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100] 웨딩카 운전하는 노신사, "제가 만든 직업으로 인생 3막 달립니다"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노경환 더쇼퍼 대표 “쇼퍼에게 양질의 일자리·좋은 수익 제공하는 것이 목표”

입력 2019-12-23 09:23 | 신문게재 2019-12-23 18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91210-IMG_2810
노경환 더쇼퍼 대표. (사진=이철준PD)

 

노신사의 시계는 주말이면 더 빠르게 움직인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나비 넥타이를 메고 각이 잡힌 베레모를 쓴 그가 아침 일찍부터 향하는 곳은 어딜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결혼식 날, 신랑·신부를 태운 웨딩카를 운전하러 나서는 것이다.

노경환 더쇼퍼 대표는 이처럼 결혼식 당일 웨딩카를 운전해주는 ‘웨딩쇼퍼’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인생 2막을 스스로 개척한 케이스다.

‘쇼퍼’란 리무진과 같은 최고급 승용차에 귀빈들을 태우고 운전하며 일반 운전기사가 해내지 못하는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 운전기사로서, 특별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지상의 파일럿’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 대표는 ‘웨딩쇼퍼’로서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는 물론 이들의 가족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웨딩카를 운전해 주는 일을 한다.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결혼식 날, 인생의 선배인 시니어가 운전해 주는 웨딩카는 어떤 모습일까. 말끔한 정장 차림에 나비 넥타이가 인상적인 노 대표를 만나 그가 운전하는 웨딩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013A9559_1
(사진제공=더쇼퍼)

 


◇호텔리어로 20년, 퇴직 후 대리운전 하기도

노 대표는 62세가 되던 해 20여년 간 일해 온 호텔에서 퇴직했다. 이후 보통의 퇴직자들처럼 재취업을 원했지만, 1950년생인 그를 받아주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일단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리운전을 시작했는데, 일부 사람들의 폄하된 시선과 좋지 않은 경험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노 대표는 ‘운전을 하면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막연히 생각에 그쳤던 아이디어는 노 대표의 아들이 결혼을 하면서 구체화됐다.

“아들의 결혼식인데 직접 웨딩카를 운전한다고 해서 ‘지인에게 부탁하지 그랬냐’는 저의 말에 의외의 대답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사람들한테 그런 개인적인 부탁 하지 않는다고, 친구들도 다 알아서 했다고요.”

아들의 말에 노 대표는 그렇다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 시니어가 안정감 있게 운전을 대신 해준다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인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 이런 질문을 했었어요. ‘꼰대가 운전하면 어떠냐?’라고 말이죠. 다행히도 꼭 젊은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싫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승산이 있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_MG_0175 (1)
(사진제공=더쇼퍼)

 

◇ 창업이 어렵다면? 창직!…“일자리 스스로 만든다”

노 대표는 당초 ‘프리미엄 운전 서비스’로 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기술이나 세밀한 부분을 계획하는데 부족함을 느끼던 중, 2015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시니어 사회적기업 창업전문과정’를 발견해 신청했다. 이는 사회적기업 ‘상상우리’가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곳을 통해 5개월 동안 창업을 위한 준비 과정과 다양한 기술 등을 배웠다. 이에 ‘웨딩쇼퍼’라는 사업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노 대표는 2016년 10월 ‘더쇼퍼’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더쇼퍼는 결혼식 웨딩카를 운전하는 일자리를 창출해 시니어와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고 세대통합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음 1인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11명의 직원들이 힘을 합쳐 결혼식 날 신랑·신부를 태우고 미용실·결혼식장·공항까지 웨딩카를 운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혼식은 시즌 영향을 많이 받는데, 성수기인 봄·가을 기준으로 한 달에 평균 30쌍 정도 예약합니다. 쇼퍼만 제공하거나, 쇼퍼+웨딩카 제공 서비스 두 가지로 나눠 운영하고 있습니다. 3시간·5시간·8시간 등 시간에 따라 기본 계약금이 정해져 있는데, 고객 스케줄에 따라 시간이 늘어나면 시간당 추가금 부과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고객의 스케줄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로 대부분 은퇴한 시니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결혼식 특성상 주말에만 주로 일이 있지만, 미리 계약된 렌터카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 쇼퍼의 수익 구조는 최대한 높게 잡고 있다.

노 대표는 “보통의 알바 보다 급여가 높은 편”이라며 “더쇼퍼는 회사의 수익 창출 보다는 시니어에게 더 않은 일자리를 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와 좋은 수익을 쇼퍼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20191210-IMG_2761
노경환 대표. (사진=이철준PD)

 

◇ 내년 더블성장, 3년 내 쇼퍼 100명 고용 목표

올해 더쇼퍼 매출은 5000만원 정도로, 금년도 200쌍에게 웨딩쇼퍼 서비스를 제공했다. 노 대표는 “내년에는 더블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3년 내로 쇼퍼 100명 고용 및 양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말 영업이 활성화 되면 주중에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프리미엄 드라이빙 서비스’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여성 쇼퍼 양성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굉장히 긍정적이다. 이에 시니어뿐 만 아니라 경단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도태를 마련해보고 싶다는 게 노 대표의 계획이다. 이미 더쇼퍼에 소속된 11명의 직원 중 2명은 경단녀 케이스다. 이에 앞으로 이와 관련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보람 있고 좋은 날에 동행해 줘서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앞으로 존중받는 일자리를 만들자는 게 제 꿈이자 희망입니다. 서비스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서로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좀 더 나은 일자리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