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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vs 셀트리온, 세계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 경쟁

삼성 ‘베네팔리’, 올 1분기 유럽서 731억원어치 팔려 … TNF-α억제제 ‘엔브렐’ 첫 바이오시밀러

입력 2017-06-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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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의 TNF-α억제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왼쪽) vs 셀트리온의 TNF-α억제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셀트리온 ‘램시마’, 올 1분기 미국서 190억원 판매 … TNF-α억제제 ‘레미케이드’ 첫 바이오시밀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먼저 진입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바이오시밀러가 임상연구에서 오리지널약 대비 동등한 수준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오리지널약 대비 가격이 약 15%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품목은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일명 생물학적제제의 제네릭으로 오리지널약과 유사하다는 뜻에서 ‘시밀러(similar)’라 부른다. 동물세포, 효모, 대장균 등을 이용해 만든 고분자의 단백질 의약품으로 분자 사이즈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제네릭의약품과 달리 오리지널약과 100% 일치하는 복제약을 만들 수 없다. 원 품목과 공정 과정이 같지 않아 임상시험을 거쳐 오리지널약 대비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증받아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베네팔리’(국내·미국 상품명 ‘브렌시스’, 오리지널 품목명 암젠의 ‘엔브렐’, 성분명 에타너셉트, etanercept)가 유럽에서 지난 1분기 6530만달러(약 7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180만달러(약 20억원) 대비 35배 이상 급증했다.

베네팔리는 미국 암젠이 개발한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tumor necrosis factor alpha) 억제제인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로 지난해 2월 유럽에서 출시된 후 한 해 동안 1억60만달러(약 1170억원)어치가 팔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베네팔리는 유럽 출시 1년 후 나라별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이 영국 45%, 노르웨이 64%, 독일 27%로 확인됐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램시마’(미국 상품명 ‘인플렉트라’, 오리지널 품목명 얀센의 ‘레미케이드’, 성분명 인플릭시맙, infliximab)가 같은 나라에서 출시 1년 후 달성한 점유율보다 15~40%p 이상 앞섰다.

엔브렐은 지난해 세계 연매출이 88억7400만달러(약 9조9743억원)였지만 베네팔리 출시 등으로 올 1분기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의 13억8500만달러(약 1조5512억원) 대비 15% 떨어졌다. 

베네팔리의 주요 경쟁약으로 노바티스의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전문 자회사인 산도스(Sandoz)의 ‘에렐지(Erelzi)’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았으며, 지난 4월 유럽의약품평가위원회(CHMP)가 유럽집행위원회(EC)에 에렐지의 시판허가를 권고해 올 하반기 허가가 예상된다. 산도스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오리지널약 엔브렐 개발사인 암젠과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려 에렐지 출시를 내년으로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베네팔리는 2015년 9월 한국을 시작으로 지난해 유럽·호주·캐나다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오리지널 품목은 TNF-α억제제인 레미케이드(성문명 인플릭시맙)다. 유럽 출시 약 2년 만에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 41%를 확보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판매된 지 한 달만에 매출 400만달러(약 45억원)를 기록했으며, 올 1분기 현지 매출 1700만달러(약 190억원)를 기록했다. 램시마를 판매하고 있는 화이자는 올 1분기 자사의 전세계 바이오시밀러 부문 매출 1억500만달러(약 1187억원) 중 램시마가 7800만달러(약 882억원)로 약 7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램시마 출시로 오리지널약인 레미케이드의 올 1분기 전세계 매출은 16억7200만달러(약 1조873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전세계 연매출 78억2900만달러(약 8조7684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5위를 기록했다.

레미케이드의 두번째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미국 상품명 ‘렌플렉시스’)는 지난해 2월 유럽 출시 이후 올 1분기 매출액이 60만달러(약 7억원)에 그쳤다. 셀트리온이 램시마를 플릭사비보다 약 1년 6개월 먼저 유럽에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플릭사비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오는 10월 미국에 발매될 예정으로 램시마와 다시 맞붙게됐다. 최근 오리지널약인 레미케이드 개발사인 얀센은 플릭사비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제조공정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지만 지난 램시마 소송과 마찬가지로 별 문제없이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램시마는 미국에서 화이자가 단독 판매하고, 유럽에서는 화이자·먼디파마·컨파마·바이오가랑 등이 공동 유통하고 있다. 화이자는 2009년 램시마 독점판매권을 확보한 미국 제약사 호스피라를 2014년에 인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와 플릭사비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젠이 판매하고 있다. 

화이자는 자체 개발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PF-06438179’의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지난해 2월 산도스와 유럽경제구역(European Economic Area, EEA, 28개국)에서 독점 개발·판매·제조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 PF-06438179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650명이 참여한 3상 임상에서 레미케이드 대비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산도스는 이 약의 유럽 출시를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 측은 지난 3월 “화이자와 유통 계약을 체결할 때 셀트리온의 치료제와 동일한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지 않는 ‘비경쟁조항’을 넣었다”며 “화이자가 램시마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유통망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도스가 PF-06438179를 과연 완제품을 내놓을지, 유럽시장에 풀어 램시마와 대항할지는 미지수다. 화이자는 램시마와 PF-06438179를 통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입지를 차지한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3상 임상이 끝나 허가·출시가 임박한 품목은 △애브비의 TNF-α억제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의 바이오시밀러인 ‘SB5’(지난해 6월 국내, 7월 유럽 판매승인 신청) △로슈의 유방암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trastuzumab)’의 바이오시밀러인 ‘SB3’(지난해 8월 국내, 10월 유럽 판매승인 신청) △사노피의 기저인슐린제 ‘란투스(인슐린글란진 100U/㎖, insulin glargine)’의 바이오시밀러인 ‘루수두나’(개발명 ‘SB9’, 지난해 8월 미국 판매승인 신청, 올 1월 유럽 판매허가) 등 3종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치료제 ‘트룩시마’ 유럽에서 발매했다. 로슈의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 국내 상품명 ‘맙테라’)의 첫 바이오시밀러로 램시마와 마찬가지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는 2014년 1월 국내 시펀허가를 받았으며, 지난해 11월 유럽에 이어 올 4월 일본에 판매승인 신청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합성의약품보다 제조하기 어렵고 허가규정이 엄격해 진입장벽이 높지만 지난해 전세계 매출 상위 10개 의약품 중 7개가 생물학적제제일 정도로 수익성이 큰 분야다. 산도스, 화이자, 암젠, MSD(미국·캐나다에선 머크),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보다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보수적이었지만 최근 램시마, 에렐지, 플릭사비 등의 시판을 허가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종근당, CJ헬스케어, LG화학, 대웅제약 등이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미국 TG테라퓨틱스와 리툭산의 바이오베터(생물학적제제의 개량신약)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의약품 연매출 상위 10위 안에든 생물학적제제는 △1위 휴미라(160억7800만달러, 약 18조73억원) △3위 엔브렐(88억7400만달러, 약 9조9743억원) △4위 리툭산(85억8300만달러, 약 9조6129억원) △5위 레미케이드(78억2900만달러, 약 8조7684억원) △7위 아바스틴(67억5200만달러, 약 7조5622억원) △8위 허셉틴(67억5100만달러, 약 7조5611억원) △9위 란투스(60억5400만달러, 약 6조7804억원) 등 총 7품목이다. 이들 약은 특허기간이 이미 만료됐거나 곧 끝날 예정이어서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뜨겁다.

TNF-α억제제 오리지널 ‘휴미라’ vs ‘엔브렐’ vs ‘레미케이드’ 차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TNF-α억제제 3종인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각각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출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CT-P17’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CT-P05’는 아직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않아 삼성보다 개발이 늦다. 

이들 세 TNF-α억제제는 종양괴사인자(TNF-α)가 TNF-α수용체에 결합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신호전달 과정을 차단한다. 류마티스관절염, 만성 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건선과 건선성관절염 등 중증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세 약제 간 효과는 큰 차이가 없어 의료진의 처방경험에 따라 선호도가 나뉜다.

유진투자증권이 2015년 6월 발표한 ‘희귀질환치료제·바이오시밀러’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 만성 염증성장질환, 건선 등에 골고루 쓰인다. 엔브렐은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순으로 많이 사용되는 반면 레미케이드는 류마티스관절염보다 만성 염증성장질환 위주로 처방된다. 

휴미라와 레미케이드는 혈액 속 떠다니는 유리형과 세포막에 붙은 부착형 TNF-α에 모두 결합하는 반면 엔브렐은 사람 면역글로불린G(IgG) 항체의 고정부위(Fc)와 사람 유리형 TNF-α수용체(p75)를 융합한 재조합 단백질로 혈액 속에 떠다니는 TNF-α만을 포획한다. 엔브렐은 결핵유발률이 낮지만 주 1~2회로 투여주기가 짧다.

레미케이드는 사람·쥐 키메라(이종결합) 항체로 TNF-α에 달라붙는 항원결합부위(Fab)는 쥐 단백질로, 실질적인 항체반응을 나타내는 고정부위는 사람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전체 구성 성분의 25%가 쥐에서 유래된 항체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면역반응을 줄이려면 염증억제제인 메토트렉세이트(MTX, methotrexate) 등과 반드시 병용투여해야 한다.

레미케이드는 휴미라나 엔브렐과 달리 자가투여가 불가능해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투여주기가 2개월에 1회로 길다. 셀트리온은 2019년 시판을 목표로 램시마 자가주사 제형을 개발 중이다.

휴미라는 100% 사람유전자를 재조합한 자연 면역글로불린G(IgG) 항체로 사람유전자만 사용했지만, 엔브렐은 항체와 수용체 유전자 일부분을 융합해 다소 차이가 있다. 2주에 한 번 자가주사한다. 엔브렐·레미케이드보다 적응증이 넓으며, 특허만료 기간이 늦어 지난해 세계 연매출 160억7800만달러(약 18조73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1위를 차지했다.



김선영 기자 sseon0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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