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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50%대 재현할까…“불편한 거래소”

입력 2021-04-12 07:15 | 신문게재 2021-04-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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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글로벌 시세보다 높아지는 ‘김치 프리미엄’이 연일 초강세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11일 오전 기준 78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에는 7900만원대까지 오르는 등 최근 일주일 사이 최대 1300만원대 차이를 기록했다. 이에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비트코인 대량 매도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과열을 차단하겠다며 직접 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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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2018년 김치 프리미엄 54.4%


가상자산 시장의 고유명사가 된 김치 프리미엄은 2017년 하반기 가상자산 첫 번째 폭등 시기에 등장했다. 당시 국내 거래소의 비트코인 시세가 글로벌 시세보다 절반 이상 높아지자, 이를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이라 붙인 것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2017년 12월 중순부터 10% 이상을 기록했으며, 2018년 1월 최대 54.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대치를 찍은 이후부터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하락세를 보였다. 거래소 폐쇄 방침까지 밝힌 일명 ‘박상기의 난’에 김치 프리미엄은 단숨에 ‘김치 디스카운트’로 바뀌고 말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 유입까지 발생하는 등 한국 시장이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기지로 떠올랐다”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투기 조장과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었지만, 이제 시장 자체가 막 태동한 시점에서 시장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초기 시장 주도권을 한국이 쥐면서 글로벌 판세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김치 프리미엄 발생 이유는 의견이 분분하다. 2019년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연구진은 김치 프리미엄이 한국 시장의 독특한 시장 구조와 높은 거래 비용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칙에 따른 프리미엄이 아닌, 제도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다량의 달러 보유가 어려운 폐쇄적 환경이기 때문에,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한 활발한 차익거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의 김치 프리미엄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쏠린 국내 투자자금의 가상자산 이동 현상, 투자시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종의 ‘포모(FOMO)’ 심리 등이 김치 프리미엄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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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비트코인 재정거래 논란


최근 업비트에서 갑작스러운 비트코인 하락세가 일어나면서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고래(가상자산 대량 보유자)’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오후 3시께 업비트에서 787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1시간 30분만에 7000만원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같은 시간대 전 세계 거래량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1%대 하락에 그쳤다.

가상화폐 온체인 분석 기업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30분 단위로 쪼개면 평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100개에서 500개 수준이지만, 이번 하락에서는 1시간 30분 동안 3000개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며 “빗썸의 비트코인 유입이 증가하고 다른 거래소들의 유입이 감소하는 등 누군가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재정거래 방법을 알아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정거래는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시세 차이를 보일 때 타이밍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차익을 내는 거래 방법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강도 높은 외환거래법에 재정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를 회피하는 방법이 나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시장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가상자산 시장 압박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자산 관계부처회의에서 관계 부처는 가상자산 불법 거래를 엄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법무부, 경찰청 등의 실·국장들이 참석했으며 최근의 가상자산 시장 상황 공유와 특금법 개정안 적용 등을 논의했다.

문승욱 국무2차장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나 금융 투자상품이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불법행위와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언제든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의 내재 가치에 의문을 표하며 비트코인 폭락을 예고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상자산이 실질 가치에 비해 과열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압박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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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중소 거래소 “겁박과 다름없다”

2017년 정부의 고강도 압박을 한 차례 겪었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특금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시중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시급한 중소 거래소들을 겨냥한 공포 분위기 조성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중소 거래소들은 정부가 시장에 최소한의 거래소만 남겨 두고 인위적인 조정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A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은행마다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계좌 발급에 주의를 요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실명계좌 발급을 최소화해 국내 거래소 대부분을 강제 폐쇄하겠다는 겁박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B거래소 관계자는 “상반기 중 실명계좌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은행이 몇 군데 있었지만, 최근 기류가 바뀐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특금법 개정안 유예기간인 9월 24일까지 이어진다면 사업자 등록은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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