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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중”

[人더컬처]

입력 2023-09-25 18:00 | 신문게재 2023-09-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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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사진제공=국제현대무용제사무국)

 

“한국 최장수, 최대 규모의 현대무용 축제로서 국제현대무용제는 진화와 공존을 향해 늘 혁신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모다페 유니버스’를 주제로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고 전세계 무용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작품이 시대정신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에 이번 모다페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는 브릿지죠.”

이해준 조직위원장이자 사단법인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장은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10월 15일까지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MODAFE 이하 모다페)를 출발점으로 “새로운 세계관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40여년 한국에서 모다페는 세계적인 동시대 춤을 선보여 왔습니다. 다다이즘, 표현주의를 거쳐 사실주의, 추상 등으로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죠. 그러던 중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맞아 위축되고 단절된 세상을 살게 됐고 미디어 환경 뿐 아니라 공연 환경, 예술 등은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그런 변화에 발맞춰 단순한 하나의 작품이 아닌,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갈 것인지, 그 세계에 인접한 작가들이 어떻게 영향받고 진화할 것인지 등을 새로운 모다페 세계관으로 구축하고자 합니다. 복잡하고 세심하게, 여러 여건들을 배려하면서요.” 

 

NDT 2 Ten Duets on Theme of Rescue ⓒRahi Rezvani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해외초청작인 NDT 2의 ‘Cluster’(사진제공=국제현대무용제사무국)

그래서 이번 무용제의 주제는 ‘모다페 유니버스’다. 이에 대해 이해준 위원장은 “모다페 유니버스 자체가 완성된 건 아니다. 그 세계관으로 향하는 출발점에 선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리부팅되는 새로운 마인드, 세계관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브릿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연결성과 관계성입니다. 움직임이 발전을 넘어 진화하고 그 진화를 넘어 새로움을 추구하며 독창성과 안무적 상상력을 완성하는 작업을 해오면서 어느 시점에 다다르니 장르 무너뜨리기가 일반화됐어요. 무용이 단순 신체 표현 예술이 아닌 총체극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죠. 그 쉽지 않은 과정이 대단히 의미 깊었고 앞으로도 의미깊은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멀티버스로까지의 상상을 담고 있습니다.”

신체를 미디어로 하는 가장 인간적인 예술인 무용, 그 중 현대무용은 시대와 사회의 반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한 변화를 거친 지금은 과거에 대한 향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등이 혼재된, 복잡다단한 시대다.

“이런 시대의 무용은 저마다의 상상력을 꺼내 빌드업하든, 자신들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든 하나의 틀에 묶기 보다는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양적 팽창이 아닌 아주 새롭고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내고 있죠.”

그 세계관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될 제42회 모다페에는 크리스탈 파이트의 ‘Ten Duets on a Theme of Rescue’, 에드워드 클루그의 신작 ‘Cluster’, 나다브 너젤의 ‘Bedtime Story’로 구성된 세계 최고의 컨템퍼러리 댄스 무용단 NDT2(Nederlands Dans Theater)의 작품, 9년만에 내한하는 영국 안무가 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Double Murder-Clowns/The Fix),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신작 ‘정글-감각과 반응’ 등이 함께 한다.

한 원로 무용가는 “모든 사람의 걸음걸이도 무용이 된다”고 했지만 그 대중화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 위원장은 “무용은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휘발성이 강한 무형의 예술”이라며 “40년 넘게 모다페를 진행하면서 대중들과의 유니크한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호페시 섹터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영국 안무가 호페시 섹터의 ‘더블 머더’(사진제공=국제현대무용제사무국)

 

“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 얼마나 오래 좋아하느냐죠. 현대무용에 대한 인식과 호기심, 관심이 지속적인 사랑으로 연결되는 접점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이번엔 홍보대사인 김호영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기도 합니다. 단순한 작품 설명이 아니라 무대와 소통하고 출연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패밀리십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죠. 현대무용의 DNA에는 분명 관객과의 소통 지점이 있어요.이를 좀더 심도있게 논의하고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와 모다페 유니버스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사랑받는 시점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무용 대중화의 또 다른 한계는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이다. 이해준 위원장은 “볼셰비키 혁명 당시 볼쇼이 발레단은 부르조아의 예술이라는 이유로 극장에서 쫓겨났다. 이에 5, 60일 정도를 야외에서 공연했는데 그때 엄청난 팬층을 형성했다. 그렇게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볼쇼이 발레단의 노력이 그들을 러시아의 보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대중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무용이 존재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무용 역시 세상에 하나 뿐인 유니크함을 만드는 미술, 음악과 같다. 표현미디어만 다를 뿐”이라며 “모든 예술이 그렇듯 현대무용 역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인접한 장르들에 수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현대인이 요구하는 접점을 찾아야하면서 트렌드를 반영해야하는 현대무용은 동시대성, 상상 그리고 순수한 움직임의 탐색에서 시작한 고민들이 이미지가 되고 은유돼 몸으로 체화되는 총체적 예술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성공여부를 생각하지는 않아요. 의미있는 지점은 관객이 반응하고 좋아할 때 생겨나죠.”

모다페 이해준 조직위원장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
그리곤 “꽤 오래도록 트로트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미스터트롯’ 등의 성공으로 아이들까지 트로트를 부르는 상황”이라며 “고흐와 고갱도 생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후대에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기 시작했다”고 예를 들었다.

“그렇게 대중과의 접점이 시작되고 스파크를 일으켜 울림을 주면서 가치가 달라지는 거죠. 현대무용 역시 그렇게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시도를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무용도 그럴 수 있는 보석같은 에너지를 분명 가지고 있거든요.”

이어 이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최근 K팝의 안무 트렌드 역시 현대무용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예전의 K팝은 음악을 중심으로 뛰어난 뱁업댄서들과의 칼군무가 짜릿함을 줬다면 요즘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노래 가사를 이미지화하고 움직임 자체를 함축적으로 연상시킬 수 있는 안무 구성들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반복과 함축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고 은유하는 동작들이 K팝 댄스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모다페 유니버스를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모다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연계하고 연관시켜 히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모다페에서는 대단히 신선한 시도들이 만들어질 겁니다.”

이어 “변방까지 아우르는가 하면 경계를 넘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모아 예술단체와 아티스트의 새로운 허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 성장을 위한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정책과 지원,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냉철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는 작업들, 무용을 견고하게 하는 연구가 무용계, 학계는 물론 정책적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예술가들만의 리그에서 즐기는 현대무용이 아닌 모두가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그렇게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시도하고 그 시도들을 관객에 전달하는 창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모다페의 몫이고 지향점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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