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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조직… 그 안에서 내 역할은?

[신간(新刊) 베껴읽기] 톰 켈리 & 조너선 리트먼 '혁신의 조건'

입력 2023-02-18 07:00 | 신문게재 2023-02-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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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의적인 기업을 꼽으라며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IDEO)’가 빠지지 않는다. 혁신적·창의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는 기업문화로 명성이 높다. 이런 혁신기업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임무와 역할, 수행 방법, 그리고 생산적인 협업의 필요성을 잘 안다. '혁신의 조건'에서 아이디오 공동대표 톰 켈리는 혁신기업 내 필요한 10개의 페르소나를 제시한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때 창의적 기업문화와 혁신적 조직이 가능하며 ‘인간적인 이노베이션’이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10개 페르소나 중 우리는 어떤 유형인지,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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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베이션의 주체는 결국 ‘사람’


톰 켈리는 독자들이 ‘창조적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이노베이션이란 행동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면서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노베이션을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천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혁신으로 가득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기업만이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시대”라며 이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그는 조직 내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말하며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악마의 변호인’을 부정한다. 심지어 “악마의 변호인이 오늘날 미국에서 이노베이션을 가장 많이 죽인 도구 중 하나”라고 혹평한다. 이노베이션은 모든 기업의 ‘혈관’인데, 악마의 변호인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악성 독소’라고 일갈한다. 조직의 창의성을 죽이기 때문이란다. 톰 켈리는 이에 기업에 꼭 필요한 ‘혁신가의 10가지 페르소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10가지 페르소나의 혁신가들이 각각의 가면을 쓰고 독창적으로 혁신을 주도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위기를 극복하거나 우회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역할이 바뀔 수 있다. 이 역할들 중 한 두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이노베이터’의 첫걸음이다. 저자는 10개 페르소나를 크게 ‘학습하는’ 페르소나, ‘조직하는’ 페르소나, 그리고 ‘구축하는’ 페르소나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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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하는 페르소나… 늘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조직에 새로운 학습과 통찰을 가져오는 사람을 ‘문화 인류학자(Anthropologist)’라고 한다. 아이디오 이노베이션의 취대 원천이기도 하다. 이들은 인지심리학이나 문화인류학 등 탄탄한 사회과학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근거 있는 직관 능력 ‘딥 스마트’가 탁월하다. 익숙한 것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능력을 가졌고 그런 사소한 발견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열차 플랫폼에서 고개 너머로 음료수 매점을 바라보고 자주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큰 시계가 달린 청량음료 판매대를 세워 여유있게 음료를 사도록 만드는 식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앞으로 어린아이와 10대를 잘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실험자(Experimenter)’는 새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프로토타이핑하며 근거 있는 시행착오로 학습효과를 높인다.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호기심이 많다. 열린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다소 투박한 프로토타입이라도 부담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라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더 빨리 성공하려면 자주 실패하라’는 아이디오의 격언이 어울리는 역할이다. 첫 TV 출시 때 실물 크기로 인쇄한 종이 TV를 마케팅에 활용한 이야기 등에서 톡톡 튀는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도 아이들의 감각이 소중하다. 저자는 “해커와 10대 들이 수십억 달러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타화수분자(Cross-Pollinator)’는 다른 산업과 문화에서 발견한 것을 접목시키는 역할이다.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묶어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한 분야의 성과를 다른 분야로 가져와 혁신을 일으킨다. 유원지 놀이기구였던 에스컬레이터를 10억 달러 산업으로 키운 것이나, 화분의 강도를 높이는데 쓰이던 강화 콘크리트를 댐과 고속도로 건설 자재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라이트 형제 역시 자전거 자재들을 타화수분해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만들었다. 모하메드 바 아바는 큰 도기 안에 작은 도기를 넣으면 안쪽의 야채가 냉각된다는 사실을 알아내 ‘진흙 냉장고’를 창조함으로써 조국 나이지리아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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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오 공동대표 톰 켈리

 

 

◇ 조직하는 페르소나…아이디어를 행동으로 


‘허들러(Hurdler)’는 혁신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제거할 수단을 찾는 문제 해결사다. ‘하면 된다’의 신봉자다. 저자는 “위대한 허들러는 장애를 만나도 속도를 멈추지 않으며, 늦추는 것도 허용하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허들러는 가장 현실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정면돌파 뿐만아니라 측면돌파도 할 줄 안다. 채소를 납품하던 유일한 거래처를 잃은 뒤에도 포기 않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유기농 기업 어스바운드 팜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잇단 실패와 회사의 계속된 만류에도 특유의 기지와 끈기를 발휘해 마스킹테이프를 창조해 낸 3M의 연구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허들러다.

 

다양한 집단을 하나로 묶고 지휘해 해결안을 찾는 사람이 ‘협력자(Collaborator)’다. 사람을 끌어 모을 줄 알고, 사기가 떨어졌을 때 가장 뛰어난 응원군이다. 내부 회의론자들에 강력히 맞서는 방어벽이기도 하다. 갇혀 있는 사고방식을 부수고 함께 성과를 내도록 돕는다. ‘바톤 터치’에서 스승부가 결정됨을 안다. 비즈니스 전문가 게리 하멜도 “때론 협력의 과정이 완성된 제품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한 때 이류 회사였던 삼성전자의 제품 디자인 개발을 도와 준 경험을 얘기하면서, 그런 작은 도움 역할 이후 삼성이 파격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제조 및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고 회고한다.

 

‘디렉터(Director)’는 재주꾼들을 모아 그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목표에 맞춰 생산을 독려하고 프로젝트를 갈고 다듬어 일을 완성시킨다. 새 프로젝트 발굴을 좋아하며 난제에도 결연히 맞선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스티브 잡스처럼 열정적으로 팀의 능력을 최대로 뽑아내는 지휘력을 발휘한다. 때로는 과감한 모험도 불사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자원을 현명하게 배분할 줄 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오전 브레인스토밍’을 강조한다. 에너지와 창의성이 오전 시간에 최고 상태에 오른다는 것이다. 충전을 위한 ‘낮잠의 힘’도 믿어 보라며 “문제를 베게 삼아 낮잠을 즐겨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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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축하는 페르소나…이노베이션을 완성한다 

 

‘경험 건축가(Experience Architxct)’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키는 감동적인 경험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제품과 서비스, 디지털 상호작용, 공간, 이벤트 등을 통해 회사와 고객이 상호작용할 무대를 마련해 준다. ‘평범한가 아닌가’라는 단순한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고객 편의나 불편에 집중해 더 나은 고객경험과 보상을 부여하려 애쓴다. 작은 개선이 큰 차이를 만듦을 잘 안다. 있으나 마나한 호텔 자명종 시계에 보다 쉽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가미하고, 본질에 충실하게 정확한 시간에 벨이 울리도록 만든 ‘햄튼 인 호텔’의 경험이 좋은 사례다. 저자는 “이노베이션 기회는 바로 우리 곁에서 잠자고 있다. 누군가가 깨워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무대 연출가(Set Designer)’는 혁신 팀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 준다. P&G는 직원 대부분이 사는 곳 근처에 짐(GYM)을 만들어 주어, 직원들이 바깥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회사가 ‘공간’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한다. 공간이야말로 아이디어가 형태를 취하고 기회로 만들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만년 꼴찌 야구팀 클리블랜드는 외풍이 극심했던 경기장에서 통풍이 잘되는 경기장으로 옮기자마자 40년 만에 페넌트 레이스 우승을 거머쥐었다. 저자는 “팀에 좋은 무대를 만들어라. 그러면 그들은 당신의 생각보다 더 많은 실적을 올려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케어기버(Caregiver)’는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서는 고객관리를 담당한다. 인간적인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다. 한 건강센터와 협업했을 때, 아이디오는 병원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응급본부에 도착하면 거쳐야 할 7단계 절차를 간단한 지도로 만들어 배포해 고객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저자는 여기서 ‘초인종 효과’를 언급한다. 문이 열릴 때까지 고객이 아무 정보도 없이 마냥 기다리도록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것은 사람에게 맡기라”고 조언한다. 자동화 기계보다 사람의 손길과 응대, 특히 미소의 힘을 잊지 말라고 권고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러(Storyteller)’다. 이야기를 통해 내부의 사기와 외부의 인식을 높여준다. 스토리텔링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스토리텔러는 신빙성을 구축하고 팀을 결속시키며 영웅을 창조하고 질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회사는 늘 더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자동차 회사의 여성 고객 유치를 위해, 틀에 박힌 보고서 대신 잡지 형태로 만들어 보여 줌으로써 효과를 봤던 사례를 전해준다. 감자 칩 위에 식용 잉크로 수수께끼를 내, 제품에 스토리를 입혀 성공한 사례도 소개한다. 그는 회사 견학 프로그램이 회사의 업적 홍보는 물론 스토리텔링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팀 사기를 높여줄 좋은 기회라며 추천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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