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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글로벌 배터리 전쟁, 결국은 '원자재 전쟁'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전기차 배터리의 현재와 미래

입력 2023-03-11 07:00 | 신문게재 2023-03-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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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전기차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전쟁이 치열하다. 필수 금속인 리튬 확보전부터,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효율 배터리 생산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예사롭지 않다.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 효율과 유연한 제조 플랫폼 등 ‘K 배터리’의 위상이 남다르다. 글로벌 완성차들도 앞 다퉈 우리 기업들과 제휴해 ‘좋은 전기차’를 만들려 뜨겁게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이 선점한 리튬 등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는 큰 숙제다. 때 마침 국내외 배터리 산업 전문가인 박순혁과 S&P글로벌의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가 쉽게 배터리 이슈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펴냈다. 전기차 배터리 기초부터 리튬 배터리가 만들어갈 미래 세상까지 살펴보자.

 

 

◇ 박순혁 <K배터리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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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제 전기차는 ‘개나 소나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기차의 향후 진짜 핵심은 ‘배터리’”라고 강조한다. 배터리 1kg 혹은 1㎥에 얼마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느냐는 ‘에너지 밀도’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수치가 높아야 좋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며 “이런 전기차 혁명의 시대를 연 것이 바로 K 배터리 업체들”이라고 말한다.


K배터리의 글로벌 위상에는 4명 선각자들의 혜안과 헌신이 절대적이었다. 고 구본무 LG 회장은 수 십조 원 손해를 보면서도 뚝심 있게 사업을 밀어붙여 지금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을 키웠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도 10여 년 노력 끝에 글로벌 양극재 기업을 일궈냈다. 권오준 포스코 전 회장은 10만 톤 수산화리튬 생산이 가능한 아르헨티나 염호(鹽湖)를 확보했고,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일찌감치 수소·전기차 터전을 다졌다.

K배터리 주력 제품은 니켈 함량 90% 수준인 NCMA, NCM9, Gen 등이다. 각각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가 만든다. 에너지밀도는 305Wh/kg 수준이다. 중국 LFP배터리는 165Wh/kg 정도다. 우리가 85%의 에너지를 더 저장할 수 있어 1회 충전 주행거리나 가속력 등에서 우월하다. 무게도 46% 더 가벼워 에너지 효율성과 내구성이 좋다. 미국은 ‘배터리 500’ 프로젝트를 통해 이 수치를 500Wh/kg 까지 높이려 한다.

에너지 밀도의 핵심은 배터리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양극재’다. 기술장벽이 높아 신규 참여 기업이 드물다. 대부분 양극재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만드는데, 코발트가 워낙 비싸 그 비중을 줄인 ‘하이니켈’ 양극재가 싸고 품질도 뛰어나다. 이걸 만드는 기업도 전 세계 딱 네 곳, 한국의 에코프로비엠과 LG화학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뿐이다.

초격차 배터리에는 하이니켈 양극재와 함께 ‘파우치형 폼팩터’가 필수다. 원통형이 일반적인데 부피와 무게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걸 극복한 것이 ‘각형’과 ‘파우치형‘이다. 특히 파우치형은 LG에너지솔루션이 창안했다. 배터리를 감싸는 캔을 아주 얇고 가볍고 견고한 비닐 재질의 파우치로 대체해 부피와 무게에서 탁월하다. 현재는 LG엔솔과 SK온 두 회사만이 채택할 만큼 고난도 기술이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LG와 GM이 만든 ‘얼티엄 플랫폼(Ultium Platform)’이다. LG의 니켈 90% 함량 울트라 하이니켈 NCMA 양극재 기술에 파우치형 폼팩터가 적용했다. 모듈화된 파우치형 배터리 셀의 투입 개수를 달리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원가는 40% 싸고 1회 충전에 최고 720km를 주행한다. 이 플랫폼으로 K배터리가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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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내부 생산 전경

 

하지만 K배터리의 세계 제패에는 한계도 분명하다. 우선, 광물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어렵다.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에 리튬 망간 알루미늄, 흑연 등 양극재 필수 금속들이 부족하다. 때문에 저자는 ‘수소차’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배터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 수소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시기를 대략 2027년에서 2030년 정도로 보았다.

폭증하는 리튬 수요도 걸림돌이다. 최근 2년간 리튬 가격이 10배 이상 올랐다. 2030년까지 수요가 5~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자원민족주의 재연이 우려된다. 리튬은 ‘스포듀민’ 광석 또는 염호(鹽湖)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있다. 광석 리튬은 호주 채굴량이 50% 정도로 가장 많다. 염호 리튬은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국에 집중돼 있다.

리튬은 탐사에는 광산이 4년, 염호는 8년이 소요된다. 앞으로 5~10년은 극심한 공급난이 불가피하다. 리튬 개발 단계부터 자원 보유국과의 파트너 십 강화 등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에 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이에 저자는 “우리도 광물 자원 확보 노력과 함께 광물 제·정련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 루카스 베드나르스키의 <배터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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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를 처음 상용화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비야디’가 수직 계열화에 성공해 창립 10년도 안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은 신장성과 장시성, 쓰촨성에서 수익성 높은 리튬 채굴을 시작하고 국유 광산과 가공시설까지 들어서면서 ‘간펑리튬’과 ‘텐치리튬’ 같은 세계적 기업을 키웠다.


중국의 리튬확보 계획은 주도면밀했다. 비정제 리튬의 최대 생산국이 호주인데, 간펑리튬이 이곳 주요 광산 지분을 대량 확보했다. 텐치리튬도 광산부터 배터리까지 수직통합된 칠레의 수산화리튬 생산기업 SQM 지분을 보유 중이다. 리튬 원석인 스포듀민 농축 및 양극재 생산 과정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흑연 채굴 역시 중국이 압도적이다. 미국은 ‘앨버말’이 가진 리튬 광산 한 곳 뿐이고 일본은 리튬 재활용에 더 적극적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를 ‘리튬 삼각지대’라고 부른다. 칠레는 ‘리튬의 사우디’로 불린다. 세계 최고 산지인 아타카마염원을 보유했다. 이곳 리튬 농도는 0.15로 전 세계 최고다. 1kg 염수에 1.5g의 리튬이 있다는 뜻이다. 생산비용도 톤당 2500달러 안팎 정도로 싸다. 칠레는 또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라 배터리공장까지 꿈꾼다. 하지만 염수(鹽水)에서 고품질 리튬을 추출하는 특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만큼, 누구나 지을 수 있는 배터리공장 보다는 고품질의 리튬 생산에 계속 매진하는 게 좋다는 평을 듣는다.

아르헨티나에는 리튬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700만 톤이 묻혀 있다. 칠레보다 2배 가량 많지만 생산량은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세금 감면 등의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채무불이행을 밥 먹듯이 하는 나라라 효과가 의문시 된다.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이다. 그러나 독일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출범 1년도 안돼 무산시켰다. ‘전리품’을 탐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이곳에 탄산리튬 공장을 짓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끄는 나라는 LG화학과 삼성DSI로 대표되는 한국이다. 다크호스는 인도다. 남아메리카 리튬광산을 노리며 2030년까지 새 자동차 3분의 1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포부다. 배터리 금속 중 두 번째로 중요한 코발트는 ‘분쟁광물’이다. 60%가 부패국 콩고에서 나온다. 모로코에서도 일부 나지만 콩고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선 리튬 재활용이 주목을 끈다. 리튬 1톤을 얻으려면 스포듀민 250톤이나 염수 750톤을 가공해야 하지만 폐기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28톤만 있어도 리튬 1톤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전기자동차 폐 배터리가 대량 배출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전망이다. 처음 대량 판매된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2025년 전에 수명을 다하면 폐 배터리 쓰나미가 우려된다. ‘거린메이’ 같은 재활용 업계 거물은 매년 약 400만 톤의 폐기물을 처리한다. 미국과 유럽의 재활용 시장을 노리고 이 회사는 이미 한국의 대형 양극제 생산업체에도 상당 량의 금속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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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전기 배터리의 미래 효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이미 전기모터가 띄울 정도 크기로 비행기를 개조하거나, 4개 제트 엔진 중 하나를 전기모터로 대체하거나 혹은 아예 전기비행기를 만드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2019년 벤쿠버에서는 ‘드 하빌랜드 비버’라는 전기 비행기가 처음으로 4분간 16km 비행에 성공했고, 2020년에도 전기모터를 장착한 ‘세스나 카라반 208B’가 9명 승객을 태우고 13분간 비행했다. 비용은 단 돈 6달러로,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300~400달러보다 훨씬 저렴했다.

전기화물선도 먼 미래가 아니다. 2017년 광저우 조선소에서 건조된 전기화물선은 길이 70.5m에 200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규모였다. 동력원은 2400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로, 2시간 충전에 화물을 가득 선적한 채 60km 이상을 항해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전기비행기보다 전기화물선이 더 빨리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화재안전은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고성능 배터리의 마지막 열쇠는 니켈이다. 세계 2대 니켈 광산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주목받는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와 전기자동차 생산까지 넘본다. ‘좋은 배터리’는 모든 배터리 제조기업의 꿈이다. 저자는 “향상된 음극재와 양극재가 함께 하는 ‘전고체 배터리’만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앞으로 전기비행기의 꿈이 배터리 기술발전의 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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