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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0대의 사랑이라 더 농밀한… MZ세대의 상처와 성장!

[#OTT] 평범한 우리들의 뜨거운 첫사랑… 웨이브 '노멀피플'
자석처럼 끌리는 두 남녀, 4년 간의 사랑과 이별 그려
웨이브 독점 공개, 아일랜드 드라마 '노멀피플'

입력 2022-08-03 18:30 | 신문게재 2022-08-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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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피플
교복을 입고 풋풋하게 등장하는 두 사람. 현지언론에서는 “베드신만 41분”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지만 원작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진제공=웨이브)

 

영국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웨이브 독점작 ‘노멀피플’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당장 드라마의 배경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비행기 표를 끊을지 모르니까. 1991년 아일랜드 태생의 신예 소설가 루니는 ‘노멀 피플’로 ‘스냅챗 세대의 샐린저’ ‘더블린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을 29금으로 그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육체만 탐닉한다면 ‘주부들의 포르노’라 폄하됐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뒤를 이었겠지만 10대부터 20대 초반이 겪는 농밀한 외로움과 혼란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자아낸다.

노멀피플
드라마를 다 보고나면 새롭게 느껴지는 공식 포스터. 배우들을 강조하는 국내 트렌드와는 다르게 해외 포스터에는 ‘다 계획이 있구나’를 절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진제공=웨이브)

소설은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돼 100만 부 넘게 팔렸고 드라마로 만들어져 영국 BBC와 아일랜드 국영방송 RTE, 미국 훌루(Hulu)에서 방영됐다.  

 

2020년 BBC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시리즈로 홈페이지 스트리밍 조회 수만 6270만회로 집계됐다. 아일랜드에선 최종화 시청률이 33%를 넘었을 정도다. 

 

흥행을 입증하는 수식어들을 제외하더라도 ‘노멀 피플’이 가진 장점은 차고 넘친다. 이 작품에 캐스팅되기 전까지는 무명에 가까웠던 두 배우의 앙상블이 거의 반 이상이다. 

 

극 중 메리앤(데이지 에드가 존스)은 부유한 집안의 딸로 도도하고 천재적이지만 학교에서는 철저히 왕따로 지낸다. 

 

독설을 내뱉고 깡마른 몸매에 친화력이 없는 메리앤은 사실 가족의 폭력과 정서적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 반면 교내의 인기남 코넬(폴 매스칼)은 구김살 없는 성격과 뛰어난 성적으로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가난하지만 당당한 미혼모인 엄마는 그를 친구처럼 키웠고 운명인 건지 메리앤의 집에 가정부로 일한다.

 

하이틴 로맨스의 출발답게 두 사람은 극과 극의 환경에서 서로에게 끌린다.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메리앤에게 코넬은 서로의 관계를 공론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단다. 호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메리앤이 여자친구인 걸 알면 쏟아질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것. 

 

학교에서는 철저히 냉담하지만 방과후 이들이 나누는 뜨거움은 상상 이상이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둘의 관계는 졸업 무도회와 대학입학을 거치며 ‘첫사랑의 쓰라림’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그들도 10대였고 친구들도 10대 였기에 예민하고 상처 입은 영혼들의 부딪힘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만든다. 

 

노멀피플
드라마 속과는 달리 각자의 연인과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는 주인공들. 파파라치 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들의 소탈한 근황이 시즌2에 대한 팬들의 요구를 식지않게 만드는건 아닐까. (사진제공=웨이브)

 

이들의 상황이 반전된 건 더블린의 명문 대학교인 트리니티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만난 메리앤은 유명인사가 되어 인기를 누린다. 그저 지방 소도시의 인기남에 불과했던 코넬은 학비 벌기에 급급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겉도는 신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울메이트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이들의 오해는 대학교에 와서도 계속된다. 각자의 콤플렉스와 서투름으로 귀결되는 여러 에피소드는 각자가 사귀는 애인의 존재만큼이나 뻔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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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를 꿈꾸나 턱이 부서지는 부상을 당하고 연기로 전향한 폴 매스칼. 더블린 남자 특유의 강인함이 외모에서 풍긴다. (사진제공=웨이브)

하지만 ‘노멀 피플’은 흔한 10대의 러브스토리를 맨부커상 후보에 이름 올린 작품답게 진중함으로 채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갖게되는 환희와 상처 그리고 내면의 불안은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계급주의를 간과하지 않는다. 

 

그들이 느끼는 갈등과 불안, 돈이 주는 우월감과 유년의 상처, 연인 사이의 자존심까지 이토록 섬세하게 묘사한 건 아마도 21세기 들어서 유일한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져 든다. 

 

경제적 이유로 꿈과 재능을 모르고 살았던 남자와 모든 걸 누리고 살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유년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여자는 자석처럼 끌리지만 엔딩은 결국 관객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마땅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권리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즐거움을 서로 일깨우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국에서 8개의 에피소드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10대의 사실적인 섹스 장면이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큰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은 이들의 베드신을 건전하게(?) 연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 배경이 된 곳은 이미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노멀피플4
묘한 매력을 지닌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노멀피플’에서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된 케이스. 수천 명의 지원자 중 대타로 오디션에 참가해 주인공을 꿰찼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웨이브)

공개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이 자유롭지 않았음에도 각종 SNS에서는 ‘노멀 피플’의 배경이 해시태그되며 과거 ‘해리포터’ 시리즈가 누리던 인기를 입증한다.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를 아우르는 이국적인 풍경과 영어지만 독특한 억양이 매력적인 배우들의 인기도 수직상승했다. 

 

전라(全裸)로 등장하는 폴 매스칼은 “책 자체가 본능적이고 날 것이었다”며 원작을 지지했고 곧바로 매기 질렌할의 첫 영화 ‘로스트 도터’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메리앤과 비슷한 또래인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앤 해서웨이의 재림’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연극과 방송을 오가며 착실히 실력을 쌓고 있다.

 

어쨌거나 ‘노멀 피플’은 끝났다. 사실 이들이 친구로 남을지 연인으로 단단해질지는 전세계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로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은 모태솔로에게는 한숨을, 한번이라도 사랑에 울어본 사람이라면 여전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안 본다면 모를까 한번 보면 당신의 인생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채널 웨이브. 공개 2020년 4월 26일.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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