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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거대 조각, 썸싱 라이크 페인팅, 반타블랙…‘아니쉬 카푸어’展

[문화공작소]

입력 2023-09-04 18:30 | 신문게재 2023-09-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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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쉬 카푸어 전
7년만에 열린 ‘아니쉬 카푸어’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지질학적 조직이자 해부학적 내장의 모양새를 한 거대 조각, 서로를 끌어당기는 듯한 회화와 조형·안팎의 경계를 오가며 새롭게 표현된 ‘썸싱 라이크 페인팅’(Something Like Painting), 문 혹은 창문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환영으로 안팎 등 공(空)의 영역을 표현한 과슈(수용성의 아라비아고무를 섞은 불투명한 수채물감) 회화, 뒤틀리고 기하학적인 그만의 ‘반타블랙’ 오브제 시리즈….

 

물질성과 비물질성, 신체성과 정신성 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의 행위, 형이상학적 시각예술 등으로 개념적 경계를 허무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por)의 작품이 그 이름을 단 개인전을 통해 한국 관람객들을 만난다.  

 

아니쉬 카푸어
7년만에 개인전을 연 아니쉬 카푸어(사진제공=국제갤러리)

인도 출신의 아니쉬 카푸어는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에 설치된 은색 구름 모양으로 ‘The Bea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클라우드 게이트’(2006, 길이 20m·높이 10m·무게 110t), 런던 데이트모던의 ‘마르시아스’(2002, 길이 155m·높이 35m), 미국 록펠러센터의 ‘스카이 미러’(2006, 지름10.7m·무게 23t) 등 거대하고 혁신적인 공공 작업들을 통해 글로벌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작가다.


2016년 이후 7년만에 열리는 그의 개인전 ‘야니쉬 카푸어’展(10월 22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는 그간 한국에서는 소개된 적 없는 그의 조각과 페인팅, 드로잉 등 25점을 만날 수 있다.

 

‘그림자’(Shadow), ‘섭취’(Ingest) 등 네 점의 거대한 조각들은 그 무게가 500~700kg에 달한다. 2013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의 형태가 됐다. “나를 조각가로 만드는 것은 공간에 대한 예의”라고 말할 정도로 카푸어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시하는 작가다. 여기에서 공간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그 공간이지만 작품 안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닥이 아닌 벽에 붙은 작품들은 그 무게를 가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멀리서 보면 많은 것들을 흡수한 지질학적 거대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피부와 혈관 등으로 이뤄진 인간의 내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많은 것을 흡수해 거대해지면서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거꾸로 피부처럼 보이는 물질로 겉을 감쌈으로서 높은 내부 밀도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튀어나오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7년만에 열린
7년만에 열린 ‘아니쉬 카푸어’展 전경 중 과슈 회화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양극단의 애매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가 하면 그 내부에 있는 것인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불확실성, 불안정 등을 표현하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조각하는 화가’로 표현해 왔던 그의 회화작품들 역시 평범하지 않다. 캔버스 위에 물질을 올리는 등의 행위로 회화의 정의를 확장하는, 조각처럼 보이지만 그 스스로가 ‘페인팅’ 혹은 ‘썸싱 라이크 페인팅’이라고 정의한 ‘In-Between’ 시리즈와 ‘Spleen’ 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7년만에 열린
7년만에 열린 ‘아니쉬 카푸어’展 전경 중 썸싱 라이크 페인팅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화산처럼 보이는가 하면 피와 살점이 튀어 선혈이 낭자하는 듯한 파괴력이 느껴지는 그의 회화작품들은 사람 내지는 세상의 가장 원초적인 상태를 강렬하게 구현하면서도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열망을 뜨겁고 강렬하게 구현해 낸다. 

 

카푸어는 이같은 그만의 회화 특징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생명력과 생명에 관한 강렬한 욕망 그리고 날것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과 불완전함 등을 동시에 다룬다.

 

7년만에 열린
7년만에 열린 ‘아니쉬 카푸어’展 전경 중 ‘반타블랙’ 시리즈(사진=허미선 기자)

 

아름다움과 자신감 내면에 담긴 두려움, 삶 저편의 죽음 등 보이는 것 뒤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동시에 구현하는 아니쉬 카푸어는 “회화는 무언가를 가시화하는 방식에 대한 역사이지만 반면 정반대로 회화를 통해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에 천착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말처럼 그의 회화는 2차원을 3차원으로 만드는 작업이자 탄생과 죽음, 기원과 소멸 등을 동시에 구현하는 장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삶의 양가적인 신비 혹은 알 수 없는 어떤 차원으로 향한 관문의 이미지와 주제에 몰두하며 창문 혹은 문을 통해 안팎을 표현한 ‘과슈’ 회화작품들, 현존하는 가장 순수한 검정색으로 ‘카푸어 블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반타블랙’ 시리즈 신작도 만날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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