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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황정민’이라는 이름의 무게…뒤틀리고 광기어린 욕망의 투영! 연극 ‘리차드 3세’

입력 2018-02-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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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사진제공=샘컴퍼니)

 

인간의 욕망은 뒤틀렸고 광기에 휩싸였으며 본모습을 감추곤 한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원안으로 한 연극 ‘리차드 3세’(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중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처드 3세는 그 뒤틀리고 광기어린 인간의 욕망을 닮았다.

셋째이며 곱추에 절름발이라는 신체적 결함으로 외면 받았고 멸시 당했던 그는 지독한 결핍과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모두가 네 것이 아니라는 멸시에 그는 복수하듯 왕위를 탐내며 피 비린내 진동하는 숙청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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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사진제공=샘컴퍼니)

그는 감언이설에 능하고 영민하며 치밀하다. 동시에 추악하고 잔인하며 악독한 폭군은 형들을 비롯해 조카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역사적으로 그 평가가 분분한 인물 리처드 3세를 셰익스피어는 지독히도 외롭고 뒤틀렸으며 악독한 인물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도 제 손으로 직접 처단하지 않는다.

귀는 얇고 괴팍한 큰 형 에드워드 4세(정웅인)의 의심을 부추겨 둘째 형 조지 클라랜스(이갑선)를 런던탑에 가둬 해치웠고 그 충격으로 에드워드 4세 역시 숨을 거둔다.

요크家의 에드워드 4세와 반대편에 섰던 랭커스터家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존 그레이 경의 아내였던 엘리자베스 왕비(김여진)의 아들들과 동생들 역시 인간이 가진 욕망을 건드려 제거한다.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들의 성향은 시간대가 맞지 않거나 정반대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집필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재조합하고 실제인물들을 극단적으로 변주해 권력욕에 들끓는 인간군상들을 표현해냈다.

그들의 탐욕과 욕망을 부추기는 이는 늘 리처드 3세였고 그의 속살거림에 인물들은 하나같이 뒤틀리고 광기어리며 잔혹한 속내를 드러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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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사진제공=샘컴퍼니)

 

“불만의 겨울이 가고 태양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이 왔다. 모든 것이 순리처럼 변하리라.”  

 

리처드 3세의 첫 독백부터 ‘적이 사라진 인간의 적은 결국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극명하게 전달하는 그의 죽음으로 내달리기까지 황정민의 존재감은 단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는다. 인간의 어두운 구석을 파고들어 속살거리는 욕망을 상징하는 리처드 3세 그대로의 모습으로 첫 독백부터 숨죽이게 하는 황정민은 마지막 순간에서야 관객들이 호흡하는 것을 허락한다.

이름에 대한 무게는 제각각이다. ‘쌍천만 배우’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국민배우’ 등 수식어나 “황정민이잖아요!”라는 오만석을 비롯한 배우들의 뮤지컬 ‘오케피’ 출연 이유 등은 곧 ‘황정민’이라는 이름이 가진 믿음이자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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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사진제공=샘컴퍼니)

 

그런 의미에서 그의 10년 만의 연극 복귀작 ‘리차드 3세’는 ‘황정민’이라는 이름이 가진 만큼의 기대와 부담으로 묵직한 작품이었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회곡을 바탕으로 했으니 그 이름값과 기대치는 한껏 치솟았다.

치솟을 대로 치솟은 극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이상의 실망과 비판을 감내해야했다. 하지만 황정민은 황정민이다. 셰익스피어라는 대문호가 쫀쫀하고도 리드미컬하게 꾸린 희곡에 부합하는 리처드 3세로 관객들에게 단 한순간의 흐트러짐도 허락하지 않은 황정민의 연기와 존재감만으로도 ‘리차드 3세’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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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사진제공=샘컴퍼니)

 

퇴장이라고는 거의 없는 황정민은 극 진행 내내 화자(話者)이자 주인공으로 올곧게 무대에 발 딛고 극을 이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었던 극과 셰익스피어 특유의 운율은 황정민이 연기하는 리처드 3세로 인해 어렵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오롯이 황정민에 집중되는 눈길에 정웅인, 김여진, 김도현, 정은혜, 이갑선, 박지연 등 쟁쟁한 배우들의 호연과 존재감이 다소 퇴색되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리차드 3세’는 연극은 배우예술이라는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작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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