패턴 몇개로 구성했거든요. 예를 들어 ‘너를 찾아와 들을 수 있어’하고 나면 한마디가 비는데 거기에 현악기가 들어와 연주를 돕는 식이죠. 트라이아웃 때도 (김)경수는 좀 치는 배우였지만 (성)두섭이는 두달 전부터 연습해서 무대에 올랐어요.”


◇곳곳에 존재하는 뮤즈들, “저 역시 J이고 S이고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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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뮤즈가 진짜 많아요. 동료 작곡가들, 작가들…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한테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죠. 하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사물 중에도 있어요.”

얼마 전 제주도의 김영갑갤러리를 찾아 6시간 이상을 머무르며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그분을 위해 만든 노래가 걸려 있는데 마지막 가사가 너무 슬펐어요. 마지막 간주가 끝나고는 ‘당신 정말 마음대로 살았군요’ 하는데…지금도 말하면서 울컥거려요.”

다미로 감독은 20대 때의 자신은 J와 같았고 30대 중반 이후는 S 그리고 레슨을 할 때는 K의 모습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곤 대학입학 당시의 불안하고 상처 받았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저보다 3살이나 어린 친구가 수석으로 들어와 있는 거예요. 열일곱인데 완벽한 천재였어요. 피아노실을 뛰어다니면서 노는 정말 해맑은 친구였죠. 제가 쓴 곡에 대해서 조언을 얻고 싶어서 ‘8시쯤 봐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그러마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는 거예요. 이 친구에게는 중요한 약속이 아니라 지나가는 말이었던 거죠. 지금은 이해하는데 그때는 정말 상처받았었어요. 학교 졸업 후에도 작품 의뢰가 없거나 제가 만들어둔 작품을 무대에 못올리는 데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컸죠.”

그렇게 J같은 시절을 보냈던 다미로 감독은 “3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S같아 졌다”며 “지금은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음악이 너무 가요스럽다’거나 ‘작곡이나 잘 하지 글을 쓴다’거나 ‘광염소나타 넘버는 클래식이 아니다’ 등의 외부 평에 휘둘리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음악이나 예술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누구나 J·S·K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하고 싶은 걸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는 게 그냥 좋아요. ‘광염소나타’를 하면서 클래식에 좀더 다가면서 그 방대함과 깊이에 감명을 받았어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음악을 써보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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