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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자다가 걷고, 말하고…수면보행증(몽유병)

입력 2024-01-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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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원장_프로필
김보미 원장
우리가 보는 영화, 드라마 중에는 질환을 사용해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메멘토’라는 영화는 10분만 기억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범인을 쫓는 영화로 단기기억상실이라는 질환을 스릴 있게 사용했다. 또 자는 동안 했던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몽유병’은 추리하면서 반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포영화에 주로 쓰였다. ‘치매’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먹먹한 감동을 주고 한편으로는 울음버튼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질환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녹여내어 사용하면서 질환에 대해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질환자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순기능이 있다.

‘자면서 돌아다니는 병’으로 알고 있는 몽유병은 수면보행증이라는 진단명을 갖고 있다. 잠이 든 지 1~3시간 후에 갑자기 일어나서 걷거나 달리거나 물건을 찾기도 하고, 식사를 하거나 말을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렇지만 느리고 부딪히거나 넘어져도 아파하지 않으며,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지력이 없다. 잠에서 깨면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4세~12세 사이에 흔하게 보이며 대부분 사춘기 전에 자연치유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한창 자라야 할 성장기에 수면보행증이 있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성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된다. 또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돌아다니다가 날카로운 물체에 다칠 수 있고, 성인의 경우 운전을 하려고 할 수도 있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수면보행증은 전적으로 심리적인 면만을 연구했던 예전과는 달리 심리적, 생리적, 약물 등 복합적으로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수면부족이나 스트레스, 낯선 환경 등이 수면보행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규칙적인 수면시간 확보, 어둡고 조용한 수면 환경 조성 등의 수면 위생이 중요하다. 다만 증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본인이나 가족에게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약물치료와 긴장 이완 훈련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집에서는 낮은 침대를 사용하고 창문은 잠그고 위험한 물건은 치우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수면 중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꿈 속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행동하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혼동될 수 있다. 이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수면보행증은 서파수면(비렘수면 3,4단계로 깊은 수면단계)단계에서 나타나는데, 서파수면이 길게 나타나는 깊은 밤에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을 꾸는 렘수면단계가 긴 새벽녘에 잘 나타난다. 수면보행증은 잠에서 깬 후 기억을 못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의 내용을 종종 기억한다는 점이 다르다.

김보미 윌스기념병원(수원) 수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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