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 "이정재X황정민 그리고 존재감 키운 유이 박정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매년 여름 극장가는 소리없는 전쟁터였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영화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규모가 70% 이상 급감했고 해외 로케나 제작을 모두 내년으로 미루는 모양새다. 

하지만 부가 판권으로 손익분기점의 무게감을 줄이고 스타 군단과 시의 적절한 소재로 여름 극장가에 정면 도전하는 영화들이 있다. 단군이래 데뷔작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첫 감독인 양우석의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과 첫 장편 영화 ‘오피스’로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은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그 주인공.  

‘강철비2’가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5일 개봉하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영화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한국, 일본, 태국까지 3개국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강렬한 추격 액션과 악랄한 캐릭터가 돋보인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모두가 꺼리는 마지막 임무를 끝낸 암살자 인남(황정민)은 곧 복수에 나선 레이(이정재)에 쫓기게 된다. 태국에서 조력자 유이(박정민)를 만난 인남은 몰랐던 가족의 존재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살고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오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첫 구상은 10년 전, 그래요. ‘아저씨’가 나오고 ‘신세계’가 나왔죠.” 

홍원찬 감독은 스스로를 “아직 경험이 많은 감독이 아니라 반응을 체크 중”이라고 겸손해 했지만 그는 영화계에서 ‘쓰고 찍는’ 데 유난히 러브콜을 많이 받는 감독 중 한명이다.

홍 감독은 2015년 장편 연출 데뷔작인 스릴러 ‘오피스’로 칸영화제(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에 다녀왔다. ‘추격자’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의 각색을 맡으며 특유의 ‘글빨’을 증명해 왔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홍경표 촬영 감독의 독특한 촬영법과 더불어 한국은 물론 태국, 일본 3국을 넘나드는 글로벌한 로케이션이 또 다른 주인공이다. 여행지지만 여행지 같지 않고 해외면서도 이국적이지 않은 묘한 이질감이 뒤섞여있다.
 

“10년 전쯤 외국에서 아이를 찾는 초안을 썼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나왔어요. 한국에서도 장기매매를 소재로 한 작품이 속속 등장했고 외화에서도 ‘존 윅’ 같은 킬러가 주인공인 영화가 인기를 끌었죠. 그 와중에 전 ‘오피스’란 영화로 감독 데뷔를 했습니다.(웃음)”

◇“계속 변주돼 나올 인남(황정민) 캐릭터 가장 애정”

홍원찬 감독은 "실질적으로 인남이 끌어가는 이야기라 가장 애정이 간다"고 밝혔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인간 백정이라 불리는 레이와 전직 국가요원으로 보이지만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인남의 대결이 기본 구조다. 인물들의 자세한 사연은 다뤄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8년 전 ‘신세계’를 통해 흡사 형제같은 호흡을 보여줬고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느와르를 완성했다.

홍 감독은 “두 배우 모두 캐스팅 1순위였지만 설마 할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존재감을 키운 건 유이라는 캐릭터다. 한국에서 터부시하는 존재이면서 강하고 무거운 캐릭터 중 숨구멍이 돼줬으면 했다. 내 힘으로 관여한 건 박정민 뿐이지만 실질적으로 인남이 끌어가는 이야기라 가장 애정이 가는 역할”이라고 미소 지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감독(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악은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는 것”
 

홍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이 다 국적이 모호하고 각자의 소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타입”이라며 “애초부터 원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염두해두지 않았다 상업적이지 않을 수 있어도 다만 부모를 잃은 소녀가 두 성(남성이면서 여자인)을 다 갖춘 인물의 손에 자란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배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복수의 끝자락에서 지구의 낙원이라 불리는 한 장소에서 끝을 맺는다.

“실제로 저는 파나마를 가본 적 없어요. 알고 보니 어두운 세계(?) 분들이 실제 도피처로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름은 알지만 낯서, 미지의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서 듣기는 했지만 생소하고, 쉽게 가보지 못한 장소로 적격이었죠. 차기작은 사극을 준비중이에요. 서스펜스 액션 사극이니 기대해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