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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發 코오롱그룹 신사업 재편 가능성↑

입력 2019-04-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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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매가 중지된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와 관련한 논란이 일파만파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인보사 등 신사업을 통해 기존 ‘섬유명가’ 이미지를 벗고 4차 산업혁명시대형 종합그룹으로 재도약 하겠다는 코오롱그룹의 신사업 전략에 차질은 물론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합작법인인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에 대한 미국 내 임상 3상 시험이 최근 전격 중단된 데 이어 국내 판매 중단과 함께 ‘성분 변경’ 논란 등까지 불거지면서, 이를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코오롱그룹에게도 유무형의 데미지(손실)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신사업 추진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세계 최초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일단 코오롱생명과학은 안전성과 유효성에도 문제가 없을 뿐더러 허가 취소 우려도 없다고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다. 2018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보사의 임상시료 사용허가(CMC)를 받아 임상3상에 착수한 이후 중국 차이나 라이프 메디컬 센트레와 2300억원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미국(먼디파마와 약 6억 달러 계약) △홍콩과 마카오 170억원 △몽골 100억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1000억원 등 전세계 20개국에 인보사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확정적으로 말하기엔 이르지만 비즈니스 파트너사가 인보사를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일부 동요는 있겠지만 재검증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면 비즈니스 관계는 복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이번 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제조나 판매는 물론 계약 자체 성사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바로미터는 오는 15일 식약처의 인보사 성분 분석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올 결과에 따라 인보사의 운명은 물론 향후 임상 시험 등에 대한 행보가 결정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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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회장(둘째 줄 가운데)이 2017년 4월,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생산라인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은 모습.(사진제공=코오롱)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신사업에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 20년 가까이 땀과 열정을 투입한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의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이를 두고 이 전 회장은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글로벌 혁신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 배경에는 이 전 회장은 40세라는 어린 나이 코오롱그룹 수장에 오른 직후 IMF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당시 성공가능성이 0.00001%에 불과했던 인보사 개발에 뛰어들었던 사실과 연결되고 있다. 그는 이듬해인 1999년 글로벌 제약 기업들의 전쟁터인 미국에 바이오 신약 기업 티슈진을 설립했다. 이후 그는 티슈진에 인보사 개발비 1000억원 등을 투입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2001년부터 국내외에서 특허를 취득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임상에 들어가 2013년 마침내 국내 임상 3상 시험 등을 거쳐 2017년 국내에서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받으며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에 이 전 회장은 “2017년이 장애물을 뛰어넘는 해라면 2018년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이 성과를 내는 ‘코오롱 대도약의 새 시대’가 열리는 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 전 회장이 인보사를 통해 그동안 ‘섬유명가’로 굳어진 그룹 이미지를 벗고 미래형 종합그룹으로 재도약하는 한편 IMF 이전까지만 해도 18위였으나 현재 31위로 떨어진 재계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1남 2녀를 둔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내 네 번째 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코오롱그룹은 지주회사인 코오롱을 축으로 사업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티슈진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주력 신사업으로 △인보사 등 바이오신약 △타이어코드 △투명폴리이미드 필름 △수입차 AS(애프터서비스) 사업 등이 있다. 이 중 바이오신약 사업이 이번 인보사 사태로 유무형의 타격이 예상되면서 코오롱그룹 전체 신사업 전략에도 재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바이오 신사업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무엇보다 성공을 장담할 수없어 리스크가 크다”며 “인보사는 이웅열 전 회장이 20년 동안 공을 들였을 정도로 그룹의 신사업으로써 상당한 비중과 기대가 담긴 사업이었던 만큼 이번 일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계산할 경우 잃는 게 많다. 만약 허가 취소를 받을 경우 코오롱그룹 내 신사업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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