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Money(돈)

[비바100] "몸값 더 뜨기 전에 잡아라"… 판 커지는 빗썸 인수전

입력 2021-03-29 07:00 | 신문게재 2021-03-29 12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이미지 001

 

모건스탠리, 비자, 도이체방크, JP모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바이낸스, 후오비글로벌, 네이버, NXC….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인수에 9곳의 경쟁자가 달라붙었다. 지난해까지 넥슨 지주사 NXC가 인수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새로운 인수 후보가 속속 등장했다. 무엇보다 올해 초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한 비트코인 시세가 흥행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몸값이 더 오르기 전에 빗썸을 사들여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도출한 것이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NXC와의 협상이 최근 다소 시들해지자, 너도 나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인수 후보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부터 이어진 빗썸 인수전

빗썸(법인명 빗썸코리아) 인수전은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은 빗썸 지주회사인 빗썸홀딩스(옛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50%+1주를 4억 달러(약 4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계약금과 중도금 약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지불했지만, 남은 잔금인 3억 달러(약 3300억원)를 납부하지 못하다가 2019년 2월로 한 차례 연기한다. 

 

2021011001000467700019481
사진=이철준 기자

 

그러나 2019년 2월에도 잔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았고, 잔금납부는 3월, 9월로 계속 미뤄진다. 이에 김 회장 측은 지분을 70%까지 높여 인수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면서 빗썸 인수 규모를 4억 달러에서 6억 달러로 키운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두올산업과 로봇 전문 업체 코너스톤네트웍스까지 합종연횡을 도모했지만, 마지막까지 인수 대금 마련은 불발로 돌아갔다.

이후 방송 장비 제조사인 비덴트가 등장해 빗썸홀딩스 주식 2324주를 1150억3800만원에 양수했다. 기존 보유 주식과 함께 빗썸홀딩스 최대주주(34.24%)로 올라선 것이다. 이에 따라 빗썸 인수전이 마침표를 찍은 것처럼 보였지만, 비덴트는 2019년 12월 빗썸코리아로부터 지분 인수 취소 소송을 냈다. 빗썸코리아가 국세청으로부터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 등 약 803억원 세금 부과를 숨겼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양측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등 빗썸 인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김정주 NXC, 인수 적기 놓쳤나

지난해 8월부터 빗썸 인수전은 시장 공개로 방식을 전환한다. 매각 주관사로 삼성KPMG를 선정했으며, 이정훈 빗썸 의장과 우호지분으로 평가받는 빗썸홀딩스 지분 65.7%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유력 인수자로 등장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 없이 시간만 흘렀다.

 

ㅎㅀㄹ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대표.(사진제공=넥슨)

 

업계 한 관계자는 “NXC가 빗썸 인수 추진 의사가 명확했다면 지난해 11월 이전이 적기였을 것”이라며 “인수 대금을 둘러싼 눈치작전이 오고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빗썸의 몸값이 너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빗썸의 영업이익은 가파른 상승세다.빗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190억원, 당기순이익은 1274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1%, 872% 증가한 결과다. 2019년 빗썸 순이익이 131억원에 그친 것을 볼 때, 최근의 호황세를 대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빗썸이 매출 1조원 돌파는 물론, 순이익도 3000억원 이상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 자본 ‘넘을 산 많아’…네이버 ‘급부상’

빗썸 인수전은 비트코인 시세 상승과 거래액 폭증에 힘입어 글로벌 경쟁까지 치닫고 있다. 이달 들어 모건스탠리·도이체방크·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부터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 비자,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후오비코리아까지 새로운 후보로 물망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국내 포털 공룡인 네이버까지 후보군에 합류해 판을 키우고 있다. 다만, 후보에 오른 대다수 기업은 빗썸 인수 추진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20210328_092538
사진출처=라인 홈페이지

 

이런 분위기에 빗썸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조원 미만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최소 2조원부터 시작한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외국 자본의 빗썸 인수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25일부터 본격 시행한 특금법 개정안은 외국 자본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제 리스크라는 것. 더욱이 현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두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외국 자본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사업자 요건에 최대주주 내용의 명확한 공개를 요구하는 점도 비슷한 이유다. FIU는 이사회 명단부터 주주의 보유 지분, 의결권의 성격 등 지배구조의 투명한 공개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자본이 주요 주주가 될 경우, 지금까지 관례상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등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네이버는 계열사 LVC를 통해 미국 ‘비트프론트’, 일본 ‘비트맥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 두 곳을 운영 중이다. 두 곳의 거래소 모두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00위권 안에 포함할 정도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빗썸을 인수하게 된다면 3개의 거래소를 포함해 거래량 기준으로 20위권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도약한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을 앞세워 핀테크 분야 진출을 모색하는 네이버에게 빗썸 인수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네이버페이를 이용한 결제에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등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 발굴 등 다양한 활용성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가상화폐인 ‘링크’의 유동성을 크게 확장한다는 측면부터 라인페이의 실물 경제 활용성 등 빗썸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확실하다”라며 “특금법 개정안으로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해외 사업자들이 철수를 마당에, 해외 자본보다는 네이버와 기존 후보군이었던 NXC가 인수에 좀 더 가까운 위치”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