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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실험실의 쥐> 댄 라이언스

'선한 의도를 가진 부자들'과 '상호연대의 제브라'의 출현을 기대하며

입력 2020-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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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저널리스트다. 특히 기술 분야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손꼽힌다. 에미상 수상작인 HBO의 인기 드라마 <실리콘밸리> 시즌 1,2의 극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기업들이 직원들을 홀대하고 주주들만 배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는 ‘실험실’이고 노동자들은 ‘실험실의 쥐’라고 비판한다. 제프 베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 기술기업 창업자들을 향해, 노동자들의 삶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직 부를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즘 가장 핫한 기업인 넷플릭스에 대해서도 비 상식적인 인사 원칙을 휘두르는 나쁜 기업이라고 질타한다. 저자는 기업인들이 ‘선한 의도를 가진 부자들’로 변했으면 하는 바람을 토로한다. 나아가 단기간 내 부의 창출을 추구하는 유니콘 대신, 서로 돕고 연대하는 얼룩말(제브라)의 출현을 소망한다.



* 노동자의 불행을 키우는 네 가지 기술관련 동향 - 첫째, 돈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번다. 둘째, 불안정. 우리는 직장을 잃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산다. 직장은 이제 더 이상 경력의 출발점이 아니며, 당신은 단지 복무협약을 맺었을 뿐이다. 셋째, 변화다. 우리는 수시로 형태를 바꾸는 업무 현장에 압도당한다. 넷째, 비인간화다. 우리는 기계에 위해 고용되고, 기계의 관리를 받으며, 심지어 기계에 의해 해고된다. 그리고 최대한 기계가 되길 강요받는다.

* 점점 더 ‘스키너 상자’가 되고 있는 직장 - 스키너 상자란, 1930년대 심리학자 스키너가 고인한 실험상자다. 상자 안에서 특정한 장치를 당기면 먹이를 얻고, 불빛이 깜빡이면 바닥을 통해 전기충격을 받게 만들었다. 이 상자 안에 쥐를 넣고, 두려움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해치는 지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나중에는 사람들을 MRI 기계 속에 넣고 발에 전기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 점점 떨어지는 직업 만족도 - 미국 연구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직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1987년에 61.1%에서 2016년에는 50.8%로 뚝 떨어졌다. 2000년부터 직원 참여도를 조사해 온 갤럽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1.3%만이 업무에 열정적이고 회사에 헌신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 5명 가운데 1명 꼴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고, 이들은 조직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 탐욕덩어리 ‘테크 브로’(tech bro) -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청년을 말한다. 저자는 테크 브로들이 용병처럼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들이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고 질타한다. 탐욕으로 똘똘 뭉친 테크 브로들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맡겨두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 반 인간적 세계관의 글로벌 CEO들 - 미국의 문화 및 패션 잡지 ‘배너티페어’가 선정하는 비즈니스와 미디어 분야의 영향력이 큰 100인의 명단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이 중 40명이 기술 전문가라고 한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이들 새로운 ‘올리가르히’ 가운데 다수는 반 노동자·반 인간적 세계관을 가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 명단의 1위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2위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5위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이밖에 우버의 창업자 트레비스 캘러닉과 최고경영자 코스로샤히도 포함된다.

* 베조스는 노동 착취자? - 베조스는 영웅으로 추앙되기도 하지만, 그의 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끔찍한 근무 조건 속에서 피땀 흘려 일하고 때로는 수입이 너무 적은 나머지 푸드 스탬프(미국 저소득층을 위한 식비 지원제도)를 받을 만큼 착취당하는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등골 위에 구축된 것이라고 저자는 혹평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쥐잡이팀’으로 알려진 비밀경찰을 고용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테슬라의 공장 노동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위험한 노동 환경 속에서 과로로 쓰러지는 현실이 ‘가디언’을 통해 고발되기도 했다. 이 공장에서는 산업평균의 두배가 넘는 심각한 부상 사고가 일어나 시민단체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밖에 러시아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페이스북의 투자자인 유리 밀러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 스콧 맥닐리는 엄청난 저택에서 살면서 노동자들의 삶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들로 묘사된다.

* 리드 호프만의 ‘새로운 협약’ -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과 함께 페이팔을 창업해 큰 돈을 벌고 이어 링크드인으로 대박을 낸 리드 호프만은 기업과 직원 사이의 새로운 협약을 설계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 협약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에게 어떤 충성심도 요구하지 않고 노동자도 기업에 고용안정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을 독립 사업자로 생각하고 일로 서로 경쟁하기를 권장한다. 직업은 단지 거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곳에서 1~2년 일하고 다음 일을 찾아 계속 나아가라고 권한다.

* 스톡옵션을 빼앗은 마크 핑커스 - 호프만의 가까운 친구이자 같은 페이스북 투자자인 마크 핑커스가 세운 ‘징가’도 저자가 지목하는 요주의 기업이다. 2011년 징가는 페이스북 용 게임인 팜빌 같은 가벼운 게임을 만들면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업 공개 직전에 직원들에게 채용 시 받았던 스톡옵션 일부를 반납하라고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핑커스는 “그동안 회사가 너무 인심을 썼다”며 스톡옵션 반납을 요구했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고 겁박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실리콘밸리 역사상 지독하게 인색한 반 노동자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한 비판 - 워렌 버핏은 암호화폐를 ‘쥐약을 제곱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의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비트코인 광풍을 ‘누군가가 똥을 거래하는데 당신도 끼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형편없는 사람들에 의해 형편없이 운영되고, 오직 회사를 상장시켜 빨리 큰 돈을 벌려는 ’도덕 관념‘이 없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들에게는 경영 전문성도, 조직행동에 관한 특별한 통찰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실리콘밸리에서 본 것은 사기꾼과 테크 브로, 탐욕스런 벤처캐피탈리스트와 터무니없이 부유한 신흥 재벌, 노사 간의 새로운 협약, 스트레스, 불안정, 노숙 등이라고 혹평했다.

* 기술천재들의 ‘아스퍼거 증후군’ -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사실은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대개는 탐욕과 관련된 이유들 때문이며, 적어도 노동자의 삶의 질에 관한 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기술 천재들이, 행동이나 관심 분야가 제한적이고 같은 양상을 반족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 즉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거나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 과학적 관리법의 ‘테일러’는 엉터리 사기꾼 - 1911년에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책을 낸 프레더릭 테일러는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 컨설턴트로 큰 명성을 얻었다. 어떤 생산 과정의 효율성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엉터리 사기꾼이었다. 베들레헴철강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그는 엄청난 생산량 증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치는 조작되었고 거짓말이 난무했다고 한다. 실제 공장에서 일어난 일은, 그가 할당량을 크게 늘린 결과였다. 노동자들은 결국 일을 그만 두었고, 베들레헴철강은 그를 해고했다.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는 타인에게 시계를 빌려 시간을 알려준 뒤, 그 시계를 가져가는 사람”이라는 비꼬았다.

* 테일러리즘의 후예들 ‘애자일’과 ‘린 스타트업’ - 저자는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애자일과 린 스타트업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테일러리즘 때문에 수백만명의 가련한 직장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실험실의 쥐가 됐고, 때로는 끔찍한 결과를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두 방법론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과학자들이 발명한 것인데, 모두 조직을 일종의 기계 즉 다시 프로그래밍하거나 리셋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업 데이트할 수 있는 컴퓨터에 비유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 애자일의 90%는 헛소리? - 이 모델의 핵심은 큰 프로젝트를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짧은 기간, 가능하면 몇 주 안에 작동하는 코드를 빨리 만들어내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자일 컨설텈트인 대니얼 마컴 조차 ”애자일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애자일이 좋은 의도와 좋은 생각으로 시작됐지만, 괴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애자일을 도입했다가 궤도를 벗어난 기업에 고용되어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온갖 시체를 본다”고 말한다. 많은 애자일 비평가들도 이 방법론의 가장 큰 문제가 ‘구현’에 실패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또 실제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관리자들이 종종 임시방편으로 애자일을 도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GE가 도입해 실패한 린스타트업 - 에릭 리스라는 젊은 기업가가 만든 이 이론은 도요타 생산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 도요타가 코롤라 자동차를 조립할 때 사용하는 원칙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심지어는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론을 정리한 것이다. 공룡기업 GE를 기술 회사로 전환하고 싶어했던 이멜트 회장은 그를 핵심 참모로 발탁해 일을 맡겼다. 하지만 GE는 디지털 시대에 대기업을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빛나는 사례가 되는 대신, 해서는 안될 일을 알려주는 사례가 되어 버렸다고 저자는 혹평한다. 저자는 린 스타트업을 고집하는 대기업에 대해 포드자동차의 예를 들면서 “집어 치워라. 차라리 포드가 돼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라”라고 주문한다.

* 예측할 수 없는 만성 스트레스 UCMS - unpredictabke chronic mild stress의 약자다. 쥐 실험에서 몇 주만에 쥐는 인간에세 나타나는 우울증과 매우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무쾌감’ 또는 ‘쾌락 불감증’에 빠진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인간에게 직장이 점점 어떤 것이 되는 지와 소름끼치게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장에서 신체적 안전을 위협할 만한 것은 없지만, 끊임없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여러가지 변화가 존재한다. 사생활과 친밀함이 사라지고, 우리 직장 횐경을 파고드는 나쁘고 성가신 기술들을 상대해야 한다.

* 연기금을 빼 기업 이익 부풀리기에 쓴 IBM - IBM의 구원투수로 나선 루이스 가스너는 1990년대 이 회사 직원들의 연기금에서 돈을 빼내 그 일부를 기업 실적을 부풀리는 데 사용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회사는 1993년에는 노동자 6000명을 날려버리는 역사상 최대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몇 년 동안 재택근무를 권장하면서 사무실 비용을 절감했다고 비판한다. IBM 역시 전사적인 애자일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0만 명의 직원을 해고 했다. 그 중 2만명이 40세 이상이었다고 한 인터넷 언론의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IBM 외에도 GE나 버라이즌, AT&T를 포함한 수많은 대기업이 1990년대에 자사의 연기금을 그렇게 썼다. 그리고 그 돈은 기업 금고와 주주, 그리고 경영진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조자는 주장한다.

* 임시직의 딜레마 - 저자는 ‘긱 경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것이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 신경제라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임금을 끌어내라려 활용하는 수단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에는 6800만명이 긱 경제 플랜서가 있고, 그 가운데 30%인 2000만명은 온전히 그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더 나은 급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절망적인 마지막 수단으로 긱 경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소매업의 종말, 그리고 아마존 - 인터넷 기업들이 발흥하면서 소매업의 종말이 오고 있다. 인터넷의 첫 파괴 대상은 블록버스터(DVD 대여업), 타워레코드(음반 판매) 보더스북스(대형 서점) 같은 기업이었다. 블룸버그는 “이 폭풍이 끝날 즈음에는 대부분 저소득층인 800만명이 일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자는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아마존은 월마트 매출의 절반을 창출하지만 고용하는 인력은 4분의 1 수준이라며 “베조스는 현대판 스크루지이자 현대판 노동 착취 업주”라고 혹평했다. 아마존이 노동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임시직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파트타임 운전자 계약을 맺고 있다고 고발한다. 2013년 아마존의 직원 평균 근속 기간은 1년으로,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이직률을 보였다고 말한다.

* ’가족‘이 아닌 ’팀‘을 원하는 넷플릭스 - ’넷플릭스 컬쳐 테크‘라는 것이 있다. 인사 책임자였던 페티 맥코드가 만든 것이다. 128장의 슬라이드에 담긴,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설명하는 선언문이다. 그 핵심은 “우리는 기족이 아니라 팀이다”이다. 저자는 이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의 본질을 바꾸었고, 기술회사가 직원들을 대우하는 방식을 확립했다고 비판한다. HP((휴렛팩커드)에서 발전된 ‘가족 같은 회사’는 이제 필요가 없고, 고용보장도 없다. 오로지 일과 실력이 최선이다. 그 이면에는 사람들은 거의 고소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덕분에 익명으로 자신의 회사를 평가하는 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이 회사는 5점 만점에 3.7점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은 물론 포드나 P&G에 비해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직원들은 높은 이직률과 빠르게 닥치는 번 아웃으로 고통받는다.

* 가속의 덫 - 유럽의 경영학자 하이케 브루흐와 오헨 멩게스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가속의 덫’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너무 빠르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직원들을 배려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너무 빠르게 운영하면 결국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

* ‘다 함께 홀로’ - MIT의 사회학자 세리 터클은 “사람들을 연결한다고 주장하는 전자 기기가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우리를 고립시키는 효과를 넣는다”며 이를 ‘다 함께 홀로(alone together)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예를 들어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아마존에서 일하는 것은 ‘접속’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직원들을 감시하고 성과를 측정하며 데이터에 기반해 처벌을 내리고,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기계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에 처진 칸막이라고 말한다.

* 파놉티콘(panopticon)에서 감시당하며 일하기 -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한 명의 간수가 많은 수감자를 통제할 수 있는 기발한 감옥을 설계했다. 중앙 감시 탑에 한 명의 간수가 있고, 이를 둘러싼 감방에 죄수들이 있는 원형 건물이다. 한 번에 모든 수감자를 지켜볼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벤담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본다’는 의미를 가진 ‘파놉티콘’이라고 명명했다. 이 아이디어로 실제 감옥이 지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현대사회의 권력과 통제에 대한 비율로 이 개념을 확장했다. 감시가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파놉티콘 효과를 언급할 때 종종 푸코의 글이 인용된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도산을 방지 하기 위해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감시는 유해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는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피로, 분노, 자신감 상실로 노동 현장을 가득차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 기계가 만든 평가가 평생 따라갈수도 - 저자는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나 이 정보를 통제하는 주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로봇이 주관하는 면접에서 말한 모든 것이 그 사람을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공지능이 ‘독선적임’ 또는 ‘평균 지능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때문에 그 사람은 특정 직장이나 직업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일하기 좋은 직장의 공통점 ‘직원 만족’ - 포천이 조사기관인 ‘일하기 좋은 일터’와 함께 매년 ‘미국의 최고 기업 100곳’을 발표한다.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을 ‘레전드’라고 부른다. 기술 기업 가운데는 시스코와 SAS, 소매기업에서는 레이와 노드스트롬, 건축 분야에서는 TD인더스트리, 호텔업계에서는 메리어트와 포시즌스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DNA로 저자는 ‘모두 놀랄만한 성공을 이뤘고, 직원들을 이례적일 만큼 잘 대우한다는 것’을 들었다. 이들 기업은 파트 타임 노동자들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일부는 유급으로 병가와 휴가, 휴일 혜택도 제공한다. 역사가 꽤 되지만 대부분 상장하지는 않았다. 월스트리트가 직원들의 몫을 빼앗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높이려 경영진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일하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는 ‘베이스캠프’ - 제이슨 프라이드와 데이브드 하이네마이어 헨슨이 시카고에서 만든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마케팅 비용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 54명의 직원은 일주일에 많아야 40시간 일한다. 여름이면 이마저도 32시간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급여는 똑같다. 평생 교육비로 연간 1000달러를 제공한다. 이익분배제도를 적용하며 해마다 3주의 유급휴가를 준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할 수 있게 해 준다. 더 생산적이지만 차분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망 사업도 포기할 정도로 ‘적정 인원의 기업’을 선호한다. 이 회사는 10만 명 이상의 유료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는 ‘케이퍼캐피탈’ -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위치한 이 벤처캐피탈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능한 많은 돈을 버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사회적 사명을 갖고 있다. 연기금이나 대학발전기금 등에서 돈을 빌려오지 않고, 오직 자기 돈만 투자한다. 이들의 투자 모델을, 격차를 줄이는 투자라는 의미에서 ’갭 클로징 투자‘라고 부른다. 접근성과 기회, 결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이나 유색 인종 커뮤니티에 봉사하는 회사에만 투자한다. 우버 초기 투자자였던 이들은 우버 이사회에 대해 사생활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트레비스 캘러닉을 해고하라고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이곳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창업자의 약속‘이라고 부르는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 원칙을 목표와 투자 자원봉사 교육의 앞 글자를 따 GIVE라 부른다

* 선한 의도를 가진 부자들 WIRP(well-intentioned rich people) - 빌 게이츠가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이다. 이베이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제프 스콜은 옥스포드 대학교의 사회적기업센터를 세웠다. 스콜 재단을 만들어 매년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수여하는 스콜 어워드를 제정해 연례 세계포럼에서 시상한다.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로 부자가 되어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룸투리드를 만들었다. 개도국에 1000개의 학교와 1만개의 도서관을 세웠다. 제이 코엔 길버트는 착한 기업을 인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비랩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비코퍼레이션이라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수익 창출의 한계에 봉착한 유니콘 - 벤처캐피탈들이 유니콘을 만드는 일에 능숙해지긴 했지만 유니콘 기업도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저자는 ‘수익창출’이라고 단언한다. 테슬라나 스포티파이, 드롭박스, 스냅쳇, 박스 같은 기업들이 모두 적자이며 상장 후 오랫동안 손실을 보고 있다. 우버나 리프트 에어비앤비 슬랙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비상장이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유니콘에서 제브라로 - 유니콘 대신 얼룩말 같은 기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얼룩말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다. 서로 돕고 연대한다. 유니콘처럼 빨리 달릴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체력이 좋고 정거리에 적합하다. 흑백 줄무늬가 있는 것차럼 이들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를 개선하는 일이다. 얼룩말 이론을 처음 제기했던 4명의 여성 기술사업가들(제니퍼 브랜들, 아스트리드 슐츠, 아니야 읠리엄스, 마라 제페다)는 지브라유나이트(Zebras Unite)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익 보다는 목적을 극대화하는 회사를 세울 방법을 탐색 중이라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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