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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비주류의반란 #미니멀리즘 #악기자리표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

입력 2021-08-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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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블랭크
4일 진행될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에 대해 설명하는 첼리스트 이호찬(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정다현, 비올리스트 이한나, 작곡가이자 지휘자 최재혁(사진=허미선 기자)

 

“비올라를 내세우는 건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해요. 성공 혹은 잘하는 것, 우러러 보는 것 등이 아닌 내가 중요한 시대잖아요. 피아노, 바이올린 등 주류악기가 아닌 ‘비주류’ 비올라는 소리와 존재 자체로 대변하는 악기거든요.”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최재혁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아티스틱커미티 ‘앙상블블랭크’(최재혁, 피아니스트 정다현, 플루티스트 류지원, 퍼커셔니스트 이원석, 첼리스트 이호찬 등), 비올리스트 이한나와 함께 하는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8월 4일 금호아트홀연세)에 대해 ‘비주류의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앙상블블랭크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 포스터(사진제공=앙상블블랭크)

 

“3, 4명의 소그룹으로 시작한 앙상블블랭크는 고정멤버 14명으로 이뤄진 아티스트 단체예요. 한국에서는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음악이나 드뷔시, 라벨 등 프랑스 등 주류 음악이 많이 연주되죠. 미국음악, 현대음악을 비롯해 진은숙, 윤이상 등 한국 작곡가 선생님들의 곡은 잘 연주가 되질 않아요. 이에 대중적인 인식에서 주류가 비주류 음악으로 꾸린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비주류’ 하면 떠오르는 악기가 비올라였죠.”

최재혁의 말에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 협연자로 나선 비올리스트 이한나는 “비올라는 클래식 뿐 아니라 현대음악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지만 다른 악기들에 비해 레퍼토리도 많지 않은 악기”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비올라의 매력은 엄청 화려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는 다양성이에요. 아주 화려하거나 아주 눈물 나는 소리를 내거나 극도로 차분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등의 음색을 가지고 있죠. 이번 연주는 리드하거나 이끈다기 보다는 앙상블 안에서 저를 찾아내는 느낌이에요. 그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비올라를 나타내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아요.”


◇비주류, 비올라와 미국음악, 미니멀리즘
 

최재혁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의 최재혁(사진제공=앙상블블랭크)

“미국음악은 간결함의 미학을 가진, 미니멀리즘으로 발전한 음악이에요. 그렇게 비올라와 미국음악은 미니멀리즘적인 것이 꿈틀거리는 악기이자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이에 최재혁은 이번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 공연의 키워드를 비올라와 미국음악, 미니멀리즘으로 꼽았다. 미국음악과 미니멀리즘을 내세우며 ‘비주류의 반란’으로 꾸린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에서는 20세기 미국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 모턴 펠드만(Morton Feldman),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와 독일의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 그리고 최재혁, 지난해 앙상블블랭크 공모로 선정된 젊은 작곡가 김혁재 등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연주된다.

최재혁의 설명처럼 “모래시계처럼 크게 시작해 내면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커지는” 공연의 문은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의 ‘아팔라치아의 봄’(Appalachian Spring)이 연다. 미 동부 산맥이름을 딴 발레곡으로 개척시대 농민들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

최재혁의 표현대로 “미니멀리즘의 ‘심플 이즈 베스트’에 걸맞는” 이 곡에 대해 앙상블블랭크 멤버이자 피아니스트 정다현은 “미국 대중주의 영향이 커지면서 작곡된 곡으로 미국 전통음악을 사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코플랜드는 이 곡을 연주해 퓰리처상(1945년)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관객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가장 먼저 연주합니다.”

실내악이나 독주회에서 앙코르 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로맨틱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가 두 번째로 연주된 뒤에는 파울 힌데미트의 ‘장송곡’(Trauermusik)이 연주된다. 이한나는 힌데미트의 ‘장송곡’에 대해 “비올리스트에게는 뺄 수 없는 작품으로 저 역시 이번에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며 “다채로운 그룹 앙상블블랭크와의 어우러짐도 멋질 것 같다”고 소개했다.


◇악기 자체가 음악이 되는 2, 3선의 악기자리표

앙상블블랭크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의 앙상블블랭크(사진제공=앙상블블랭크)

 

“앙상블블랭크와 연주하는 곡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안전하게 가려는 경향으로 쓰는 의뢰곡과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5선이 아닌 3 혹은 2선, 높은음자리표가 아닌 악기자리표로 처음 시도한 곡이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못하던 것들을 새로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이 사람들과는 뭘 해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작곡한 최재혁의 ‘비올라 속 내 인생’(My Life in Viola)과 모턴 펠드만의 ‘내 인생 속 비올라’(Viola In My Life 1)가 공연 중반 대구를 이루며 연주된다.

“전통적인 음악은 멜로디와 화성, 리듬을 표현하기 위해 높은음자리표의 5선에 음고와 음의 길이를 나타내죠. 키보드에 익숙한 표현법이지만 현악기 입장에서는 악기의 긋는 부분을 10cm 정도로 국한시키는 장치죠. 반면 악기의 긋는 부분을 표시한, 악기 자체가 음악이 되는 악기자리표에는 악기가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내보고 싶다는 욕망이 반영됐죠.”

 

이어 “두 악기가 얼마나 친한지를 볼 수 있는, 두 악기가 자유롭게 연주하는 즉흥연주도 있다”는 최재혁의 귀띔에 이한나는 “악보에 음표가 아닌 악기가 그려져 있고 활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며 “저도 적응이 안되지만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을 보탰다.


비올리스트 이한나
‘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에 함께 하는 비올리스트 이한나(사진제공=앙상블블랭크)

“몇십년 동안 저는 활이 옆으로 흘러가면 안된다고 교육을 받았어요. 일자로 흘러야 하는 활이 다양하게 움직이는 악보죠. 작은 것 안에서 더 작은 것을 찾고 그보다 더 작은 것을 찾으면서 들리는 소리의 느낌이랄까요.”


이한나의 말에 첼리스트는 이호찬 역시 “우리는 활을 똑바로 그어야 한다는 데서 깨질 못한다. 하지만 현대음악은 그렇게 받아들이면 너무 어렵다”며 “작곡가 입장에서 틀을 깨고 새롭게 다가가면 연주자들도 악보 뒤의 뭔가를 찾을 수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최재혁의 ‘비올라 속 내 인생’과 대구를 이루는 펠드만의 ‘내 인생 속 비올라’에 대해 이한나는 “현대음악은 신기한 게 악보를 보거나 듣기만 할 때와 직접 연주를 할 때의 감정이 전혀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악보를 보고 들었을 때는 이 곡이 끝없는 시간을 나타낸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직접 연주하다보니 시간과 음악이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만은 같은 불멸의 시간이 느껴졌어요. 다른 악기들이 배경화면처럼 그림자 역할을 해주면 비올리스트가 (악보에) 적히지 않은 다이내믹, 여러 감정들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많은 곡이죠. 엄청 화려하고 ‘저 좀 보세요’ ‘저 이렇게 잘해요’ 말하지는 않아도 관객들에게 반복적인 리듬으로 주는 감동이 있어요.”

이한나의 설명에 최재혁은 “보통의 미니멀리스트는 음향의 반복을 의미하는데 펠트만은 음향이나 소리들이 아닌 여백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며 “그 여백을 채우는 게 소리인 방식으로 작곡을 하는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했다.

“현대음악은 돌체, 레가토 등 엄청난 디테일을 요구해요. 하지만 이 곡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향해가는지 단 하나도 적고 있지 않죠. 표기 면에서 저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았어요. 이런 저런 관점을 넣으며 저희만의 색을 입힌, 철학같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앙상블블랭크 이상 담은 라이히로 피날레 “우리에게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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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앙상블블랭크&이한나의 비올라 인 마이 라이프’의 앙상블블랭크(사진제공=앙상블블랭크)

 

공연 말미에는 김혁재의 ‘똑같은 것들’(Same New Shit)과 스티브 라이히의 ‘여덟개의 선’(Eight Linses)이 연주된다. 라이히에 대해 최재혁은 “미국의 대표 미니멀리스트”라며 ‘여덟개의 선’에 대해서는 “화려하고 멋있게가 아닌, 틀 안에 있으면서도 없는 앙상블블랭크의 이상을 담아서 선정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히는 반복성으로 상상력을 많이 활용하는 작곡가예요. 청각적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죠. 반복과 다양한 방향성으로 연주자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고 관객들에게는 그들 안의 상상력을 야기시키는 음악이죠. 18분 동안 같은 리듬이 이어지다가 잔향을 주는 순간이 있어요. 길이가 주는 확고함이 있죠.”

최재혁의 설명에 이한나는 “이번 공연은 신선하게도 관객들에게 많은 부분과 상상을 맡기는 면이 있다”며 “현대음악을 좋아했지만 한국 활동하면서 비올라를 알리기 위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음악을 주로 연주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그 마음을 내려놓고 관객이 더 좋아해주길 바라는 비올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최재혁은 “이번에 연주되는 곡들 대부분이 미국음악이지만 오히려 소리는 되게 전통적”이라며 “유럽 음악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라 우리에게 오히려 익숙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번 공연의 내포된 메시지는 우리한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예요. 현대음악와 미국음악 등 접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음악들에 보다 많은 관객들이 익숙해지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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