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요리

알싸한 매운 향 '산마늘', 질기고 강한 우리네 혼 닮았네

[오현식의 나물이야기] ⑧반할만큼 매콤한 매력, 산마늘

입력 2015-03-13 0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산마늘은 마늘 맛이 난다고 해서 인기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마늘같이 매운맛이 나는 채소를 좋아한다. 많은 산나물 가운데 매운맛이 나는 것은 산마늘이 유일하다. 달래가 있지만 그 맛과는 다르다. 산마늘의 매운맛은 그냥 매운 게 아니다. 단맛을 함께 지니고 있어 매운맛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잎과 뿌리 등 식물체 전체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냄새가 강해 마늘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산마늘을 한번 맛보면 그 맛에 반한다.

 

반할만큼 매콤한 매력, 산마늘
산마늘 밭

  

산마늘은 성질이 급하다. 눈이 녹기도 전에 벌써 푸른 싹을 내민다. 연녹색을 띠는 여린 잎이 어떻게 차디찬 눈 속을 뚫고 올라왔을까 신기할 정도다. 대부분 식물은 서릿발 앞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산마늘은 다르다. 아직 꽃샘추위의 바람 끝이 살아 있는 4월에 벌써 잎을 나풀거린다. 높은 산에는 5월까지 눈이 내릴 테지만 산마늘은 마늘 같은 매운맛 향을 흩뿌리며 생장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더위에 아주 약한 약점이 있다. 6~7월에 접어들면 벌써 잎 끝이 누릇누릇 마르기 시작하여 여름잠에 든다. 벌써 내년 새봄을 준비하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마늘은 우리 역사와 관련 깊다. 1882년 조선 고종 19년에 개척령으로 울릉도에 100여 명이 파견되었다. 곧 겨울이 되자 식량이 바닥이 나 이주민들이 굶어죽게 되었다. 하는 수없이 집 밖으로 나와 먹을 것을 찾던 중 눈 속에서 파란 새싹을 발견했다. 이를 캐다가 굶주린 배를 겨우 채웠는데 그게 바로 산마늘이다. 이주민들은 귀중한 생명을 잇게 했다고 해서 ‘목숨 명’(命) 자를 써서 ‘명이나물’로 불렀다고 한다. 아직도 울릉도 사람들은 산마늘보다 명이나물(멩이나물)이라고 부른다.

또 일제 강점기(1910~1945년)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울릉도 사람들이 6개월이나 산마늘 뿌리를 캐먹고 버텼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산마늘은 울릉도 사람들에게 생명을 이어 준 쌀만큼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던 셈이다. 잎과 줄기는 물론 양파처럼 생긴 뿌리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구황 작물이었다.

 

반할만큼 매콤한 매력, 산마늘
조선시대 이주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준 산마늘은 '명이나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산마늘의 역사는 단군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곰이 100일 동안 수행하면서 먹었던 것이 바로 마늘이다. 경북 영양에서 산나물을 재배하는 권용인 씨는 “단군 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현재 우리가 먹는 마늘이 아니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마늘이다. 산마늘은 우리 선조들의 혼이 담긴 먹을거리다.”라고 주장한다. 권 씨는 한때 야생화 보급과 문화 운동에 앞장섰지만 우리 문화와 혼이 깃든 산나물에 이끌려 산나물이 많이 나기로 소문 난 영양에 터전을 옮겨 왔다.

최근 울릉도는 산마늘을 채취하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울릉도에서는 해발 800m 이상, 북사면 음지에서 자생하지만 요즘 남획으로 자생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산림청이 산마늘을 보호 식물로 지정하고 채취 기간은 4월부터 5월 15까지, 시간은 오전6시∼오후4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뿌리 채 뽑지 않기, 꽃대가 형성될 때 채취하지 않기, 종자(씨앗) 채취하지 않기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울릉도는 절벽이 많고 지형이 험준해 안전 불감증 및 채취의 욕심 때문에 사망 등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쯤이면 사람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뜻을 지닌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 영양·효능

 

산마늘은 섬유질이 많아 장의 운동을 자극해서 변비를 없애 주는 효과가 있다. 

 

독특한 매운 냄새를 내는 알라린(Alliin)이라는 성분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비타민 B1을 활성화하고 일부 병원균에 대하여 항균 작용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성인의 대표적인 사망 원인인 심장 마비, 관상 동맥 질환, 뇌졸중 등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을 크게 낮춰 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천연물화학연구실과 서울대 수의대 독성학연구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나물의 한약명은 각초, 산총, 명총인데 파라는 뜻이다. 동의보감과 중약대전에서는 신경계 질환에 효과가 있어 건망증·불면증에 좋고, 체력이 약해져 신경 쇠약이 있을 때도 다른 약재와 배합하여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고혈압·동맥 경화증에 치료 효과가 있다.

 

산마늘 장아찌
산마늘 장아찌

 

◆ 산나물 장아찌, 느끼함 잡고 고기맛 살리는 '찰떡궁합'

 

산마늘은 장아찌로 담가 먹으면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한우 전문 음식점에 가 보면 산마늘 장아찌가 밥상에 나온다. 산마늘은 마늘과 채소의 기능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다. 은은한 매운맛의 향기는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 줘 고기 맛을 더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생것을 고기를 쌈 싸 먹어도 좋다. 처음에 먹으면 매운맛이 역겹게 느껴지지만 자꾸 먹으면 다른 쌈 채소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

 

<만드는 법>

1. 다듬은 산나물을 물기를 빼준다. 

2. 간장에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끓여준다.

3. 절임장을 끓여서 식힌 다음 매실청, 백포도주, 산야초 효소로 적절하게 맛을 낸다.

4. 산나물을 차곡차곡 그릇에 담고 식힌 절임간장을 부어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둔다. 

5. 사흘 후 간장물만 따라내어 다시 간을 맞추고 끓여서 식혀 붓는다. 

6. 다시 사흘 후 간장물만 따라내어 간을 맞추고 끓여서 식혀 부은 후 보관한다. 


오현식 '약이되는 산나물 들나물' 저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