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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산국제영화제,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입력 2023-06-01 14:26 | 신문게재 2023-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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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부장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침몰하고 있다. 과거 세월호 승객 구조·수색과정의 의문점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홍역을 치렀던 2014년 9월 이후 최대의 위기다.

 

1996년 스타트를 끊은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여러 정권의 핍박 속에서도 늘 ‘영화제 초심’을 지켜왔다. 공무원 출신으로 초석을 이끈 김동호 전집행위원장 체제에서 벗어나 2007년 김동호·이용관 위원장, 2015년 이용관·강수연 위원장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고작 5개월을 앞두고 이번엔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표를 던졌다. 영화제 측이 사실상 투톱체제의 운영방식으로 인사발령을 내면서다. 허 운영위원장은 영화제 기획, 신인 감독 및 작품 발굴 등 영화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신임 조중국 위원장은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일반 사무, 행정, 예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후 그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온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영화제 내부의 문제가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내 사람’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우려의 시선과 규정에 입각한 공정한 일처리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하지만 갈등은 의외의 폭로로 악화일로를 맞았다. 31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은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오늘 면담을 하기로 했으나 개인적인 문제로 복귀가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는 복귀를 기다리기로 하고 사표 수리는 그때까지 보류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개인적인 문제는 지난 31일 한 매체가 제기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다. 제보자는 “허문영 집행위원장에게 지난 수년간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면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 성폭력을 신고했음이 드러났다.

 

그간 영화제에서 신사, 혹은 양반으로 불렸던 그의 성희롱 의혹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이에 든든 관계자 역시 “제보자의 신고를 받고 영화제 측에 정식적인 조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을 아꼈지만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법의 심판이 가려질 것이다.

 

조직을 이끈 수장들의 무책임과 갈등에 부산국제영화제는 그간 지켜온 신념과 명성을 잃고 좌초되고 있다. 전세계를 덮쳤던 코로나19 사태에도 이례적으로 오프라인 영화제를 유지했던 강단이 시대를 역행한 세치혀와 신체접촉으로 무너진다면 그 허망함은 누구의 몫인가. 시네필들만 억울할 따름이다. 올해로 28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개최 예정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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