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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5G 시대’ 갈등의 핵심…‘망 중립성’은 무엇인가?

입력 2018-12-05 07:00 | 신문게재 2018-12-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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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자정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5G 주파수를 송출하면서 본격적인 5G 시대가 개막됐다. 5G는 초고속·초저지연·초광대역을 특성으로 기존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전송속도 △최대 10분의 1에 수준의 응답속도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 수 확대 등을 통해 가상현실·홀로그램·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 등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5G 네트워크는 3.5㎓ 대역과 28㎓ 대역 고주파를 활용해 보다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하지만 고주파의 단점인 직진성과 도달거리가 짧다는 점 탓에 원활한 5G 서비스를 위해선 LTE 대비 더 촘촘한 기지국 설치가 필수다. 여기서 통신사업자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하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5G 상용 서비스로 충분한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나오는 구호가 바로 ‘망 중립성 완화’다. 5G 서비스에 필수 요소로 꼽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역시 ‘망 중립성’과 맞닿아 있다. 

 

5G
(픽사베이 제공)

 

◇ 그런데 ‘망 중립성’이 뭐지?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를 설비한 통신업자가 망을 통해 모든 사업자가 공평하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통신사업자는 사업자·내용·유형 등에 따라 속도를 차별하거나 콘텐츠를 차단해서 안 된다. 망 중립성은 기존 인터넷 세계를 관통해 온 하나의 규율이었다. 모든 CP 사업자들이 공평하게 망을 사용할 수 있었던 탓에 구글·애플 등 차고 벤처(Garage Venture)와 대형회사의 경쟁은 ‘회사의 크기’가 아닌 ‘콘텐츠 아이디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

인터넷 세계를 지배해오던 망 중립성이 흔들린 계기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망 중립성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통신사업 관리하는 FCC 수장에 AT&T 부사장 역임한 아짓 파이를 임명했다. 아짓 파이 의장은 오바마 정부의 기조였던 망 중립성에 대해 공공연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결국 지난 6월 망 중립성 폐지안을 발표했다. 파이 의장은 망 중립성을 폐지함으로써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5G 시대 앞두고 인프라 설비 투자를 확대,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강수를 둔 셈이다.

네트워크
(픽사베이 제공)

 

◇ 망 중립성 유지 vs 완화… 갈등 점화

미국 정부의 기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망 중립성 유지와 폐지(혹은 완화)에 대한 엇갈린 주장은 미국 의회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주 정부 중에서는 워싱턴 주와 오리건 주가 지난 3월과 4월 각각 망 중립성을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같은 갈등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장초과학부)가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망 중립성이 유지되고 있다.

5G 시대 망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은 5G의 핵심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에서 비롯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코어 네트워크 인프라를 서비스에 따라 다수의 독립적인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코어 네트워크를 ‘도로’로 비유한다면 도로의 폭은 그대로 두되, 버스 전용차선과 같이 특정 차량만 이동할 수 있는 도로를 새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가능해지면 하나의 망에 자율주행 전용 네트워크나 AR·VR 서비스 전용 네트워크 등을 구분해 이용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전용 네트워크 탓에 기존 네트워크는 다소 정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모든 사업자가 공평하게 망을 사용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과 위배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트워크
(픽사베이 제공)

 

◇ 콘텐츠 vs 인프라… 선택의 기로

현재 인터넷은 사용자가 이동통신사에게 데이터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CP의 콘텐츠를 이용한다. CP는 사용자가 접속해 사용한 데이터 전송량에 비례해 대가를 지불하고, 통신사는 사용자가 지불한 비용과 CP가 지불한 망 이용 대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5G 시대가 본격화되고 투자 금액이 커지면서 통신사업자는 망 중립성 완화를 원한다. 하지만 망 중립성이 완화되는 순간 경쟁력을 대폭 상실하게 되는 중소 CP 사업자는 망 중립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맞선다. 망 중립성이 완화되면 통신사업자가 임의로 서비스를 구분해 속도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CP 사의 서비스를 배제함으로써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될 5G 시대에 망 중립성 유지만을 주장할 경우,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반대 주장 역시 현실적이다. 여기서 ‘관리형 서비스’라는 개념이 나온다. 관리형 서비스는 자율주행차·원격 의료 등 초민감 서비스를 일반 인터넷망과는 별개로 운영하지만, 운용 조건에 남아있는 기존 인터넷망의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첨부해 망 중립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관리형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법령 도입이나 부처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도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선민규 기자 s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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