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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래 한은 총재, '네카라쿠배당토'로 가나

입력 2023-06-15 08:54 | 신문게재 2023-06-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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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이창용 총재가 한국은행을 이끈 지 1년. 인플레이션도 금융불안정도 아닌 한은맨 급여인상여부가 이 총재의 최대 리더십 시험대가 되고 있어 다소 아이러니하다. 이 총재는 고물가·고환율 상황, 미국의 초긴축 등 어려운 시기에 한은 수장을 맡아 위기를 잘 넘겨왔고, 세계무대에서도 한은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그러나 이 총재 취임 당시 ‘급여 등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겠다’고 했던 약속을 믿었던 이들은 ‘실질 임금상승률 마이너스’라는 변함없는 현실에 실망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하나둘 몸값을 높여 인터넷은행으로, 증권사로 이직하고 있다.

이 총재도 막상 한은에 들어와보니 직원의 급여(예산)를 쥐락펴락 하는 재정당국 승인을 받는 일이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은 직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급여에 대한 불만이 나오자 퇴사 후 5년 내 재입사가 가능한 ‘전직자 재채용 제도’를 언급하며 ‘능력 키워서 나가라’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일까.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한은 노조 설문조사에서 46%가 총재의 내부경영에 대해 ‘못함’ 또는 ‘매우 못함’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도 급여조건 등으로 한은이 채용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은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한은 73주년 기념사에서 “민간부문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수 인재 확보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이 같은 고충을 드러냈다.

어쩌면 미래에 한은 총재가 될 수 있는 인재들이 보수나 근무조건이 더 매력적인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당근마켓·토스)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총재는 “일만 늘어나고 급여는 그대로”라는 직원들의 불만을 한층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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