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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진중권

진보의 시각으로 본 대한민국 보수의 한계와 대안

입력 2020-1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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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보수를 향한 바깥의 시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진보학자인 저자는 “보수도 이제 과거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보수의 무력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폭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권의 독선과 위선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보수에 대한 국민의 비토 정서가 강하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보수는 과거 반성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보수가 자신을 객관화할 능력이 없어보인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한다. 다수이자 주류였던 시절에 가졌던 낡은 습속을 고집하다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다며, 잃어버린 ‘보수의 품격’을 되찾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공포와 습관의 정치 - 저자는 반복되는 보수의 공포 마케팅이 결국 보수 지지층의 지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툭하면 북핵 전쟁위협 등으로 손쉽게 공포의 정치를 하다보니 여론도 둔감해 지고 마치 미군 화력에 생존을 의존해야 했던 과거 기억에 가로잡혀 있다는 비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미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자부심이나 자신감 보다는 여전히 북한에 경기를 일으키며 국력에서 밀리던 시절의 언더 도그(약자) 전략을 펴고 있다고 질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그 업적을 깎아내리려 사사건건 반대만 하다 되려 수구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 통일과 남북관계에 관한 보수의 비전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이 ‘햇볕정책’이라는 브랜드로 비교적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 반면 보수의 대북정책은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기억들만 있다고 지적한다. 비핵화를 전제로 내걸어 남북관계를 방치함으로써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한 것이 아니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 ‘좌빨’의 늪에 빠진 한국 보수 - 저자는 아직도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좌파 좌빨 주사파 종북좌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 보수는 그 동안 극우반공주의, 시장만능주의에 의존해 왔으며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종북좌파니 사회주의니 딱지를 붙여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모든 이성적 반론을 간단히 제압해주던 그 효과적인 무기가 사실은 비난 혹은 감정적 선동에 가까워, 이제는 그 말을 사용하는 이들을 가두는 덫으로 변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보수의 비판 가운데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한국이 곧 베네수엘라가 된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제 이런 류의 공포 마케팅에 넘어갈 대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히려 자기들만 고립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런 공포 마케팅이 보수 개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연성과 정책적 상상력까지 박탈해 버리고 있다고 질타한다.

 

* “보수여, 미래를 기획하라” - 저자는 보수가 ‘박정희 대안 서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고 말한다.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서사 부재를 과거 향수와 반복 이데올로기로 채우다 그만 시대 흐름에 뒤쳐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사이에 586세대는 정치와 경제 언론 학계 등 모든 영역에서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고, 시민단체마저 지배 블록의 하위 파트너로 포섭했다고 지적한다. 혈연과 지연 학연으로 얽힌 이해관계망을 통해 사회 기득권층으로 확고히 자라잡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한국의 ‘신보수층’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좌파로 몰아 적대시하다 통째로 놓쳐 버렸다고 질타한다. 저자는 “보수주의자라면 ‘국가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국가는 전쟁만이 아니라 빈곤으로부터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남의 상상력에 빨간 칠을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점해 제 색을 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대정신을 잃은 민주당은 이미 기득권을 가졌기에 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캄캄한 미래 앞에서 보수가 빛을 던지는 ‘전조등’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보수가 젊어지려면 - 저자는 괴거 청렴하지만 무능했던 진보가 이제는 부패했으나 유능한 세력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반면에 보수 역시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보수가 살려면 당이 바뀌어야 하는데 영남권 의원들은 고정 지지층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가장 절실히 개혁을 주도해야 할 수도권 후보들은 강남을 빼고는 전멸하는 바람에 당내 개혁 주도세력이 없어졌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제라도 무너진 보수 지지층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수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의 뇌가 사라진 지금, 기능을 잃은 여의도연구원을 대체할 새로운 싱크탱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합리적 보수가 당위 지도적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희망을 젊은 층에서 찾으려 한다. 젊은 보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어른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전략에 관해선 대중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 바람직한 의제를 제시하고 그날 그날의 이슈를 정확히 읽어줄 대안 매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 정치적 올바름에 관해 -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는 인종과 성별, 장애, 성, 정체성 등으로 구별되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모욕하는 언행을 삼가는 태도를 말한다. 본래는 1970년대 좌파 사이에서 너무 이념적으로 경직된 사람을 비꼬는 경멸어였으나 1990년대 이후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의 깐깐하게 따지는 행태를 비꼬며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데 이 정치적 올바름을 보수에서 너무 가벼이 여겨 망언을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진보는 입으로 외치던 정치적 올바름을 몸으로 지키지 못해 위선에 빠지곤 한다고 비판한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막말을 한 차명진 전 의원, 5.18 민주항쟁을 북한군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김진태 전 의원 등의 발언을 지적한다. 저자는 “막말에는 여야가 따로 없지만 더 조심해야 할 쪽은 보수”라며 성향상 피해자에 공감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질타한다.

 

* 강성적 올바름에 관하여 - 저자는 한국 보수의 결정적 문제로 ‘공감 능력 결여’를 든다. 막말을 막말로 인지하지 못해 자주 막말을 일삼는 것도 공감능력 부족 탓이라고 지적한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교통사고’라며 국가의 과잉보상을 반대한 주호영 의원이나 돈이 많이 드는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자고 했던 차명진 안상수 전 의원, 유가족이 ‘세월호 팔이’한다고 비판했던 정진석 차명진 김순례 전 의원 등이 결국은 정권을 넘겨주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러니 타인의 고통을 못 느끼는 ‘싸이코패스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이 연일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쏟아내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당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부르며 내로남불의 정치를 할 때 당연히 야당은 여당이 버린 피해자들을 품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수 야당은 이 사안을 그저 정치적 호재로만 봄으로써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에 저자는 감정이입 능력을 회복하고 일반 시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이라고 일갈한다.

 

* ‘극우’와 우아하게 헤어져야 - 국민의힘이 2020년 8월15일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아스팔트 우익’과 결별을 시작했다는 점을 저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하는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비판한다. 검사와 격리를 정치적 탄압으로 오인하는 반사회적 행태가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동료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게 보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국민의힘도 차명진 민경욱 김문수 김진태 등 아스팔트 우익과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보가 오래 전에 분화를 끝낸 것처럼 보수도 이제 창조적인 분화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제시한 다음의 보수 쇄신 기준을 든다. 탄핵이 사기라며 탄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역사적 의미를 폄하하며,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그것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배제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확장성 없는 극우 유튜버들이 기고만장해 우파에서 가능성있는 사람들까지 비판해 다 죽여버렸다며, 보수 개혁이 성공하려면 합리적 보수가 극우로부터 지지층을 빼앗아 그들을 보수진영에서 주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보수 자신도 혁신하고 중도와 보수를 향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프레임전쟁에서 완패한 보수 - 저자는 한국 보수가 프레임 전쟁에서 철저히 패배했다고 진단한다. 중도층에게 보수 이미지는 태극기 부대, 대북 전단, 전광훈 목사의 기독교 반공주의 집회를 연상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보수는 대중들의 의식 속에 ‘극우’로 표상되고 있으며, 그래서 비호감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보수는 “코로나 확진자들이 실은 내 주변 사람들”이라며 감싼 독일의 메르켈 보수정당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보수가 가족을 보호하고 가정을 부양하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잃은 지 오래라며, 이제 우리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적인 아버지상’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나라를 먹여 살릴 능력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아버지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 공공선보다는 패거리 이익을 중시하는 진보 - 저자는 “보수에도 ‘명예 코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보수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에 해 줄 모럴 코덱스(moral codex)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 보수가 국가나 공동체 가족 등을 위한 희생이나 헌신을 자신들의 명예 코드로 여겨온 반면 한국의 보수는 입으로는 안보를 떠들면서 몸으로는 병역을 회피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은 아예 머리 속에서 지워버렸다고 일갈한다. 저자는 모든 결정에서 공공선을 세우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인데 이 나라는 지금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 한명숙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이 정부가 공공선보다 패거리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보수에서 되살려내야 할 또 다른 가치로 자유주의를 말한다. 근래 민주당은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21세기에 자유주의적 권리 침해가 버젓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당의 주류인 586세대가 운동권 시절에 배운 민중민주주의의 흔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민주주의를 오직 다수결로만 이해해, 모든 일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중독재’라고 비판한다. 

 

* 보수의 가치를 찾아서 - 저자는 아스팔트 우익과 같이 갈 수도,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보수진영의 큰 딜레마 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수가 이제까지 민주당의 모든 정책에 좌파 딱지를 붙이고 오직 체제나 정체서와 관련한 쟁점 사안에만 집착 한 결과, 아스팔트 위 태극기 부대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중도층이 받아들일 만한 정책에도 무분별하게 좌파 딱지를 붙이는 바람에 극우로 치우치게 되었고, 그런 편협된 기준을 보수의 가치와 이념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극우와 선을 긋는다고 보수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극우와의 과감한 결별을 촉구한다. 떨어진 보수의 사기를 올리려면 한때 보수당에 표를 던지게 해 줬던 ‘도덕적 우월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에 대한 충성, 가족에 대한 헌신, 공동체를 위한 봉사, 전통과 관습에 대한 존중 같은 가치들은 경직된 태도로 고수하되 정책에 대해선 그때그때 시대정신에 맞춰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보수는 ‘태도’의 이름”이라며, 가치에 관한 한 고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칙을 고수하는 태도, 그러나 정책에 관해선 시대적 정신과 사회적 과제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 보수는 이를 거꾸러 해 왔다고 비판한다.

 

* 보수의 DNA를 교체하라 - 저자는 국민의힘이 2020년 8월에 빌표한 정강정책을 긍정 평가한다. 진보에서 제기한 의제인 ‘기본소득’을 선점하는 등 이념적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노동존중 사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청년고용 증대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같은 것도 바림직한 방향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 4연임 금지, 지방의회 청년공천 의무화, 장관급 국무위원 남녀 동수 방안 등도 긍정적으로 본다. “이제야 보수가 시대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이 이런 개혁안의 실천적 함의를 실감하고 있는지에 관해선 의구심을 숨기지 않는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선 보수정치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 과연 그것을 할 수 있을 지 의심한다. 저자는 보수에서 자주 주장하는 시장경제 우선에 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한국 보수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고 하면서 국가 개입을 공산주의로 매도해 왔다”면서 “국가가 시장에 한계 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한다. 시장에도 ‘공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보수는 이제 주류가 아니다” - 저자는 보수가 자기 방에 갇혀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보수는 여전히 주류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보수는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일단 보수의 메시지를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도 수용할 수 있도록 고쳐 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논리와 상식, 공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판이 먹히려면 사회 보편 이익 위에서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선동에 선동으로 맞서다간 젊은 시절 정세분석과 전략전술, 선전선동으로 보낸 ‘선동의 귀재’ 586 세대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선동을 이기는 것은 오직 원칙과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비판 뿐이라고 강조한다. 야당의 임무는 정권의 폭주를 견제하는 데 있으며,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국민은 보수를 다시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중도의 눈으로 보수를 보라 - 저자는 ‘호의의 원칙’을 강조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상대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이른바 ‘내재화’를 강조한다. 보수에 부족한 것이 바로 이 내재적 비판 능력이라고 말한다. 상대 논리를 안에서 무너뜨려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되니 종북 딱지를 붙여 밖에서만 두드려대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예를 들어 반북 이데올로기를 발동해 북한의 신속한 사과를 폄하하거나 정권의 종전 선언 추진 같은 것을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정권의 대북 유화책을 인정하되, 그 가치가 국민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책무 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드러나는 편향을 정확히 지적해야 중도와 진보의 일부까지 동의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비인도적 조처로 자국민이 희생당했는데, 세월호 정국에선 그렇게 국민생명 보호를 외치던 정부가 결의안조차 못내는 편향성을 보이는 팩트를 제대로 지적하면 된다고 말한다. 

 

* 보수의 미디어 전략 유감 - 유튜브로 정치 뉴스를 접하는 이들은 유튜브가 세상 전부라고 착각하곤 한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극단적인 편향성을 갖고 있던 극우 유튜버들이 주문했던 단식과 삭발 장외투쟁 등 ‘3종 신기’가 총선에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외려 총선 참패의 원인이었음을 인식하고 보수가 이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강경보수가 보수 전체를 대표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이 강경보수의 영향을 받을 게 아니라 거꾸로 그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들을 변화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국민의힘에 결여된 것이 ‘담론 생산 능력’이라고 지적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대중의 입에서 회자되는 세론을 받아 합리적 담론으로 가공한 뒤, 그것을 메시지로 던져 세론으로 회자되게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장기전에 맞서야 - 저자는 보수가 자꾸 기동전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 한다. 국민의 입길이 먹혀 있던 독재정권에서야 진실을 말하려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진실을 알릴 채널이 널려 있음에도 자꾸 기동전을 펼쳐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만 뒤집어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을 넘는 행위는 주장의 정당성만 깎을 뿐이라며, 저자는 이제 보수도 질서있고 평화롭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진행된 드라이브 스루 시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기동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진지전”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이 정권의 위기라는 허황된 환상에 사로잡혀 무리한 전면전을 펼치려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보수가 이미 이 사회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빼앗긴 마당에, 중요한 것은 거리의 기동전이 아니라 생활 속 진지전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비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소통 방식도 시대와 상황에 맞게 바꿔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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