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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광염소나타’ 다미로 음악감독의 소소한 이야기들…배우들과 뮤즈, 거창한 혹은 소소한 꿈

입력 2017-04-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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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연습실에서 김수용 배우를 처음 봤을 때는 영광이었죠.”

지난 2월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치고 25일 본공연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광염소나타’(4월 25~7월 16일 대학로 JTN 아트홀 1관)의 다미로 음악감독은 K역으로 새로 합류한 김수용에 대해 감개무량했던 소감을 털어놓았다.

“제가 태어나 처음 본 뮤지컬이 ‘컨츄리보이스 스캣’(2007)이었어요. 그때 주인공이 김수용 배우였죠. 뮤지컬이란 이런 거구나, 밴드랑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너무 신기해서 끝나고 티켓에 사인까지 받았어요. 그리고 10년 만에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된 거예요.”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살인으로 음악을 완성시키려는 천재작곡가 J(박한근·문태유)와 그의 뮤즈 S(김지철·유승현) 그리고 J를 살인으로까지 이끄는 K(김수용·이선근) 교수의 창작에 대한 광기를 담고 있다.


◇“이선근 배우는 전공자처럼 피아노를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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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웃 공연에 이어 본공연에도 함께 하는 ‘광염소나타’ K 역의 이선근.(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광염소나타’ 출연 배우들의 필수 덕목이자 난제는 피아노 연주다. J·S·K 모두 무대 위에서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해야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깜짝 놀랐어요. 트라이아웃 공연을 연습 중이었는데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갑자기 ‘월광소나타’를 좀 쳐볼까요 하더니 너무 잘 치는 거예요. 왜 한마디도 안하고 있었냐고 했더니 ‘제가 치는 장면이 없어서…’라는 거예요. 말을 했으면 만들어서라도 넣어줄 텐데…. 이선근 배우는 모든 곡을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다미로 감독은 이선근을 비롯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함께 했던 성두섭, 김경수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트라이아웃 공연을 앞두고 처음 (성)두섭이와 (김)경수를 봤을 때는 반대로 캐스팅된 게 아닌가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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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소나타’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함께 했던 S역의 김경수.(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애초에 J는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고 S는 평온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로 설정됐었기 때문이다.

“같은 대사라도 (성)두섭이는 젠틀하게 하는 편이고 (김)경수는 (감정이 격하게) 오르내리는 걸 좋아하는 배우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경수를 설득하면서 그간 선 굵고 센 역할을 많이 했으니 좀 부드러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 좋겠다고 했는데…결국 또 세졌죠.”

그러면서도 “공연기간이 좀 더 길었으면 경수는 부드러워지고 두섭이는 꽤 센 J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용은 없다? “경수의 C플랫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S의 첫 노래 ‘슬픈페이지’가 처음부터 C플랫까지 올라갔던 건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경수의 C플랫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욕심을 내기는 했죠. 일단 불러보고 낮춰보자 했는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꼭 진성으로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경수도 너무 마음에 들어하더라고요.”

그렇게 ‘슬픈페이지’는 C플랫까지 올라가는 고음 넘버로 탄생했다. 그리고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오세혁 연출의 ‘라흐마니노프’ 달 박사로 정동화와 더블캐스팅됐던 김경수는 ‘광염소나타’의 S로 2주 간 C플랫 넘버를 소화했다.

“오세혁한테 혹사시켰다고 욕을 엄청 먹었죠.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에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절친이자 뮤즈? 오세혁 작·연출, 언젠가는 애증의 ‘홀연했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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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오세혁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 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대학 다닐 때 졸업작품을 해야하는데 연출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조광화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셨어요.”

오세혁 연출은 다미로 감독의 대학 동창이며 절친이자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이들이 대부분인 그의 수많은 뮤즈 중 한 사람이다.

‘김용순’이라는 다미로 감독의 본명에 여자인 줄 알고 들떴던 오세혁 연출과는 ‘실망’으로 시작한 사이란다.

둘이 만나면 9시간 넘게 수다를 떨기도 한다고 전한 다미로 음악감독은 “세혁이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변사였을 거예요”라며 웃는다.

“눈 내리던 날 졸업을 하면서 언젠가는 대학로에서 만나 작품 한번 같이 해보자 했는데 진짜 만날 줄은 몰랐죠.”

대학 졸업 후 캠핑연극 ‘우주인’을 작가와 음악감독으로 함께 했고 2013년 창작산실에 출품했던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전설의 리틀 농구단’을 함께 할 예정이다.

“처음 함께 했던 뮤지컬이 ‘홀연했던 사나이’였어요. 옛날 충남 보령시를 배경으로 한 B급 코드의 작품이죠. 한 사나이가 다방에 나타나서 영화감독이라고 사기를 쳐요. 너희도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하고는 홀연히 사라지죠.”

‘홀연했던 사나이’는 사기를 당한 마을 사람들이 사나이가 떠난 후에도 영화를 완성시키면서 꿈과 삶의 즐거움을 찾는 코믹 뮤지컬이다.

“우리에겐 애증의 작품이에요. 대학로 나와서 첫 작업이었는데 공연화되질 못했죠. 지금도 작품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베클렘트! 역시 대가의 음악, 베토벤의 ‘카바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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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배우들. 왼쪽부터 K 이선근, J 박한근·문태유, K 김수용, S 김지철·유승현.(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자료조사를 하면서 ‘베클렘트’(Beklemmt, 죄다, 압박하다, 괴롭히다)라는 단어에 꽂혀버렸어요. 작업 중이던 모니터 오른쪽에 이 작품에 반드시 나와야하는 용어로 띄워뒀었죠. 원래부터 음악 전문용어를 좀 많이 쓰자고 생각했는데 ‘베클렘트’는 중요한 모티프에 꼭 써야지 했어요.”

이 단어를 극 속에 녹여내기 위해 ‘눈물로 쓴 곡’이라는 ‘카바티네’를 이틀 내내 들으며 그의 심정을 이해하려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그렇게 ‘베클렘트’는 뮤지컬 ‘광염소나타’에서 J를 살인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로 녹아들었다.

“베토벤의 ‘카바티네’가 유명한 곡은 아니에요. 연주자들한테 악보를 줬더니 한번도 못들어본 곡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연주를 하는 거예요. 소름이 돋았죠.”

들어본 적도 없고 따로 지휘를 하지 않았는데도 정확한 템포를 맞췄던 연주자들 역시 “악보 안에서 충분히 표현이 된다”며 신기해 하기도 했다.

“역시 대가의 음악이구나 했죠. 악보도 단순해서 한마디에 음 하나로 구성됐는데도 조화가 엄청 났어요. 제 음악은 안그렇거든요. 일일이 설명해줘야하는데…대가의 음악은 역시 다르구나 싶었죠.”


◇밴드의 꿈과 뮤지컬 ‘리틀잭’ 그리고 HJ컬쳐 한승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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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로 음악감독의 차기작 ‘리틀잭’ 제작사 HJ컬처의 한승원 대표.(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 꿈이 밴드예요. 희끗 희끗 수염이 난 상태에서도 밴드 음악을 하고 싶어요. 7년째 함께 하고 있는 조감독이 기타를 치는데 언젠가는 함께 밴드를 만들어 전국투어를 다니자고 했죠.”

그래서 다미로 감독에게 뮤지컬 ‘리틀잭’은 특별하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배경은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이 활동했던 1960년대 영국 사우스 웨스트의 라이브클럽 마틴이다. 밴드 보컬 잭이 첫사랑 줄리를 기억하며 노래하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다.

“(홍대아트센터 소극장) 극장이 좀 독특해서 무대 회의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도 회의 중인데 초연 때부터 HJ컬쳐 한승원 대표님은 사람 피를 말려요. 저녁 6시 30분부터 회의를 시작하면 보통 새벽 4시 30분까지 해요. 한번은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24시간 운영하는 용산CGV 홀에서 새벽 4시까지 회의를 한 적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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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했던 ‘리틀잭’이 6월 말 재연된다.(사진제공=HJ컬쳐)
다미로 감독은 한승원 대표의 열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없던 불만도 생기는가 하면 옮은 말씀을 하시는데도 반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초연 ‘리틀잭’ 줄리 역의) 히어라는 ‘리틀잭’ 때 제가 ‘왜 이렇게 노래를 못하냐’고 했던 배우예요. 그랬는데 ‘팬레터’에서는 너무 잘하는 거예요. 제가 여자배우 노래를 너무 어렵게 쓴대요. 히어라 말로는 인생 최대의 난관을 만난 것처럼 혼신을 다해 불러도 너무 어렵대요.”

지난해 5월 말 초연됐던 ‘리틀잭’은 올해 6월 말 재연으로 돌아온다. 현재 오디션을 마치고 최종 캐스팅에 한창이다.

“줄리랑 잭 중 한명은 꼭 신인으로 뽑을 거예요. 엄청 잘하는 초절정 신인으로! 지옥 같은 연습으로 잘할 때까지 가르쳐서 꼭 무대에 세울 거예요. 회차를 좀 덜 주더라도 대학로가 발전하려면 '초절정' 신인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리틀잭’은 잭이 오랜만에 콘서트를 하는 거니까 떨림도 있고 설렘도 있으니 (신인이면) 오히려 그 느낌이 잘 살지 않을까도 싶어요.”

‘리틀잭’ 무대에 직접 오르면 어떠냐는 말에 다미로 감독의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자책(?)돌아온다.

“일단 잘생겨야 하는데…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틀려먹었어요. 전 제 밴드로 전국투어를 할게요.”

 

◇‘광염소나타’는 시작! 예술지상주의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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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포스터.(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광염소나타’를 시작으로 예술지상주의에 대한 뮤지컬 3편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다미로 감독은 ‘광염소나타’를 시작으로 ‘예술지상주의’에 대한 3부작을 구상 중이다. 

 

전혀 다른 장르로 한편은 고전 바탕의 뮤지컬이고 또 한편은 10분짜리 웹뮤지컬 형태의 시리즈다.

“큰 사고 없이 작품들을 무사히 무대에 올리는 게 2017년 계획이에요.”

다미로 감독의 2017년은 ‘광염소나타’를 시작으로 6월 ‘리틀잭’, 7월 극비리에 진행 중인 2인극 ‘더 베일’, 10월 오세혁 연출과 함께 하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 12월 월간 다미로 콘서트까지 이미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특히 ‘더 베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 록킹한 넘버로 꾸렸어요. 정말 강할 거예요. ‘21세기 모노리스’ 느낌으로 신디사이저와 함께 사람을 환각에 빠뜨릴 수 있는 작품이죠.”


◇거창한 꿈?! 브로드웨이 진출, 로버트 로페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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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 소나타’의 다미로 음악감독.(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본명이 여자 같다고 해서 바꾸려고 작명소엘 갔는데 노발대발을 하더라고요. 이름을 바꾸면 음악을 못한다는 말에 ‘안다미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죠.”

안다미로는 컵이 가득 찬 상태를 이르는 말로 속이 꽉 찬 사람, 늘 준비된 사람이 되고자 지은 예명이었다.

이후 같은 이름의 신인 여가수가 데뷔하고 홍보대행사가 생기는가 하면 음식점도 여러 곳인 통에 ‘안’을 빼고 ‘다미로’로 활동 중이다.

“예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사람이 더 많은데 저는 꼿꼿하게 갈 겁니다. 제 거창한 꿈은 한국 창작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 가는 거예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위대함을 알릴 수 있는 작품 딱 한편만 오픈런(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공연)으로 해보고 싶어요.”

다미로 감독은 로버트 로페즈를 롤모델로 꼽았다. 뮤지컬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애비뉴 큐’(Avenu Q) 등의 작곡가이자 작가이기도 한 로버트 로페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렛잇고’(Let It Go)를 비롯한 OST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뮤지션이다.

“오프브로드웨이(뉴욕 브로드웨이 외곽 지역의 소극장 거리)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꿈이에요. 밴드에 투어에 브로드웨이에…전 쉽게 못죽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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