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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영광' 바그너의 16시간짜리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그리고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

리하르트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 '니벨룽의 반지' 아힘 프라이어 연출로 전야제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연달아 공연
보탄 역의 양준모·김동섭, 로게 양준모·아놀드 베츠옌, 돈너 마르쿠스 아이헤·나건용, 프로 탄젤 아키자벡·임홍재, 프리카 미셸 브리드트·김지선, 프라이아 에스더 리 등 출연

입력 2018-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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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풀 드레스 리허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성악가로서 바그너의 오페라, 아힘 프라이어 연출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Der Ring des Nibelungen: Part I Das Rheingold 11월 14~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하 라인의 황금) 출연진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정식으로는 ‘3일간과 하룻밤의 전야제를 위한 무대축전극’으로 불리는 ‘니벨룽의 반지’는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작곡,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 연출의 4부작 16시간짜리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이다.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아리아와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전달에 중점을 둔 창법)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식의 극이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극 진행을 보완하기 위해 ‘라이트모티프’(Leitmotif) 테마들을 배치했다. 라이트모티프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심리묘사, 주제 등을 묘사하는 멜로디로 ‘니벨룽의 반지’에는 100여개가 넘는 곡들이 존재한다.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의 아힘 프라이어 연출(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게르만 기사도 문학작품 ‘니벨룽의 노래’,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북유럽 신화 중 뵐숭 일족의 탄생과 몰락을 다루고 있는 ‘뵐숭 사가’(Volsunga saga)를 토대로 한다.

그 중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은 니벨룽 족속의 일원인 늙은 난쟁이 알베리히, 영웅들의 낙원 발할라의 왕 보탄과 그의 아내이자 결혼의 신 프리카, 반인반신 불의 신 로게, 번개의 신 돈너와 행복의 신 프로, 청춘과 생명의 여신 프라이아, 알베리히의 동생 미메, 거인형제 파졸트와 파프너, 라인의 처녀로 불리는 님프들 보글린데·벨군데·프로스힐데 등이 엮어 가는 이야기다.

‘니벨룽의 반지’는 전야제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이후 ‘발퀴레’(Die Walkure, 2019년 6월), ‘지그프리트’(Siegfried, 2019년 12월), ‘신들의 황혼’(Gotterdammerung, 2020년 5월)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번 ‘라인의 황금’은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을, 랄프 바이커트·마티아스 플레츠베르거가 지휘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책임진다. 더불어 보탄 역의 양준모·김동섭, 로게 양준모·아놀드 베츠옌, 돈너 마르쿠스 아이헤·나건용, 프로 탄젤 아키자벡·임홍재, 프리카 미셸 브리드트·김지선, 프라이아 에스더 리 등이 출연한다.

“칼 마르크스의 친구이기도 했던 바그너가 바로크와 로코코, 모차르트 이후 현재 세계의 정치적 상황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만든 작품이 ‘니벨룽의 반지’예요. 이 작품을 바그너는 ‘오페라’가 아닌 16시간 동안 계속되는 음악연극,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이라고 했죠. 언어가 시가 되고 스스로도 존재할 수 있는, 음악 없이 언어만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음악 자체도 그림이 될 수 있고 무대와 조명이 언어와 음악처럼 표현되는 종합예술이죠.”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풀 드레스 리허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12일 남산창작센터에서 진행된 풀드레스 리허설에서 ‘니벨룽의 반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아힘 프라이어 연출은 “낯설기 만한 시대에도 연주돼야 하는 작품”이라고 정의하며 “그때 만들어졌지만 지금 봐도 현재의 세계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히틀러의 독재정권을 표현하는 알베리히를 비롯해 보탄 등 지금의 현실 세계와도 유사한 게 많아요.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죠. 여기의 등장인물들이 지금 우리의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되는 동안 관객들이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저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죠.”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보탄 역의 바리톤 양준모(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보탄 역의 바리톤 양준모는 “보탄도 신이지만 마지막에 그가 원하는 건 인간이 물질, 권력 등에 대해 갖는 욕심”이라며 “근엄함이 아닌 인간의 추악함,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신의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라인의 처녀’ 중 둘째 벨군데 역의 소프라노 김샤론은 “아힘 연출께서 라인 처녀들의 감정이 황금을 뺏겨서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자연이 파괴됐을 때의 고통을 표현해야 한다고 얘기해 주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힘 연출은 장면 시연과 더불어 무대와 의상 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보탄의 눈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지그프리드’에 가면 굉장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며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상징한다. 그림도 마찬가지여서 겉으로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내면으로 느껴야하는 것들이다. 우리 영혼의 그림을 형상화한다. 작품 전체가 마르지 않는 우주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라인의 황금’은 여러 시대 표현하고 있어요. 시간도 그렇지만 신들이 살고 있는 발할라, 라인강, 난쟁이들이 있는 지하 유황동굴 등 여러 장소가 등장하죠. 이 공간을 통해 하늘, 지하세계, 강, 물 등으로 연출되죠. 오케스트라 앞쪽에는 암막으로 빛나는 라인강을 표현해요.”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풀 드레스 리허설(사진=최민석 기자 yullire@viva100.com)

 

시연된 3개 장면 중 첫 장면에 대해서는 “라인강에 햇빛이 들어오는 장면, 난쟁이가 금을 얻기 위해 세 요정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는 장면, 햇살이 비치는 수중세계, 황금이 빛나는 장면들 등이 연출된다”며 “실제로 지켜보는 분들이 직접 물 안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신들, 난쟁이, 요정들 등 등장인물들은 실제 생활에서 만나기 어려운 존재들이어서 가면이 중요합니다. (라인의 처녀들) 요정(보글린데·벨군데·프로스힐데)이 쓴 가면, 노랑·초록·파랑 등이 조명과 조화를 이루며 의미하는 바가 달라지죠. 요정들이 춤추는 바닥은 원래 거울이에요. 라인강의 세 요정이 반짝거리는 치마를 입고 춤출 때 모든 것이 빛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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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풀 드레스 리허설(사진제공=월드아트오페라)

그리고 “지붕을 뚫고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이 연출되고 거인형제가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면서 발생하는 이 세상 최초로 형제를 죽이는 사건은 피가 바닥으로 쏟아지는 장면에 이어 바닥이 피로 흥건해지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탄의 눈은 흰자위 부분이 빛날 것이고 보탄이 등장할 때는 두 마리의 까마귀들이 날아오른다. 알베리히가 손에 링을 가지고 있을 때는 공중에서 반지가 빛나고 난쟁이들의 마스크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는 소재로 만들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 ‘니벨룽의 반지’ 한국 공연에 대해 아힘 연출은 “한국이 현재 처한 정치적 상황, 분단국가라는 점과 이 작품이 단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다는 데 염두를 두고 연출했다”며 “(LA, 독일 만하임 공연)이전 프로덕션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니벨룽의 반지’는 현재 독일 외무성을 통해 북한과 접촉하며 무대에 오를 북한 성악가를 물색 중이다. 이에 대해 조선오페라단 최승우 대표는 “한국이 스포츠 뿐 아니라 순수예술 안에서도 같이 참여하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진행 중”이라며 “아킴은 동독에서 서독으로 망명해 세계적인 예술가 됐다. 그의 품안에서 남북 성악가들이 함께 하며 독일 같은 통일이라는 미래를 향해 가자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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