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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늦게 늙자’ 슬로우 에이징 테크 ⑭ 갱년기, 여성 건강의 전환점

입력 2024-01-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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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40대가 되면 월경이 불규칙해지다가 50세 정도에 폐경을 맞는다. 여성호르몬 결핍을 의미하는 폐경은 여성 건강에 매우 큰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통해 폐경 전후의 증상과 폐경 이후의 건강 관리 요령 등에 관해 알아보자.


◇ 폐경으로 인한 변화들

폐경의 초기 증상은 안면 홍조, 열감, 땀이 가장 흔하다. 간혹 수면 장애나 가슴 두근거림, 불안, 근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면 홍조는 갑자기 발생해 1~5분 가량 지속된다. 30분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자다가 땀이 나 잠을 설치기도 한다. 열감은 얼굴과 목, 머리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지는 게 일반적이다.

폐경이 중기에 이르면 여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외부 생식기와 질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질 벽이 얇아져 성관계 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비뇨생식기 위축에 따른 빈뇨와 절박뇨가 나타날 수도 있다. 빈뇨는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경우, 절박뇨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져 참을 수 없는 경우다. 절박성 요실금이 생기기도 한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피지의 분비가 감소해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정신적, 심리적 변화도 나타난다. 우울과 긴장, 집중력 저하, 신경과민, 짜증, 의욕 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가 힘들 때도 있다. 폐경기에 체중이 느는 경우도 더러 눈에 띄는데, 채희동 교수는 “폐경보다는 연령 증가에 따른 변화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 폐경에 따른 질환들

폐경 후기의 만성 합병증으로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이 있다. 동맥경화증의 중요한 위험인자인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의 위험이 폐경 이후 증가해 폐경 여성들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초기 폐경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가 더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여성 호르몬은 혈관 내막 세포의 기능과 구조를 좋게 유지하고 혈관 긴장도를 호전시키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채 교수는 “조기 폐경 환자들은 자연 폐경보다 심근경색 위험이 증가하며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 더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위험인자에는 폐경 외에도 연령, 성별, 가족력,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그리고 흡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생활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골다공증은 골절이후에 뒤늦게 아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이름이 붙는다. 뼈의 양이 줄어 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약한 외부 충격이나 슬쩍 넘어짐에도 쉽게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골 소실이 심해지면 골다공증이 생기게 된다. 골다공증 진행을 막기 위해선 빠른 진단과 예방이 중요하다. 진단은 대부분 골밀도 측정으로 이뤄진다. 허리뼈와 엉덩이뼈를 촬영해 측정한다. 측정한 T 값을 기준으로 -1보다 크면 정상, -1에서 -2.5 사이면 골감소증,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다.

골량 감소를 막으려면 운동과 충분한 영양이 최선책이다. 폐경 이후에도 칼슘과 비타민 D 등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슘은 유제품, 이파리가 파란 채소류, 두부와 견과류, 멸치 같은 어류와 해조류에 많다. 폐경 여성에게 칼슘의 일일 권장량은 1200mg이다. 비타민 D는 우유와 달걀노른자, 정어리 같은 어류 등에 많으며 일일 권장량은 800IU이다.

비약물적 치료법에는 낙상 방지를 위한 균형 유지와 골밀도에 도움 되는 근육 운동이 필수다.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와 체중 부하 운동이다. 균형 유지와 골밀도에 도움이 되는 근육 운동도 추천된다. 약물 치료법도 있는데, 이 경우 개개인의 질환 정도와 부작용 등을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 폐경, 방치하지 말고 치료해야

채희동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폐경 후 여성의 삶의 질을 유지시켜 주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이자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안면 홍보는 물론 수면 장애와 관절·근육통 등의 중상도 완화시켜 줄 수 있다고 한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 한 달 정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한다. 간접적으로는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고, 직접적으로도 우울감이나 불면, 긴장, 신경과민, 의욕 상실 같은 심리적 증상들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폐경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질 건조증이나 질 화끈거림, 질염, 방광염 등이 자주 생긴다. 이런 증상의 예방과 치료에도 호르몬 치료가 효과가 있다. 피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턱뼈의 골다공증 발생을 줄여 치아가 턱뼈의 골다공증으로 인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해 줌으로써 치아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호르몬 치료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폐경 후 10년 이내에 시작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그 이후이거나 60세가 넘어 시작할 경우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60세 이하, 폐경 후 기간이 10년 이내인 건강한 폐경 초기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몬 치료는 대장암과 직장암 발생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호르몬 치료는 총 사망률을 3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채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폐경 이행기 혹은 초기 폐경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면서 “폐경 초기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수록 골 소실 예방, 나아가 골다공증으로의 진행과 골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하지만 호르몬 치료, 제대로 알고 하자

폐경 호르몬 투여 방법 중 가장 흔한 것은 약을 먹는 것이다. 이 외에 피부에 바르는 겔이나 붙이는 패치가 있고, 질정 혹은 질 크림을 질 안으로 넣는 방법도 있다. 채 교수는 “간 질환이 있거나 고중성지방혈증 등이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호르몬 치료 시작 전 검사도 중요하다. 일단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 호르몬 치료를 받아선 안되는 상태인지 부터 확인해야 한다. 내과적 질환과 외과적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 따로 복용 중인 약이 있는 지를 알아보고, 혈액 검사를 통해 빈혈이나 혈액 응고 경향, 당뇨병, 고지혈증, 간 질환 등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모든 호르몬 치료에는 부작용과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도 숙지해야 한다. 가장 흔한 것이 질 출혈과 유방통이다.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는 여성도 잘 구분해야 한다. 혈전성 정맥염이나 정맥혈전증, 유방암, 자궁내막암, 비정상적인 질 출혈,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심한 간 질환이나 담낭 질환을 진단 받은 경우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절대적인 금기증은 많지는 않다. 득실을 따져 볼 때 이익이 훨씬 많은 만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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