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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말처럼 혹은 피고 지고 또 피는 목련처럼 누구나의 ‘화양연화’를 꿈꾸며, 연극 ‘장수상회’

입력 2017-09-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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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장수상회’ 김성칠 역의 신구(왼쪽)와 임금님 손숙.(사진제공=장수상회문전사)

 

“절대 잊지 않으시겠죠?” “오래 오래 기억할게요.”

재개발바람이 한창인 동네의 장수상회 점장인 까칠한 70대 노신사 김성칠(신구·우상전)은 꽃을 쓰레기라 부르고 살갑게 내미는 개업 떡을 패대기치거나 입을 열면 쏟아지는 것이 험악한 말뿐이다. 그러면서도 고독사한 이웃 최씨의 마지막 가는 길에 노잣돈과 소주 한잔을 건넬 줄 아는 따듯한 마음씨를 가졌다. 

 

그런 성칠의 따뜻함을 알아본 꽃집 여사장 임금님(손숙·김지숙)은 “이 할망구가 노망이 났나”라는 막말에도 손 내밀 줄 아는 강단을 지녔다. 두 사람이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애잔하고 따듯하다.

‘내다 버리고 싶은 짐 같은 존재, 가족.’ 극 중 성칠이 반복하는 이 말로 전해지는 두 사람의 로맨스 혹은 가족애는 금님 대사 속 누구나 꿈꾸는 제비꽃말(행복)처럼 혹은 한껏 피고 변하고 사라졌다 다시 마음에 뿌리는 새하얀 목련처럼 아련하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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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장수상회’ 김성칠 역의 신구(왼쪽)와 임금님 손숙.(사진제공=장수상회문전사)

“그럼 가능하죠. 숨이 붙어 있는 한 사랑은 가능해요.”

19일 열린 연극 ‘장수사회’(10월 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프레스콜에서 김성칠 역의 신구와 임금님 역의 손숙은 “70대의 가슴 따뜻한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외쳤다.


◇내다버리고 싶은 짐 같은 존재 가족, 그럼에도 모든 것

“영감님(성칠)은 가족은 내다 버리고 싶은 짐 같은 아픈 존재라고 하시지만…그 말도 일리는 있어요.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돌아갈 곳도 보듬어주는 이들도 가족뿐이죠. 자식, 아내, 남편 등 각자의 입장에서 보시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실까 싶어요.”

손숙의 말처럼 연극 ‘장수상회’는 노년의 로맨스에 빗댄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강제규 감독,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지난해 백일섭·이호재, 김지숙·양금석, 박정표 등이 출연해 초연됐다.

재밌게도 영화의 박근형, 연극 초연의 백일섭, 2017년 시즌의 신구까지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 출연진으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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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장수상회’ 김성칠 역의 신구(왼쪽)와 임금님 손숙.(사진제공=장수상회문전사)

“저는 신구 선생님이 하자고 하시면 무조건 합니다.”

금님 역의 손숙은 “작품도 보기 전에 신구 선생님이 하자고 하셔서 하기로 했다”며 “신구라는 배우가 주는 믿음이 굉장히 강하다. 선후배 통틀어 제일 열심히 연기하시고 무대를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고 신구에 대한 깊은 신뢰를 전했다. 

 

“이번 남편은 너무 러블리해요.”
초연부터 금님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지숙 역시 “남편마다 다르다”며 새 남편(?) 신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굳이 연기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끌려 완성되는 따뜻함과 가족애를 느끼죠. 신구 선생님으로 인해 ‘장수상회’가 완성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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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장수상회’ 임금님 역의 김지숙(왼쪽)과 김성칠 신구.(연합)

이렇게 말한 김지숙은 “결혼도 하지 않고 이 작품으로 네명의 남편을 만나 네 번 결혼한 것 같은 삶을 깊고 아름답게 잘 살아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제 인생의 밑거름이자 힘이 된 작품이에요. 처음으로 노년 연기에 도전했어요. 가족을 통해 얻은 희로애락이 짐이고 덫처럼 견디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죠. 그럼에도 가족을 통해 세상에 나고 마감하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고 삶에서, 작품에서 깊은 울림을 얻게 됐습니다.”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신구와 손숙의 ‘연극사랑’
  

“우리 두 사람 모두 국립극단 단원 출신으로 청춘으로 보낸 각별한 곳이에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3월의 눈’에 이어 신구와 손숙은 부부로만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게다가 세 작품 모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신기한 인연에 대해 손숙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전작들에서는 이불을 내다 널어라 펴라 덮어라…(신구) 선생님이 너무 심부름을 시켜서 힘들었던 기억 밖에 없어요. ‘장수상회’는 예쁜 꽃집 사장이라 굉장히 즐거워요.” 

 

손숙의 말에 동의를 표한 신구는 “연어가 바다에 나갔다 다시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떠났던 개천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라고 연극의 매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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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장수상회’ 김성칠 역의 신구(왼쪽)와 임금님 손숙.(사진제공=장수상회문전사)

“그 동안은 TV 출연으로 연극을 자주 못했어요. 어쩌다 시간 나면 하기도 했는데 말년이 되다보니 애착이 생기고 애정이 가고 그래요. 가능한 시간이 되면 연극하고 좀더 가까이 지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행복’이라는 꽃말의 제비꽃처럼, 피고 색이 바래고 사라졌다 다시 마음에 뿌리는 내리는 하얀목련처럼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온다고 연극 ‘장수상회’는 되뇌고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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