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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10년만의 연극 복귀작 ‘리차드 3세’의 앤 박지연과 마가렛 정은혜…‘아리랑’ 수국, ‘레이디 맥베스’ ‘메디아’와는 결 다른 여성의 한(恨)!

입력 2017-12-22 18:00 | 신문게재 2017-12-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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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 출연진들. 왼쪽부터 임기홍, 김병희, 박지연, 황정민, 김여진, 정웅인, 정은혜, 김도현, 이갑선(사진제공=샘컴퍼니)

 

참으로 가혹한 시대다. 대기업 여성 직원에게 가해자는 성폭력, 시한폭탄을 안은 듯한 여혐 갈등, 할리우드에서까지 날아온 유명 감독, 배우들의 성추문 등 오래도록 약자였던 여성들에겐 더더욱 가혹한 시대다.

‘아수라’ ‘군함도’ ‘검사외전’ ‘국제시장’ 등 영화활동에 주력하던 황정민이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3세’로 10년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다. 20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 열린 연극 ‘리차드 3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황정민을 비롯해 최근 ‘슬기로운 깜방생활’ 팽 부장으로 활약 중인 정웅인, 데뷔 18년만에 셰익스피어 작품에 출연한다는 김도현 그리고 서재형 연출은 “설렘 반 기대 반”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리처드 3세 황정민 “비뚤어진 몸, 누구보다 무서운 정신력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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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의 황정민(사진제공=샘컴퍼니)

지금 이 시대에 ‘리차드 3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황정민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게 된다면 이 작품으로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어려서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고전극들을 보고 배웠다. 저도 선배로서 연극을 좋아하고 예술하려는 친구들에게 공부가 될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적 바람은 배우로서 딕션과 단어들의 장단음 등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연극배우만이 할 수 있는 걸 정확하게 해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후배들이 보고 저런 식의 대사, 딕션으로 공부해야하는구나 알려주고 싶기는 합니다.”

서재형 연출도 “고전이 주는 두꺼움은 연극이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그간 공백과 일부 오류들이 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악마적 인물이지만 압도적인 캐릭터 리처드 이야기를 원작 그대로, 그러면서도 이전의 공백과 오류들을 메워 관객들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설명했다.

각색을 한 한아름 작가는 “장미전쟁을 배경으로 한 악인 리처드의 이야기지만 텍스트 안에는 권력을 향해가는 다양한 현대의 인간군상들,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문제 등이 있다”며 “리처드가 악인인가 라는 질문을 넘어 인간이 가진 심리에 맞춰 각색했다”고 전했다.

“황정민 등 여러 배우들이 1인 다역, 인간의 한면 뿐 아닌 여러 군상을 연기하도록 각색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 문장의 아름다움과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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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 왼쪽부터 서재형 연출, 황정민, 한아름 작가(사진제공=샘컴퍼니)

 

후일 리처드 3세에 등극하는 글로체스터 공작에 대해 황정민은 “왕좌를 얻기 위해 얼마나 사악해지고 나약해지는지, 한 사람이 가면을 쓴 듯 표현하고 싶다”며 “기본 모습은 있지만 그 속내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여러 가면을 쓴 성격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연기적으로, 인간심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영화 ‘아수라’의 (박성배) 시장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고…몸도 비뚤어졌지만 누구보다 정신이 무서운, 범접할 수는 없겠지만 다방면의 모습들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 중이죠.”

에드워드 4세 역의 정웅인은 “분명 고전극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오실 텐데 이 공연이 관람하기 힘든 고전 연극이 아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시대는 다르지만 상황들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전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비극적인 여성 캐릭터들, 앤의 박지연과 마가렛 왕비 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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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 앤 역의 박지연(사진제공=샘컴퍼니)

리처드 3세(황정민), 요크가의 황제 에드워드 4세(정웅인), 엘리자베스 왕비(김여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피와 야욕의 향연, 권력 찬탈의 장이 될 연극 ‘리차드 3세’에는 비극적인 여성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자들의 무자비한 권력투쟁에서 희생양이 되는 앤과 마가렛 왕비는 각각 ‘레미제라블’ ‘아리랑’ 등의 박지연, 한태숙 연출의‘레이디 맥베스’ ‘단테의 신곡’, 서재형 연출의 ‘메디아’ ‘장화홍련’ 등의 배우이자 소리꾼 정은혜가 연기한다.

뮤지컬 ‘아리랑’에서 시대에 짓밟히고 절망하면서도 꿋꿋했던 방수국으로 분했던 박지연은 “참 가혹한 시대다. 전쟁과 약탈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 역시 무너지게 한다”며 앤에 대해 “그 시대를 그리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아리랑’의 감골댁과 ‘리차드 3세’의 엘리자베스가 모성애와 어머니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수국과 앤 역시 고단하고 연약한 여성 희생자라는 공통점이 있죠. 하지만 수국이는 여려 보이지만 정의롭고 내면이 강했던 여자인 반면 앤은 강하고 날카로운 듯 보이지만 사실 속은 유리 같고 연약할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희생이지만 앤의 죽음은 수국과 방향이 다르죠.”

‘레이디 맥베스’ ‘메디아’ 등에서 남편의 권력욕을 부추기거나 그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던 정은혜도 두 작품 속 여성상과 ‘리차드 3세’의 마가렛 왕비에 대한 차별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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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 마가렛 왕비 역의 정은혜(사진제공=샘컴퍼니)


“전작 ‘레이디 멕베스’나 ‘메디아’는 권력에 사로잡힌 욕망 덩어리거나 사랑하는 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을 죽이는 비정한 어미였어요. 두 여성이 극단으로 달려가는 캐릭터라면 마가렛은 비운의 왕비로 몰락당한 집안의 억울한 한의 덩어리를 가지고 있죠. 이번 ‘리차드 3세’에서 마가렛 왕비는 저주의 모판이자 예견자로 한의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마가렛 왕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정은혜는 “멀찍이서 또는 직접적으로 저주를 예언, 예견해주는 장면들로 극의 활기(비극성)를 불어넣어주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며 “광기 어리게, 전통 소리의 질을 잘 살려서 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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