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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새로운 백년의 문턱에 서서> 이석기

자칭 '최장기 양심수'의 진보정당 당위론, 그리고 위험한 생각들

입력 2021-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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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이 땅의 진보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이 국회에서 활동 중이지만 저자와 저자의 주변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현 정부에 대해서도 역시 ‘진보정권’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의 옥중 수상록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박근혜 정권이 만든 최장기 양심수’라고 소개한다. 그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투쟁’과 ‘종복’임을 부인할 수 없다. 책 전체에 그 근거들이 확연히 베어 있다. 기자로선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나 이론이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가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뜻으로 우리 체제를 부정하는지에 관해 알고 싶었다. 독자들도 한번 검증해 보길 바란다.

 

 

 

* 이석기는 누구? - 저자는 2000년대 초부터 진보정당 운동에 투신해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하지만 2013년 이른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이듬해 헌법재판소로부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결정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이유로 9년 8월의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는 생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옥에 갇힌 사람”이라며 “사람이 생각하는 건 존재 그 자체의 특성인데 이걸 권력의 자로 재어서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감옥에 가두는 건 야만적인 체제”라고 비판한다.

 

* 촛불과 코로나는 같다? - 저자는 2016년 촛불시위와 코로나 사태의 대응이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서로 면식도 없는 이들이 서로를 믿으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했다는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또 그 행동의 결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한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는 모두 친구요, 동지였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저자는 특히 “코로나에 맞서 싸운 경험이 우리가 오래된 서구주의나 미국에 대한 공경심 따위를 버리고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지’ 같은 특정 단어를 끄집어 내기 위해, 자신의 말대로 ‘과장되게’ 언급한 부분으로 읽힌다. 

 

* “강을 건너 배를 버렸다”는 이석기 - 저자는 2012년 총선 후 한 라디오 인터뷰 때 불교 금강경에 나오는 말을 인용해 “강을 건너면 그 배는 버리고 가는 것”이라고 얘기했음을 상기시킨다. 자신이 마르크스주의나 주체사상 같은 특정 이념을 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념은 강을 건너기 위해 필요한 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이념이나 주의보다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현실’이라며, 자신도 1997년 정권교체를 보면서 선거를 통한 합법적인 사회 진보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술회한다. (폭력혁명 등을 통한) 근본적인 변혁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들었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정 이념이나 특정한 사회 모델을 보고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민중의 이해와 요구가 운동의 동력”이라고 강조한다.

 

* 386 현실 정치권 비판 - 저자는 19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 가운데 제도 정치권에 투신한 386세대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들이 청년기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웠고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큰 기여를 하긴 했지만, 정치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나 청년기에 가졌던 ‘민중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한다. 대신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가 되겠다는 집착이 더 많이 보인다고 일갈한다.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무엇이 되겠다만 남은 것”이라며 초심을 잃은 그들의 감투욕을 욕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계급적 처지에서 벗어나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그들이 지키는 ‘신념’이야 말로 어떤 난관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역설한다.

 

* 박근혜 정부의 ‘종북공세’ 비판 - 저자는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침해했고 이를 민중이 용납하지 않았기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종북(從北)공세라고 비판한다. 반대파에게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소멸시키려 했고, 민주주의를 역진시키고 끊임없이 공포정치로 이어가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빨갱이와 호남이라는 배제와 차별의 논리가 힘을 잃으니 이를 대신한 것이 종복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군가 다른 어떤 사람의 꼭두각시로 생각하는 건 매우 위험한 사고”라며 “사람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신념에 따라 행동하지, 남이 시킨다고 족족 따르지는 않는다”고 항변한다. 종복이란 표현은 글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종북’이 아니라는 근거를 대지는 않는다. 

 

* 분단과 불평등으로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 저자는 지금과 같은 분단과 불평등이 지속되고 강화되면 민주주의는 점차 부식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보수 야당이 경제난을 문재인 정부의 북한에 퍼주기 탓, 중국 눈치보기 탓, 귀족 노동자만 챙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혐오와 차별의 정치이며 이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저자는 분단과 불평등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정치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민주주의자이려면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선동한다. 분단과 불평등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정치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가 기대하는 민주주의가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 민주주의’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 거대 양당 체제의 대안은 진보정당? - 저자는 거대 양당 정치를 극복하는 과제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맡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은 이 사회의 감춰진 갈등과 적대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자면 실제 문제의 당사자들,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속내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선 토지와 주택을 개인의 소유로 하고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것을 중지하고, 토지공개념에 기초해 주거가 국민 모두의 권리 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민중 자신의 운동이 성장하지 않으면 진보정당의 집권은 불가능하다며 “노동조합이든 농민화든 협동조합이든 대중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낼 조직의 성장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진보정당은 유용한 정치적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6.25 전쟁은 누가 일으켰나 - 저자는 6.25를 ‘이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그 전쟁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다고 말한다. 남쪽에 살고 있는 사람과 북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특히 많이 다를 것이라며 누군가를 두둔하듯이 설명해 준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양 세력과 중국 소련 등 사회주의 성향의 대륙세력이 전쟁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 민족의 분단으로 이어졌다고 팩트 체크를 거부한다. 6.25가 누구 때문에, 무슨 이유로 일어났는지를 애써 부정하는 이런 태도 때문에 그가 끝까지 ‘종북’ 소리를 듣고 있는게 아닐까.

 

*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 - 저자는 모든 상황이 ‘전쟁 억제’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자체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이대로 가다간 인도나 베트남은 물론 호주 같은 전통적인 서방국가들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다자주의를 신봉하는 바이든 정부의 출범은 아예 상정하지도 않았다. 저자는 특히 “민중의 높아진 의식이 지배자들이 하부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며 지극히 감상적인, 근거없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 북한 핵무기는 불가피? - 저자는 자주와 민주 통일이 어느날 문득 이뤄지게 될 혁명적 변화라기 보다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말한다. 나아가 남과 북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려면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잘 살피면서 그것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점에서 과거 미국은 북한과의 갈등이 증폭될 때마다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계속해 왔음을 지적한다. 때문에 북한이 우방국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위를 위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두둔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더라도 북한이 강대국들의 담합 체제를 뚫고 핵을 개발했던 힘은 여전히 북한에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남측이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북한을 향해 부러운 시선으로 말한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과거의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남과 북 모두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며, 이제 우리는 지난날의 우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 한미동맹 무용론 - 저자는 앞으로 우리의 길이 ‘탈(脫) 동맹-민족협력의 길’에 있다고 강조한다. 전쟁 이후 우리와 세계와의 관계를 규정해왔던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민족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맹은 외교안보적 개념인데 한국과 미국은 외교안보에서 중시하는 가치가 일치하는 게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적인 반면 우리는 주변국을 먼저 침략해 식민지화하려는 의미를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두 나라 정치인들은 한미동맹이 ‘가치의 공유’ 위에 서 있다고 말하지만 ‘고상한 눈속임’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동맹을 최우선 가치로 두지 않겠다고 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의 동맹관이 오히려 현실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거든다. 트럼프가 물러나고 들어서는 바이든 정부의 바뀐 외교정책은 아직 잘 모르는가 싶다. 

 

* 북한 위협은 실체가 없다? - 한미동맹을 정당화할 때 드는 또 하나의 논리는 북한이나 중국 같은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함이라는 것인데, 저자는 현재 한반도에서 과거 냉전식의 진영 대결을 상상하는 것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위험이 미국과의 동맹을 반드시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강변한다. 저자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과장된 것이며, 굳이 미국이라는 동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으로부터 위협 역시 중국이 가장 큰 교역 파트너라는 점을 들어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간과한다. 그는 손자의 ‘정공법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5배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인용하고,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의 2020년 세계군사력 순위(한국 6위, 북한 25위)를 들며 “미국이 없으면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며, 솔직히 창피한 일”이라고 자극한다. 한미동맹은 동맹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방적인 관계이며, 우리에겐 전시작전권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는 동맹이 아니라 ‘종속’이라며 철 지난 1980년대의 종속이론을 다시 끄집어 낸다. 

 

* 냉전시대의 낡은 통념에서 벗어나라? - 저자는 한미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의 식민지가 되자는 것이냐, 북한에 나라를 맡기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이들이야말로 제국주의시대, 냉전시대에 통용될 낡은 인식, 즉 배타적 동맹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면서 나토 가입국인 터키가 최근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꺼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터키가 2019년에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한 것을 예로 들며 엉뚱하게도 “이런 무기체계의 배타성이 군수자본을 동맹에 집착하는 이유”라고 비난한다. 정작 터키가 이 일로 인해 최근 얼마나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관해선 전혀 설명이 없다. 저자는 나아가 우리가 한미동맹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이런 ‘방기의 위험’은 그저 낡은 시대가 만든 상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우리를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니 겁낼 것 없다는 ‘근자감’이 경이롭다.

 

* 탈동맹은 반미가 아니다? - 저자는 지금 한미동맹에서 벗어나자는 것은 미국과 적대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만 ‘제 발로 선 나라’가 되어서 미국과도, 중국 북한 일본과도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원치 않는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미중 간 갈등에서 무의미한 보복을 피하며, 무엇보다 대외정책의 자주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입을 새로운 옷은 평화와 번영인데, 한미동맹이라는 ‘족쇄’가 놓여 있어 우리가 동아시아에서 평화 정착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런 저자의 인식이 오히려 현실 외교를 도외시한 상상과 희망이며, 친구도 적도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이상주의와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주장과 너무 흡사하다. 

 

* 선제적 군축 주장까지 - 저자는 평화체제로 가는 가장 분명한 길이라며 ‘군축’을 언급한다. 2차대전 이후 냉전을 끝내는 데도 군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국방비는 경제적으로 매우 낭비적이라고 비판한다. “한국은 국방비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외국 무기 도입에 허비하고 있다”고 맹공을 편다. 우리 인구 1000명 당 현역 군인 수는 14명인데 터키는 8명에 불과하다고 또 터키를 소환한다. 노동력 낭비라는 얘기다. 심지어 이렇게 국방비를 쓰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잠수함까지 개발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군축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그랬듯 상호신뢰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핵 시설을 매번 은폐하는 북한을 어떻게 믿고 군축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 놀라울 따름이다.

 

* 평등한 토지소유와 생산수단 재분배 - 저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토지소유가 평등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가 경제발전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한다. 특히 농지개혁 같은 생산수단의 재분배는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론에 관해 ‘명백한 거짓 신화’라고 폄하한다. 재임 기간이 18년으로 워낙 길다보니 이 시기에 이뤄진 경제 성장이 모두 그의 덕분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착시’라고 말한다. 노동조합이 없고, 파업이 없었더라면 회사가 노동자 몫을 가로채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일이 계속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지금 대로라면 몇 년 안 가 상위 10% 사람들이 전체 순자산의 50%를 넘게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능력주의’ 유감 - 저자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몫을 차지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능력주의’라고 정의한다. 그는 문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한 취임 공약을 언급하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진보한 것은 공정일 것이지만, 단지 1등이라는 이유로 중간 조금 못 미쳐 결승선에 들어온 사람보다 350배의 보상을 받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그는 부모의 재산과 소득에 따라 전혀 다른 교육기회를 경험하고 그 결과가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사회적 지위를 형성하는 것은 ‘세습사회’라고 항변한다. 이어 “사회 구조 자체를 평등과 정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이 교육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문제는 평등과 정의이며 결국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새로운 새로운 정치세력의 몫”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나아가 능력주의 타락을 회복하려면 외부적 충격이 필요한데, 혁명이나 전쟁같은 거대한 음직임도 그런 충격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부추긴다. 

 

* 세습되는 불평등의 해법은 노동조합? - 저자는 경제적 불평등을 소득과 교육 자산(재산)의 세 가지로 접근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연결지어 자산의 문제는 출발선의 평등을, 소득과 교육(학력) 문제는 결과와 정의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득 격차가 불평등 구조의 근간”이라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지 가진 사람들의 몫을 줄이는데 머물러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아래를 채워야 민중들이 겪는 고통이 줄어든다며 그 역할을 노동조합이 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로 노동자의 협상력이 커짐으로써 강한 분배 압력으로 작용해 불평등 수준이 그나마 완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의 힘을 키우는 데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맹비난한다. 민주노총을 소득주도성장의 동반자로 삼기 보다 문 정부 개혁의 걸림돌로 여기는 듯하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지금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하면서 “평형을 유지하려면 노동자의 대항력, 계급적 힘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이 노동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지는 살펴볼 일이다. 저자는 또 “‘사실상의 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본색을 드러낸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교섭과 투쟁을 통해 자기 몫을 쟁취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임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자산의 불평등과 세습… 사회주의가 해법? - 저자는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거품 자체인 부동산 가격을 시정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토지와 주택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토지는 모두의 것이며 주택은 누구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면서, 토지공개념을 통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매물로 나오게 하면 당연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자산 축적이 필요없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강제적인 자산 재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사회주의야 말로 실재했던 체제 중 사유재산을 가장 강력히 통제한 체제”라고 추켜 세운다. “재산권이라는 것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라는 점을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위험한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다. 그는 개인이 축적한 재산은 온전히 그 사람 개인의 것이 아니라며, 사회가 개인의 부에 더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사회적 인프라를 사용하는 대가, 부에 대한 사회환원 차원에서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현실은 애써 부정한다. 저자는 상속세 최고 구간의 세율을 90%로 높여야 한다며 비 시장적 주장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지금 왜 우리 사회에서 다시 상속세율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 새로운 백년을 진보정당과 함께? - 저자는 진보정당들의 총합이 여전히 10%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 정도면 진보정치의 자산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보수 야당과 결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현 집권당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볼 수 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민주당을 진보 정권으로 보는 것은 보수 언론들의 판짜기가 만들어낸 착시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제 진보정치의 도약만 남았다”며 ‘민중의 세력화’라는 본질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민중, 즉 아래로부터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보정치가 도약하려면 2000년대 초반처럼 다시금 현장에서부터 운동을 일궈야 한다고 부추긴다.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동조합에서, 없다면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조직화’를 촉구한다. 하지만 저자는 점점 귀족화 되는 우리 노동조합의 현실을 어떻게 부술 것이냐에 관해선 끝까지 언급을 외면한다. 저자는 또 “청년과 여성의 세력화가 진보의 시대를 여는 관건”이라며 모두의 학습과 조직화,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래서 그에게 씌워진 ‘저항과 투쟁’, ‘종북’의 이미지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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