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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최첨단 기술 사회 한가운데서 ‘예술’을 외치다 ‘MIT 음악 수업’

[책갈피] MIT 음악 수업

입력 2022-01-18 19:00 | 신문게재 2022-01-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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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MIT는 과학, 기술, 수학 만큼 음악교육을 중시하고 있다(사진출처=픽사베이)

 

공기를 아름답게 진동시키는 계산의 결과값인 음악은 어쩌면 과학이다. 약속된 음표들을 조합해 선율과 멜로디, 악기음들로 표현해 장르를 완성시키고 때로는 새로운 것들의 발견과 실험으로 청중들과 전문가들의 입증을 거쳐 다양성과 보편성을 확보한다.

 

악기의 소리를 내거나 조합하는 과정에도 창의력과 더불어 지극히 체계적인 과학기술이 개입된다. 그렇게 음악은 매일 새로운 음과 선율들, 장르들을 탄생시키며 진화를 계속하고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한다.

그래서 조합과 증명, 발전과 진화, 새로운 발견 등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과 기술은 음악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과학이나 기술 역시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처럼 타인과의 조화로 이론을 실현하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진화시키며 다양해지고 보편화되지 않는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 음악 연구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사진출처=픽사베이)

 

그래선가 세상을 흥분시킨 과학들은 음악에서 기인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모차르트 음악에서 상대성이론의 영감을 얻었고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막스 플랑크(Max Planck)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이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에도 익숙했던 두 사람은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린 거장 요제프 요아힘(Jpseph Jooachim)과 삼중주 연주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국제 콩쿠르 연주 비평가인 스가노 에리코의 ‘MIT 음악 수업’은 음악과 과학, 기술 등의 인문학적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물 부족, 식량난, 온난화 등 기후변동, 디지털 러닝 등 “테크놀로지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생긴 문제는 대개 인간에 대한 이해의 결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MIT 음악 학과장 키릴 마칸의 말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최첨단화될수록 인문학과 예술은 선택이 아닌 ‘필요충분조건’이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 문화가 그렇듯 과학과 기술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교류가 근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90여명의 노벨상 수장자를 배출한 명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만큼이나 인문학과 예술 교육에 비중을 두는 데 주목한다. MIT의 음악사, 음악이론, 작곡, 음악 테크놀로지,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등 음악교육과정은 2019년 타임지의 고등교육 랭킹 ‘예술·인문한 분야’ 2위, 2020년 ‘사회과학분야’ 및 ‘경제·비즈니스 분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진지하다. 

 

MIT 음악 수업
MIT 음악수업|스가노 에리코 지음(사진제공=현익출판)

MIT 라파엘 레이프 학장의 말처럼 “전세계가 직면한 어려움”은 “문화, 경제, 정치에서 기인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족하게 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무분별하고도 과도한 기술 혁신이나 도입은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에 MIT는 “인간사회는 결코 과학기술만이 우선시될 수 없고 균형잡힌 인간성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커리큘럼을 개선했다.


책은 MIT 음악학과 탄생 과정을 담은 ‘과학과 음악이 공존하는 MIT’를 시작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 ‘음악의 구조와 창조’ ‘새로운 관계의 탐구’ ‘서로 다른 것들의 융합’ 등에 실제 MIT 음악수업내용을 담는다. 

 

이어 6장 ‘창조성 향상을 위한 MIT식 미래 교육’에서는 사례들을 살펴 설명하는 MIT 컬리큘럼의 특징을, 7장 ‘창조성의 현재와 미래’에서는 미래 창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각 장에는 관련 칼럼과 담당교수진들,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 등의 인터뷰들로 이해를 돕는다.

결국 MIT 음악 커리큘럼은 음악사부터 월드뮤직, 오페라,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이해부터 화성법, 대위법, 조성, 작곡,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등 순수음악적인 교육을 거쳐 인터랙티브 뮤직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한 랩톱 앙상블 등 기술적인 것까지 아우른다.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중 제21곡의 18마디 소품을 하나하나 분해해 진행과 모티프, 도입부의 불협화음, 독특한 울림과 주목해야하는 화음, 예상을 뒤집는 전조, 의외성의 카덴차 등까지를 분석해 예술의 자유로움과 모호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뼈대와 구조를 배우는 식이다. 그렇게 인문학적 통찰,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한 기술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히트뮤지컬로 손꼽히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무분별한 기술발전으로 지극히 삭막한 근미래의 AI로봇들이 인간 보다 더 인간적으로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빈티지 사운드, 스탠다드 재즈, 정겹게 돌보는 식물, 자리를 비운 주인을 친구라며 기다리는 올리버, 인간들의 횡포에 상처 받은 클레어, 제주 숲에서 환희의 순간을 선사하는 반딧불이…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아날로그적이고 예술적이며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향수와 갈증이 심화되는 데 착안한 아이디어가 빛난 작품이다.

코딩과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이 동시에 두드러진다. 최첨단 기술 발전에 발 맞추면서도 예술과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창의성이 필수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가상화폐 등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도 LP, 레트로, 인간과의 관계, 인간성 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그런 시대인 것이다. 

 

이 기묘한 양극화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심화될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르는 잰 발걸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한없이 깊은 이해와 탐구일지도 모른다. 음악과 과학기술이 모두 가진 다양성과 보편성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창의성처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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