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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하지부종 중 하지정맥류는 20% 남짓… 정확한 진단 후 수술선택해야

1~2기는 경과 관찰 필요, ‘잠복성’ 운운하며 조기수술 권하면 합리적인지 살펴봐야

입력 2024-02-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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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하지부종’하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하지정맥류나 정맥순환장애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과도한 수술치료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집중을 초래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작년 4월 대한정맥학회에서는 하지부종으로 대학병원 혈관외과 외래를 방문한 초진 환자 112명을 대상으로 한 진단 결과가 소개됐다. 소규모 연구지만 만성 정맥질환의 원인부터 확인해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분석 결과 외래 하지부종 환자의 37.5%는 하지정맥류, 임파부종, 하지혈전후증후군 등 만성정맥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우에는 대한정맥학회가 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류의 역행 여부, 혈류 속도를 파악해 하지정맥류 등인지를 확인하고 수술 대상으로 적합한 경우에 한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초음파검사 상 하지정맥의 판막이 0.5초 이내에 닫히면 정상, 그 이상으로 닫히는 데 오래 걸리면 비정상으로 판정한다. 초음파검사 소리가 개짖는 소리처럼 들리면 정상, 늑대울음 소리로 길게 들리면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늑대울음 소리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소리가 0.5초 이상으로 길게 들리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혈관이 3기 라면발(2~3mm 돌출), 4기 우동발(4~5mm 돌출), 5기 새끼손가락(5mm 이상) 굵기로 확연하게 돌출하지 않았는데도 조기치료가 좋다며 무작정 시술을 권장하기도 해 유의해야 한다. 1기나 2기는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면서 필요하면 정맥순환개선제 등을 보조적으로 복용해 경과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도 증상이 악화될 경우에 의사의 정확한 판단 아래 수술 받아도 늦지 않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25%는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 하지부종이었으며 압박스타킹 착용, 정맥순환개선제 복용 등을 통해 절반 이상이 증상 호전을 보였다. 이런 특발성 하지부종은 정말 원인을 모를 수도 있고, 하지정맥류의 1~2기 단계일 수도 있다고 필자는 추정한다.

또 환자의 25%는 척추관협착증, 무릎관절염 등 근골격계질환에 동반된 부종으로 확인됐다. 9%는 심부전, 신부전 등 전신질환과 관련한 부종인 것으로 분석됐다. 3.5%는 임신·비만 등과 동반된 생리적인 부종, 피부염·벌침 등 피부 염증에 의한 부종이었다.

결론을 내린다면 하지부종 환자의 3분의 2(62.5%)는 하지정맥류, 임파부종, 하지혈전후증후군, 특발성 하지부종 등 만성정맥질환과 관련된 것이어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이 연구에서 21.4%는 하지정맥류가 있었고, 하지정맥류 수술이 필요한 혈액역류를 동반한 환자는 15.2%였다. 6.3%는 하지혈전증후군에 의한 혈관폐색, 2%는 정맥폐쇄를 동반했다. 하지혈전증후군이나 정맥폐쇄에 의해 만약 혈전이 떨어져 나와 우심방,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들어가 폐동맥을 막으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순환기내과를 찾아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나머지 3분의 1은 정형외과질환, 만성 전신질환, 임신, 비만 등에 의한 것이어서 이들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 또는 병행돼야 한다.

하지부종이 있다고 해서 하지정맥류라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2020년 대한정맥학회의 설문조사 결과 하지정맥류 환자의 48%가 하지부종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하지정맥류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필요하다.

최근 하지정맥류가 아닌데도 하지정맥류로 오진하거나, 1기 또는 2기에 불과해 경과관찰이 필요한데도 ‘잠복성’이라며 조기 수술을 권하는 곳이 있어 의료소비자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하지부종의 초기 단계 대응에서 정맥순환개선제보다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작용, 최신 전기자극치료(엘큐어리젠요법), 서 있는 시간 줄이기, 휴식과 마사지 등이 더 유효한 수단임을 인식하는 게 좋겠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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